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해사 김승주 Sep 23. 2019

모든 건 결국 지나간다

자연이 알려주는 사실 


항해를 하면서 푸르게 출렁이는 물결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는 넓게 펼쳐진 하나의 선이 있다. 파스텔 톤 하늘과 맞닿아 있는 수평선. 동서남북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푸른색이다. 항해사로 일하는 내겐 바다와 하늘이 눈에 보이는 전부다.


‹나는 자연인이다› 등의 매체 영향 때문인지, 자연이라고 하면 보통 녹색 산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됐다.

하지만 바다와 하늘, 별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나도 자연인에 가깝지 않을까? 바람과 파도, 비, 기온 등 자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자주 보는 바닷새


이곳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가 지나가는 것을 온전히 볼 수 있다. 수평선 위로 해가 뜨고 머리 위에서 강렬하게 내리 쬐었다가 다시 바다로 숨어버린다. 어둠이 찾아오고 달과 별이 뜬다. 달이 지면 날이 밝아오기 시작해 태양이 붉은 옷을 입고 수평선 위로 떠오른다. 자연을 가릴 만한 건물이나 벽이 없기 때문에 눈앞에서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평온하고 잔잔한 하루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성을 내거나, 굵은 비를 뿜을 때도 있다. 안개가 껴서 한치 앞을 못 볼 때도 있고 천둥과 벼락이 쉴 새 없이 내리칠 때도 있다. 성난 파도 때문에 배가 이리저리 요동치기도 한다. 자연을 몸소 겪으면서, 자연이 보여주는 것들이 우리 인생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무엇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바닷새가 유유히 날아다니는, 영원히 평온할 것만 같은 바다도 한순간 돌변해 나를 집어삼키려 한다. 두꺼운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과 매섭게 배를 때리는 파도를 보면 어둠이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포근한 햇살을 내려 멋진 풍경을 선물한다.





꼭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행복한 순간이든 힘든 순간이든 어떤 순간도 영원하지 않다고. 힘들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고 상황이 좋다고 너무 방심하지도 말라고. 하물며 자연이 이정도인데 인간인 우리가 어떻게 좋은 순간만 고집할 수 있을까.


눈앞의 자연을 보고 있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어떤 일이든 결국 지나간다.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 덕에 제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나는 스물일곱, 2등 항해사입니다>

이 책이 당신의 삶에 소소한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이전 12화 두 발을 땅에 딛고 있다는 것만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