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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대자연 카페 - 효창동 키하라

사장님 자연곱슬머리컬 같은 무해한 곳

by JuneK

규범x삥타이거 루트를 따라가다 보면, 간간이 좋고 귀찮은 일이 생긴다.

에쏘런 콘텐츠와는 또 톤이 조금은 다르다.

괜찮은 카페를 너무 일찍 알아버리면 혼자만 알고 싶고, 너무 늦게 가면 뒤쳐지는 너낌이랄까.
그런 마음에 업로드된 다음 날 후딱 찾아갔다.

키하라(Kihara)는 그 애매한 틈을 잘 비켜나갔다.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효창공원 골목 깊숙이.

눈썰미 없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자리. 골목과 골목이 살짝 꼬여 만들어낸 공간에 곱슬머리처럼 들어앉아 있다.

이름처럼, 핀란드어로 ‘곱슬’이라는 뜻의 키하라는 벽도, 구조도, 기류도 모두 직진을 피한다.(실제 벽면도 구불구불한 것이 아이덴티티를 반영하고 싶었던 것 같다.)



주말 오전, 디카페인 선택옵션은 없었지만 어차피 마음이 느긋한 날이라 추천받아 따듯한 커피를 주문했다. 첫 모금엔 산미가 뚜렷하고, 식으면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새로웠다.


핀란드 로스터리 FRUKT가 2018년 로스터리 문을 연 이후 줄곧 애정하는 커피들을 선정하고 그 정성 가득한 원두들을 직접 들여온다고 한다. 더 재밌는 건, 이 커피는 한국에서 키하라에만 홀세일이 열렸다는 점. 덕후의 스멜이 풍겨온다.

공간만큼이나 먹을 것도 귀엽다.

조금씩 만들어 선보이는 작은 푸드들. 다음엔 꼭 시도해보고 싶다.


그날은 어쩐지 혼자 조용히 생각이 많은 날이었다.

눈 뜨자마자 주섬주섬 옷을 입고 뛰어온 터라 콧잔등에 송골송골한 땀이 부끄럽기도 했다.


음료와 같이 나오는 코스터도 눈에 들어왔다. 직조된 결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찾아보니 국내 브랜드 MEB의 제품이었다.

버려진 비닐을 엮어 만든 지속 가능한 코스터.

‘하나뿐인 당신을 위해, 그리고 바다와 숲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가진 브랜드라는데, 키하라가 왜 이걸 골랐는지 이해가 갔다.

코스터 하나도 아무거나 쓰지 않는다는 걸, 그 짧은 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간판 일러스트며 벽의 곡선, 그 안에 담긴 자세들이 모두 그런 식이었다. 이 공간은 귀엽지만 확고한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다.


아기와 함께 와서 서로를 번갈아 쉬게 해주고 싶은 부부의 모습도 그랬다.

누군가 커피를 마시면, 다른 누군가는 아가와 함께 바깥바람을 쐬었다.

딱 그 정도의 다정함.





하나 유의할 건 있다.

나는 모기로부터 사랑받는 블러드타입 B, 그날따라 줄무늬 전투모기가 얼쩡거려 체신머리 없이 다리를 떨며 버티다 호다닥 도망쳐 나와야 했다.



P.S.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라면 아무래도 공원 옆이니 아가와 함께라면 항히스타민 연고를 필참.

이곳은 도심 속 자연이고, 자연은 모기를 부른다.

커피 마시러 갔다가 헌혈하지 말자. :-D



Softpulse.

https://kko.kakao.com/T-pjRt_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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