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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팀이니까요."

[조직의 단말쓴말] 혼자 일한다고 생각하는 이를 위한 단말

by 이준유

사무실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모든 일에 족족 끼는 오지라퍼부터 반대로 어떤 일에도 참여하지 않는 초극단 개인주의자, 주어진 일만 묵묵히 하는 일개미, 남의 공을 가로채는 얍삽이, 일은 안 하고 놀기만 하는 베짱이 등. 어쨌든 조직은 일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굴러가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무조건 쓸모없거나 필요 없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말이다.


당시 나는 툴툴대며 일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나는 '불평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스머프'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나만 열심히 일하는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도무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다소 건방지고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직을 변경하게 되면서, 그러니까 내 힘으로는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일을 하게 되면서 나는 '멘붕'에 빠졌다. 사람은 적당히 어려운 일을 접하면 열심히 잘 해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 어려운 일을 경험하게 되면 오히려 포기하게 된다. 나는 딱 그런 상태에 빠졌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에 ‘밤샘 공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던 한 동료가 말을 걸었다. 일을 아주 안 하는 건 아닌데, 어쩐지 일의 능률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나보다 나이도 많았으나, 솔직히 속으로는 은근히 무시하고 있던 사람이었다. 야근을 하느라 단둘이 남아 있는 상황이었는데, 내 사정을 알고 있던 그는 요즘 좀 괜찮으냐고 물었다. 그다지 쓸모 있는 도움이나 위로를 기대하지 않았던 나는 대강 “걱정되고 두렵긴 하네요, 하하.”라고 씁쓸한 내색만 비추며 대답했다. 그러자 동료는 웃으며 말했다.


“뭐든 고민되는 게 있으면 이야기하세요.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줄 테니까요.”


그러고서는 마치 ‘왜 도와줘요?’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답하듯 이런 말을 덧붙였다.


우리는 팀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나는 이 조직에 프리랜서로 계약된 것도, 혼자서만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고 ‘조직’이었다. 비록 일할 때는 각자의 업무를 하지만, 서로 협력해야 하는 팀이었던 것이다. 나는 왜 모든 일을 혼자 한다고, 또 혼자서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설령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지 않는다고 해도, 팀원은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솔직히 그 동료는 이후로도 내 업무에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직렬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그럼에도 그의 말은 나의 업무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무슨 일을 하기 전에 우선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물색했고,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되었다. 왜냐고? "우리는 '팀'이니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 독단적으로 결정하거나 '저 사람은 쓸모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실제로 일을 안 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지만, 어떤 사람이든 같은 '팀'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게 되어있다. 빈말이나 척하는 행동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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