브런치북 문중일기 29화

여행과 인생의 닮은 점

1년만에 쓰는 대만 여행 (5) / 다음 여행을 꿈꾸며

by Philip Lee

마지막 날. 일찍 짐을 챙겨 공항으로 갔다. 발권하고, 짐을 부치고 게이트로 들어가 여유롭게 비행기를 기다렸다. 잠시 눈을 감고 3박4일의 대만에서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나와 아내는 여행 한참 전부터 인터넷과 여행책을 보고 계획을 세웠다. 그렇지만, 첫날부터 계획은 삐걱댔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타이베이 101타워밖에 보지 못했고, 티켓도 다시 사야 했다.


여행 내내 계획에 차질이 있었다. 아이가 어려 틈틈이 쉬어야 했고, 가 보지 못한 곳도 많았고, 먹지 못한 것도 많았다. 우리가 계획한 것의 절반이나 이루었을까. 게다가 날씨마저 우리를 배신(?)했다. 따뜻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한국의 초겨울날씨처럼 쌀쌀했다.


그렇지만, 평소 알지 못했던 가족에 대해 깨달은 점이 많았다. 아내는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대화를 잘 이끌어 낼 정도로 친화력이 좋았다. 아들은 생각보다 씩씩하게 잘 걸어다녔다. 조그마한 짐도 잘 들어주어 자기의 몫을 톡톡히 했다.


또한, 계획하지 않은, 갑자기 방문한 곳이 더 의미 있기도 했다. 우연히 먹어 본 것이 진미였던 적도 있다. 계획한 것이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는 것. 오히려 수정되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생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순간순간 더 좋은 것으로 채워지는 것. 그것이 인생 아닌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상화폐 문제, 강추위, 초미세먼지...’ 공항에서 들리는 뉴스는 떠나기 전과 그대로였다. 일상으로 돌아온 것이 실감난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노래가 흐른다.


괜찮아 힘을 내

넌 할 수 있을 거야


좀 서툴면 어때

가끔 넘어질 수도 있지

세상에 모든 게 다 한 번에 이뤄지면

그건 조금 싱거울테니

<베란다 프로젝트 ‘괜찮아’ 중>


내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대변할까. 모든 게 다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 그건 물론 좋겠지만, 조금씩 이루어짐을 바라며 살아가는 것이 더 설렘을 주지 않을까. 다시금 돌아온 삶. 여행에서 얻은 기운으로 힘을 내야겠다. 여행 내내 좋은 것을 함께 보고, 맛있는 것을 함께 먹고, 여행 이후에도 늘 함께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덧붙여서) 갔다 온 지 1년이 지났다. 원래는 한 편으로 마치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서 5편이나 썼다. 쓰면서 대만에서의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진이 다 없어져버려 속상했지만, 글로나마 그곳에서의 추억을 건져내 다행이다. 아이도 가끔 대만에서의 일들을 이야기하며, 즐거워한다.


1년이 지나도 바뀐 건 없다. 아이가 조금 더 커졌다는 것 정도? 한국은 여전히 살기 어렵고, 우리 가족도 근근이 살아간다. 삶의 무게에 지칠 때면, 또다시 해외 여행을 가고 싶다. 당장 싼 비행기티켓을 알아보다가도, 이내 바쁘고 정신없는 현실이 길을 막는다.


예전처럼 아무리 바빠도 여행을 꼭 가야겠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 때, 나와 우리 가족에게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그때는 지체 없이 떠나리라. 또 다른 여행인 현재의 삶을 치열히 살아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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