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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서로의 동네, 세심한 카페 - 원효로 U.C.R.

다정함의 힘

by JuneK

원효로. 집과 멀지 않은 동네. 뛰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이른 시간부터 바삐 돌아가는 곳. 지금이야 개발 이슈로 조용해졌지만, 본래 다소 터프한 에너지와 속도감, 그리고 묘하게 따뜻한 생기가 교차하는 골목들이었다.


큰길에서 살짝만 들어가면 오전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3시면 닫는 카페가 있다. 유틸리티 커피 로스터스.

오후 3시 이후, 이곳은 로스터리가 된다.


처음 이곳을 찾았던 날은 주말이었고, 운동하러 나선 날이었다. 막상 도착하니 '운동이라 하기엔 너무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루트를 수정해 효창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다.


이곳은 오직 푸어오버만 취급한다.

우리가 흔히 '핸드드립'이라 부르는 방식이다.

뜨거운 물을 원두 위에 직접 천천히 붓는 이 방법은, 물줄기의 방향과 속도, 온도와 추출시간에 따라 커피의 농도와 향미가 섬세하게 달라진다. 손맛 담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하나 더 인상적인 것은 삥타이거 영상에서 '인내컵'이라고 소개된 손잡이 없이 사기로 된 컵이다. 놋그릇처럼 뜨겁게 달궈져, 잡는 손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그 순간, 몸도 한 박자 쉬고, 한숨 고르게 된다.



한 번은 출근 시간이 겹치는 아침에 방문했다.

빗줄기가 떨어지는 날이었다.

사장님은 어떤 식으로든 손님을 지나치지 않는다.

지나치게 친절하지도, 무심하지도 않게. 두루 살핀다.


바삐 지나가는 출근길 손님에겐, 퇴근이 아닌 출근의 커피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가져가시죠?”라며 먼저 말을 건넨다. 테이크아웃을 말하기도 전에. 결제의 템포, 음료가 나오는 속도도 약간은 빨라진다.

반대로, 한량처럼 앉아 있는 나 같은 손님에게는 리듬이 느긋해지고,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시냐, 혹은 줄이는 중이냐" 같은 세심한 질문, 소소한 근황을 물어봐주신다.

배려가 오랜 시간 몸에 배어있는 느낌이다.


공간을 정돈하는 손놀림은 쉼 없이 이어진다.

먼지를 닦고, 커피 맛을 조율하고, 공간의 사람을 살피는데도 번잡하지 않다.


어떤 날은 햇빛이 바닥을 반사하고, 어떤 날은 흐린 빛이 유리창을 스민다.

맑은 날의 투명함과 흐린 날의 운치는 이 공간 안에서 각기 다르게 반사된다.

손님이 많아도 시끄럽지 않고, 손님이 없어도 공허하지 않다.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들은 사실.

이 카페는 하마터면 우리 집 앞에 생길 뻔했던 곳이었다.

장소를 알아보다 지금의 자리로 최종 정착하게 되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집 앞이었다면 더 자주 갔을까, 하면서도

그랬다면, 지금처럼 단 15분이라도 뛰어오진 않았겠지.


출근길을 거슬러, 약간은 높은 심박수로 마주하는 커피.

그리고 그 커피보다 먼저 만나는 환대.

이 약간의 거리감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꽤 좋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유튜브영상을 열었다가, 전에 보지 못했던 댓글 하나에 눈이 멈춘다.



이런 댓글이 달리는 사람이라니, 역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마음에 두고 늘 감사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매번 연락을 하고 고마움을 전달하기 어렵고, 어쩌면 이제는 그럴 방법도 쉽지 않은 사이가 되어버렸을지라도, 언젠가 한 번쯤은, 꼭 마음을 전하고 싶은 그런 사람.

세심한 사람의 공간은 세심함을 품는다.

이 카페인 민감자의 에쏘런 연재를 하며 들여다보는 카페들은 저마다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을 닮아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디자인 감도나 로스팅 방식, 서비스의 디테일을 넘어, 결국은 사람이 공간을 만든다는 당연한 사실을 매번 새롭게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경험을 추구하고, 나는 그런 경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이 카페를 다닌다."라고 한다.


그리고 건너편에는 이름도 다정한 주식회사 서로서로가 있다.

카페 바깥에 앉아 멍하니 그 간판을 보다 보면, 은근하게 마음이 따듯해진다.

어떤 마음으로 저런 이름을 지었을까.


유틸리티 커피 로스터스는 이 동네 다정한 사람들에게 하루의 균형이 되고 있는 듯하다.

서로서로. 사랑으로.





Softpul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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