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문중일기 27화

저들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1년만에 쓰는 대만 여행 (3) / 예류 지질공원, 스펀 마을

by Philip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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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일차. 대만 여행의 실질적인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갈 곳이 많다. 네 곳이나 가야 한다. 해서 택시 투어를 했다. 아침 9시에 택시 기사가 호텔 앞까지 와서 픽업했다. 어떤 기사님이실지 살짝 걱정했지만, 다행히 친절한 분이셨다.


그동안 한국 손님을 많이 받으셨는지, 기사님은 몇 가지 한국말도 쓰시며 계속 웃으셨다. “안녕하세요, 천천히, 사람 많아요, 예뻐요...”


투어 내내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고, 좋은 장소에서 사진도 많이 찍어 주셨다. 덕분에 편한 마음과 몸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지하철처럼 내릴 곳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잠도 스르르 온다. 좁은 택시지만, 이틀의 여독을 풀기엔 충분했다.


한 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예류 지질공원. 해수의 침식 작용에 의해 생성된 암석이 모여 있다. 기묘한 바위들은 세계 지질학계에서도 중요한 해양 생태계 자원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대만 여행 계획을 짤 때, 제일 가고 싶었던 곳이다. 나의 기대처럼 공원을 들어서자마자, 탄성이 터진다.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곳곳에 가득하고, 반대쪽에는 계속 파도가 들이친다. SF 영화의 어느 행성처럼 생경하다. 아마 혼자 이곳에 있으면, 외로움이 사무칠 것만 같다. 평소 같았으면 시끄러웠을 관람객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반갑다.


이중 가장 인기 있는 바위는 ‘여왕머리 바위’이다. 높게 틀어 올린 머리와 가녀린 목선. 고대 이집트 여왕 ‘네페르티티’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바위가 유명해진 이유는 볼 수 있는 날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강한 바닷바람으로 매년 목둘레가 가늘어져서 몇 년 후엔 사라져 버릴지 모른단다.


그렇기에 이 바위와 사진을 찍기 위해 관람객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우리도 줄을 섰다. 다행히 오전이라 줄은 길지 않아 몇 분 기다린 후 사진을 찍었다. 찍고 나니 좀 허무한 생각도 든다. 게다가 역광이라 얼굴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외에도 바위들의 숨겨져 있는 모양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건 사슴 머리 같아. 이건 거북이 등껍질 같아, 촛대 같아....’ 기괴한 모습에 감탄하며 계속 사진을 찍었다.


“화석이다!” 아들이 갑자기 외친다. 정말 발 아래 조그만 조개껍질 화석이 있었다. 모든 사람이 다들 기괴한 암석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아들은 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오래도록 바닥의 화석을 바라보는 아이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내 마음에 담는다.


한 시간 반 쯤 머물렀을까. 계속 몰아치는 바닷바람에 양쪽 뺨이 얼얼하다. 영겁의 시간동안 세찬 바람과 파도를 묵묵히 몸으로 맞아 온 암석들... 자연의 광활함과 신비에 탄복하며 자리를 옮긴다.


꿈은 하늘로 올라


간단히 점심을 먹고 간 곳은 스펀. 현재도 핑시선이라는 기차가 다니는 마을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하늘에 올리는 ‘천등’ 때문이다. 멀리서도 하늘로 올라가는 각양각색의 천등이 보인다.

열차가 들어오면, 가게마다 종소리를 낸다. 그러면 관람객들은 순식간에 철길 옆으로 빠지고, 그 사이에 유유히 기차가 들어온다. 기차가 충분히 빠져나가면, 다시 사람들은 철길로 들어온다. 몇 번이고 이 과정이 계속되었는데, 귀찮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라 웃음이 나고, 즐겁다. 마치 동화의 한 장면 같다. 마냥 즐겁고 좋은...


우리도 한 상점에서 천등을 구매하고, 붓으로 각자의 소원을 썼다. 나와 아내는 건강과 행복, 앞으로의 진로 등을 적었다. 일곱 살 아들은 나이에 어울리는 바람을 적는다. “장난감 많이 갖게 해 주세요.”(지금은 무슨 꿈을 적을까) 아이들의 꿈은 대체로 소박하고 진실한 것 같다. 적어도 어른들보단... 우리의 소원과 바람을 담아 같이 손을 잡고 천등을 올렸다.


생각보다 빨리 하늘로 올라가 아쉬웠지만, 뭉클했다. 우리 것 옆으로 중국어와 한국어, 영어로 쓰인 많은 천등이 올라간다. 저들의 꿈은 무엇일까. 저들이 이곳까지 와서 정성스럽게 적은 꿈은 무엇일까. 세상 사람들이 바라는 게 다 실현될 순 없겠지만, 최소한 저들의 꿈만큼은 이루어지길... 나와 아내, 아들의 꿈 역시...


다음에 갈 곳은 허우통 고양이 마을. 아직도 두 군데를 더 가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택시에서 쪽잠을 청한다.


(그때 나는 책방 창업에 대한 꿈을 적었다. 1년 후, 꿈을 확실히 접은 걸 보면, 천등이 하늘까진 안 가고 다른 데로 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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