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는 시간, 1분. #4
나는, 어릴 적부터 아주 유명한 애늙은이였다.
붙임성 좋은 성격이 한몫하기도 했지만 피자와 치킨보다는 매콤한 아구찜과 뜨끈한 청국장을 더 좋아하는가 하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오래된 물건을 보면 (소유하고 싶어서) 참지 못하는 병이 있다.
음악 쪽에서는 더욱 그랬다. 학창 시절, 아이돌 음악이 주 소비층이던 나이대에 어울리지 않게, 나는 다양한 장르를 들어보려 노력했다. 음악에 일가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하는 것은 내 자유니까. 발라드, 락 음악, 힙합, R&B, 팝 음악까지. 그래서 엄마가 사주신 3만 원짜리 MP3 속 내 플레이리스트는 항상 중구난방이었다.
회사 단체 회식 때, 2차로 노래방을 갔다.
'62369'
"이야, 이 노래를 알아?"
회사에서 나이로 제일 막내인 내가 고른 곡은 '조장혁'의 '중독된 사랑'이었다.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내가 다양한 노래를 들으면서 느낀 장점 중 하나는 그 어떤 사람과 음악 대화를 나눠도 기본적인 스몰 토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스몰 토크는 내적 친밀감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가령, 잉글랜드 축구 클럽 '첼시' 팬인 내가 '리버풀' 팬인 직장 상사와 '축구'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처럼.
그러니까, 인연이라는 것은 언제나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오래된 노래 한 곡 정도일지도 모른다.
다만 음악 취향으로 가까워진다 한들, 축구팀은 양보하지 말자.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