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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다 하는데 너만 못 하는 일은 없어."

[조직의 단말쓴말] 새로운 일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단말

by 이준유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 유형은 '뭐든 할 수 있어, 통째로 씹어먹어 주지!'와 같은 '자신만만' 유형이고, 두 번째 유형은 '주어진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와 같은 '소심이' 유형이다. 아무래도 험난한 취업시장을 뚫고 회사에 들어온 만큼 후자보다는 전자가 좀 더 많은 편인데, 교육이나 수습기간이 끝난 후 실무에 투입되면 후자로 변하는 편이다. 배우고 익힌 것과 실무는 천지 차이기 때문이다. 좌충우돌하며 일을 배우다 보면 생각보다 내가 똑똑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은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된다. 아, 이는 긍정적으로 변했을 경우에만 한정했을 때 얘기다. 대개의 경우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자책형 괴물이 되거나 상대방에게 잘못과 책임을 내모는 이기주의자가 되니까.


아무튼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를 겁내거나 귀찮아하게 되는데, 직급이 올라갈수록 이전에 비하면 더 어렵고 귀찮은 일을 떠맡는 경우가 많다. 신입 1년차 이상부터는 햇병아리 신입에 비하면 쓸만한 인재 취급을 받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새로운 일을 하게 된다. 아예 관리자면 모를까, 이때부터 약 5년 동안은 실무자로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맡는다. 신입사원의 패기나 열정은 점점 사라져가는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들진 않는지(사실, 더 커지기 마련이다) 어느날 나의 아버지는 새 발령지로 가게 되자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집에서 TV나 보는 아저씨한테 무슨...”


일에도 역마살이 있는 걸까? 나는 첫 직장에 있었던 3년 동안 무려 4번의 보직이동을 거쳤다. 콘텐츠 기획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종류는 완전 제각각이었다. 영상 기획에서 시작하여 몇 번 언급했듯이 잡지를 거쳐 웹툰 기획 및 관리 업무를 했으며, 끝내는 영상+잡지+웹툰에 모두 한 발씩 걸쳐 일했다. 그러다 보니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6개월마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했는데, 일의 난이도도 그렇지만 익숙한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나게 컸다. 겨우 적응할 만하면 새로운 업무를 해야 했으니.


특히 잡지와 관련된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데, 기획부터 취재, 원고, 예산, 행정을 모두 혼자서 해야 해는, 누가 봐도 신입사원이 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던져진 주사위였기에 무를 수는 없었고,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짧은 기간 동안 선임이었던 선배 S에게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했다.


인수인계 때문에 야근을 하던 선배 S(그렇다, 인수인계란 1~2일 만에 이루어지므로 인수인계는 언제나 빡세다)에게 나는 ‘인터뷰어 섭외’에 대해서 물었다. “그런데 인터뷰어는 어디서 구하나요? 제가 아는 사람이 도통 없는데요...” 그러자 선배 S는 이렇게 말했다. “그건 너나 나나 마찬가지야. 나라고 특별히 잘 구하는 것도 아니고, 너라고 특별히 못 구하는 것도 아니지.” 그럼에도 내가 여전히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그 선배는 이렇게 덧붙였다.

남들은 다 하는데 너만 못하는 일은 없어.


정신없이 인수인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한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비록 바쁜 찰나에 들은 말이라 그때는 아무런 감정이 안 들었지만, 다시금 떠올려 보니 꽤나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선배 S가 떠나고 나면 인수인계 받았던 그 폭풍 같은 업무들을 오롯이 혼자서 해결해야 했기에,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선배 S는 아무렇지도 않게, 당시 1년차도 안 되었던 신입에게 '남들이 할 수 있다면 너도 할 수 있다'고 담담하게 말한 것이었다.


사실, 첫 달과 두 번째 달은 미치도록 힘들었다. 특히 첫 달은 거의 매일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고, 다음 날이 제발 오지 않기를, 아니면 차라리 나 자신만이라도 내일 아침 해를 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선배 S의 말처럼, 세 달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그 일은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네 달째부터는 일이 재밌어졌고, 때로는 넉넉히 휴가까지 쓰며 여유롭게 일하기 시작했다. 다섯번째 책이 나왔을 때는, 상부로부터 큰 칭찬을 받기도 했다. 못할 것 같다고 벌벌 떨던 과거의 나 자신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성공 경험이 있을 터이니 비교적 새로운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미천한 사원이라면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 큰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남들은 엄청 쉽게 하는 것 같은데, 왠지 내가 하면 이상하거나 잘 못 할 것 같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 일은, 내가 '처음 해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렵게 느껴졌던 일도 손에 익고, 자주 실수하거나 틀리는 부분도 보이기 시작한다.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도 슬슬 눈에 들어오고, 썩 괜찮은 개선 방법이 떠오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남들이 다 하는 일'은 결국 '나도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처음 하는 일을 앞두고 두려워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기억하시길. 내가 하는 일을 누군가 했던 혹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면, 당신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자신감이 흔들릴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곤 한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나만 못하는 일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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