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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멍때리기 좋은 사랑방 -이태원동 cafe TRVR

척 말고 진짜 생활감이 주는 편안함

by JuneK

이번 카페는 cafe TRVR! 워낙 유명세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을만한 곳이다.

삥타이거에 등장한 카페여서가 아니라,

인친처럼 친근해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동네에 살다 보니 배달앱에서 워낙 자주 봤던 터라

cafe TRVR – 카페 티알브이알은 이름만으로도 이미 익숙한 편.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장의 평안보다는 혀의 쾌락을 좇아온 인간이다 보니,

웬만한 디저트 맛집은 줄줄이 꿴다.

그저 달다구리가 아니라, 원재료 맛이 잘 살아 있고

커피처럼 자기 고민이 들어 있는 디저트를 좋아한다.


커피만큼이나 디저트도 문과보다 이과 머리가 필요한 영역이 아닐까.

설탕 적당히, 소금 적당히, 고춧가루 적당히 같은 레시피로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은 많지만,

디저트든 식사용 빵이든, 파티셰리나 블랑제리 쪽은 결과값이 예민하다고 생각한다.


카페 티알브이알은 두루두루 빵이 맛있다.

이것저것 시켜봐도 실패가 없어, 늘 즐겁게 먹다가

삥타이거 콘텐츠 이후 매장은 처음 가게 되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업힐, 또 업힐이다. 심박수가 160을 거뜬히 넘는다.

구간이 짧지만 제법 경사가 있는 동네라

언덕을 오르며 기사님들이 고생하셨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이 동네에서 건물 미모 하나는 으뜸이다.

그래서인지 시그니처도 이 건물의 실루엣이다.

그대로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됐다.



비가 부슬부슬 오고, 쌀쌀했던 5월 연휴.

아침 8시 언저리에 방문했다.

산책 나온 동네 주민, 마실 나온 할머님들,

운동복 차림의 여자분들까지.

공간은 그렇게 채워졌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외부인도 많았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느껴진 건

동네의 풍경.



여긴 디카페인 옵션은 없고, 콜드브루가 추천된다.


가끔 어떤 공간을 점유하고 앉아있을 때

약간의 진공 상태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그게 자연스럽게 가능했다. 뭐 멍 때린다.라고 하자.


입구와 바깥으로 난 창을 바라보고 앉아 있으면

사람들이 지나가고,

배달 기사님이 픽업을 위해 들르고,

서로 각자의 물건을 찾아주고 인사를 나누고,

크루들이 배달 주문을 챙기고,

동네 단골이 오면 강아지와 인사하고 수다가 오가고,

그 모든 걸 약간 거리를 두고, 관람자처럼 바라볼 수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인데도

카운터 바의 높이나, 서브되는 안쪽이 잘 가려진 구조라

묘하게 거리감이 생긴다.

그래서 생각보다 오래 앉아 있어도 편안했다.


늘 에스프레소만 마시다가

용량이 꽤 되는 콜드브루를 마시니

공간에 있는 동안 자주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화장실도 필요한 것들만, 멋 부리지 않고 정리돼 있다.

핸드워시의 향긋함도 적당히 오래간다.


이곳저곳 멋을 부리기보다

적당하고 얼룩도 남아 있는 빈티지 감성.

생활감이 묻어 있는 것들이 오히려 애정처럼 느껴졌다.

괜히 멋 내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

사람들이 들렀다 또 들를 수 있는 곳.

동네 사랑방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아침에 들르신 어머님들이 꽤 재밌었는데, 먼저 오신 어머님이

"뭘 먹을지 모르니까 대충 차거운 거 같이 결제해 줘요 ㅎㅎ."와 같은 주문을 하셨다.

곧 친구분이 오셔서 "그 차가운 라떼"를 드셨다.


내가 아침을 먹는 사람이었다면

치즈와 함께 세트로 나오는 치아시드 번을 시켰을 것 같다.


공간 자체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멋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오래 멍 때리고 싶은 곳.


들른 날은 연휴라 위층 쇼룸은 닫혀 있었고,

글을 쓰기 전 한 번쯤 더 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삶에 치여, 결국 또 이렇게 기억에 의존해 글을 남긴다.




Softpu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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