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터뷰 날짜는 10월 25일, 26일 이었다. 25일을 통과해야지 26일도 인터뷰 날짜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인터뷰를 본 주변 친구들이 남겨준 메모들을 드디어 몇 년 만에 꺼내본다. 전형의 순서, 그리고 개인 질문을 할 때 미리 생각해 두면 좋을 것들 등등.
사실 인터뷰를 보러 갈 때 준비해서 가야할 서류들이 있는데, 거기에 대한 연락이 전 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리크루트먼트 팀에 연락하고 전화를 하고 그래서 10월 24일 오후 3시쯤 다음날 인터뷰에 대한 정보, 필요한 서류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았다. 쉬는 날 빼고 거의 매일 채용이 진행된다고 하니 바쁠만도 하지.. 하지만 기다리는 저도 좀 생각해주셨으면 좋았을걸요.
필요한 서류들 두 묶음씩 따로 준비를 했다. 내 로그북, 면장, 메디컬, 언급은 되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필요할까봐 트레이닝에 관련된 서류들도 복사를 해서 파일에 곱게 담아서 챙겨갔다.
거기에 메이크업 수정할 것 구두가 더러워지면 그것도 닦아야하니 트롤리에서 구두닦는 것도 꺼내서 한 켠에 쑤셔 넣는다. 매일 출근하는 회사 빌딩으로 7시 30분까지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나는 출근할 때든 아니면 약속 시간이든 딱 맞춰서 가는 거 보다는 일찍 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혼자 6시 45분쯤 도착해서 회사 커피숍에서 미리 커피도 한 잔 사 마시면서 차분히 내 aviation background story를 지루하지 않게 풀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험이 그날 있었지만 미리 가서 마지막 그 몇 분 본다고 달라질까? 눈에 안들어 올 것을 알기에 오답노트는 챙겨가지 않았다. 7시 30분이 되니 나를 포함한 9명이 모였다. 캡틴 포지션 1 명, 세컨드 오피서(내부 직원) 3명, 그리고 나머지 5명은 퍼스트 오피서 포지션이었다. 나 혼자만 여자였다.
회사에 출근하면 늘 1층만 왔다갔다 하는데, 2층에 올라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두근두근... 기분 좋은 설레임
2층에는 인터뷰를 위해 준비된 룸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니 하루 동안 우리의 인터뷰 면접을 진행해주 실 관계자 8분이 계셨다. 우리는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고 오늘의 인터뷰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1. 회사 소개
2. ATPL theory question 50
3. 심리상담사와의 면접
4. 패널 인터뷰
회사 소개는 인터뷰에 참석한 9명이 함께 받았고 2,3,4번은 순서가 변경이 될 수 있다고 미리 알려주셨다.
음. 우리 회사는 말이지. 알지 25년째 오퍼레이팅을 하고 있고 처음에는 정말 작은 규모로 시작해서 지금은 250대가 넘는 비행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따라서 나온 프레젠테이션에는 캡틴, 퍼스트 오피서, 세컨드오피서가 각각 누릴 수 있는 복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승무원에 대한 복지도 나쁘지 않은데 조종사는.. 들어보니 더 좋더라. 가장 가까이에서 우리 행님이 그것들을 누리는 것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생각했지. 바로 저것이 나의 미래다!
15분에서 20분 정도 복지에 관련된 설명을 듣고 질의 응답까지 마쳤다. 그리고 처음 모였던 인터뷰 룸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가 들고 온 서류들을 verification 하는 작업이 먼저 진행되었다. 이 과정이 끝나는 순서대로, 호명되는 대로 면접이 따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나는 제일 먼저 심리 상담사와 면접을 시작했다. 그 분은 내가 지난번에 온라인으로 성격 유형 검사를 했던 종이를 갖고 계셨다. 이 면접은 일대일로 진행되었다. 남아공 출신의 면접관은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내가 조종사로서의 경험이 많이 없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부터 하는 질문이 승무원으로 하는 동안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그 일로 답변을 해도 된다고 알려주셨다.
Q. Have you ever deviate from SOP?
Q. How do you manage when you have too many tasks to do ?
Q. When you have different level of information with your colleague?
Q. Did you have any failure in your flight? How did you handle?
내가 받았던 질문은 이랬다. 첫 번째 질문은 승무원 경험으로 연관 시켜서 답을 했었고, 두 번째는 나의 일상에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3,4번째는 조종사로 비행하면서 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답을 했었다. 25분에서 30분가까이 인터뷰는 진행이 되었고 행운을 빈다는 심리상담사의 응원을 받고 인터뷰 룸으로 돌아왔다.
심리상담사님과의 면접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ATPL 시험을 치는 공간은 아직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패널 인터뷰를 먼저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세컨드 오피서 포지션에 지원한 인도사람이 방금 자기가 받은 질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준다.
Q. What is the critical engine, how it will affect on airplane's performance?
Q. Type of drags
Q. Explain the hypoxia, sign&symptom
Q. What is spolier
Q. lift formula.
음.. 갑자기 critical engine? 왼쪽인거는 알겠는데, 왜 그렇지?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갑자기 기습적으로 누가 물어보면 설명을 못할게 뻔했다. 내 얼굴을 보고 읽은 ryan air first officer가 에이포 용지를 꺼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 준다. 고마워.. 다음번에 우리 회사에서 만나면 내가 커피 두 잔 쏠게.
설명이 끝나자 마자 회색 정장에 키가 큰 인도캡틴이 나를 부른다.
"Are you ready?"
패널 인터뷰를 하러 들어간 공간에는 두 명의 캡틴이 있었다. 이 분들을 비행도 하시면서 동시에 면접도 보신다고 하셨다. 어쩌면 한 번은 스쳐 비행했을지도 모르겠다.
"자, 내 이름은 OO고 인도 사람이야. 그리고 여기는 내 동료 OO, 브라질 사람이야. 간단하게 네 소개와 aviation history를 들려줄래?"
생각보다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조종사 교육을 시작한 이야기, 퇴사하게 된 이야기, 조종사 교육이 오래 걸리게 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ATPL시험을 두 번 치게 된 이야기까지 나왔다.
놀라시면서, 동시에 기대치가 확 높아지는게 느껴졌다.
면접관 1: 자, 그러면 너는 ATPL 시험을 두번이나 쳤네. 보자.. 성적표가..
어이고! 떨어진 과목들도 있는데, 점수들이 좋네. 무슨 과목을 제일 재밌게 공부했니?
나: 음.. 나는 날씨가 재밌었어.
면접관 2 : 오, 그러면 우리한테 warm front, cold front 에 대해 설명해줄래?
면접관 2 : What's the most dangerous cloud which build in cold front? What kind of weather phenomena can you expect?
면접관 2: updraft, downdraft가 발생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면접관 1: Microburst 정의 내려볼까?
면접관 1: Clear air Turbulence는 어떤 상황에서 생기지?
-------------------------- 날씨관련 over.
면접관1,2 : 진짜 날씨 좋아했나보네, 나는 우리가 다시 날씨 수업 들으러 온 줄 알았네.
허허
휴. 다행이다. 그 전날 마지막으로 헷갈린다고 보고 온 내용들을 대부분 물어봐 주셨다.
면접관 2 : 자 그러면 비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있었니? 그땐 어떻게 했니?
내가 계기 비행을 따지 않았을 때, 구름에 갇혀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타워에 Vectoring 을 달라고 해서 구름에서 빠져나와 다른 공항에 랜딩했던 이야기를 했다.
면접관 1 : 그러면 네가 Vectoring받을 때, 어떤 계기를 베이스로 지시를 받은거지?
자. 여기 종이에 그림을 그릴테니, 너의 포지션을 표시해봐.
아.. vectoring은 VOR로 받았는데. QDR, QDM이 나오니.. 헷갈리기 시작했다. 내가 조금 약한 부분인데. 크흑
면접관 1 : 헷갈려 하지말고, QDR, QDM부터 정의해보자. QDR은 뭐야?
나: Magnetic FROM the station.
면접관 1 : 그러면 QDM은?
나: Magnetic TO the station 아.......... ! I got it.!
그렇게 정의를 내리고 종이를 보니 쉬웠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용!
면접관 2 : 자 그러면 네가 어려워했던 과목이.. 보자.. 성적표를 보니 Performance 같네?
맞다. 나는 퍼포먼스 두 번째에 통과했는데 첫번째 점수가 영.. 별로였다.
면접관 2 : Vx, Vy speed차이점 설명해 봐.
Descent 해야하는 Altitude, Rate of Descent, how many minutes it will take to descent?
설명이 모두 끝났다. QDR, QDM에서 헷갈렸던거 말고는 자신있게 대답한 것 같았다. 면접관 두 분도 내가 헷갈려 했던 부분들이, 학생 조종사일 때 헷갈렸던 부분이라고 공감해주셨다. 고마우셔라...
그리고 내일 시뮬레이트 타러가게 되면 분명히 QDR, QDM, radial intercept 해야하니 오늘 돌아가서 꼭 연습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속으로... 뭐야.. 나 내일 심 타는거 오케이 한거야??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ATPL 시험이 남아 있으니 붕뜨지 말고, 마음을 가라 앉혔다.
인터뷰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하길래, 내가 교육생 되면 잘 좀 가르쳐 달라고 했다.
곧 그분들 한테 교육받을 날이 오길 바라며.
드디어 마지막으로 ATPL exam이다. 50개의 문제를 1시간 안에 풀어야 했다. 이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 아는데,latest pilot의 패키지 문제는 700문제 내외라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이미 두 번이나 쳐 봤고,
내가 공부했던 내용안에서 나올거다 라고 주문을 외치고 시험을 치러 들어갔다.
문제 은행에서 연습한 내용으로 60% 나머지 40%는 평소에 공부한 내용이었다. 문제 풀고 한 번,
책갈피 표시 한 것들 풀면서 다시 한 번, 혹시 긴장되서 다른 답 선택했을 까봐 또 보고 3번을 확인했다.
확실하게 답을 찾지 못했던 게 8문제 정도? 나머지는 자신있었다. 40분을 소요하고, ATPL 시험을 마쳤다.
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이제 오전에 받은 쿠폰을 가지고 1층에 내려가서 과일과 커피 한 잔을 마셔본다. 최선을 다했으니.. 아쉬워 말고 기다려보자.
결과는 그날 오후에 알려주었다.
각자의 브레이크를 가지고 다시 인터뷰룸에 모였다.
오전에 verification 했던 똑같은 서류를 가지고 또 다른 폼을 작성했다. 그것은 나중에 우리가 합격하고 나면
우리가 비행한 나라의 CAA에 verification을 요청하는 폼이었다. 시키는 대로 모든 서류 작성을 마치고,
조용히 결과를 기다렸다.
오전에 introduction을 해 주었던 이집트 오피서가 결과가 나왔다고 밝은 얼굴로 들어왔다.
"Today I am very happy that I don't have to say sorry to any of you.
Everyone passed! congratulations:)"
첫째날 인터뷰를 도와주신 분들이 모두 나와서 박수를 쳐 주셨다.
휴, 잘했다. 모두 수고 많았어요.
"This is the letter for tomorrow your simulator session. Time and reporting point is there. Good luck for everyone!"
나는 330 시뮬레이터를 배정받고, 합격 종이와 함께 숙소로 돌아왔다. 첫째날 합격 종이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DEAR SIR, CONGRATULATIONS!
Sir 이래... 괜찮다 뭐 붙었으니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