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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프릳츠, 모두의 프릳츠 - 도화동 프릳츠

서울의 한옥에서 세계를 설득하는 브랜드

by JuneK

프릳츠는 사실 목차에 당연하게 넣어놓고도, 순서를 제일 뒤로 밀어 두고 가장 부담스러워했다.


삥타이거의 에쏘런에도, 다른 콘텐츠에도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이지만

‘다들 아는 얘기 나도 한 번 보탤 뿐’이라는 마음에, 결국 한 주를 미뤘다.


이 시리즈에서 소개한 카페들 중 가장 오래 이용했고, 가장 자주 찾았을 텐데도

이상하게도 글의 각이 잡히지 않았다.

누구보다 익숙한 공간인데, 그 익숙함이 오히려 더 조심스러웠다.

쓸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말 중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선뜻 감이 오지 않았다.


프릳츠는 이제 모두에게 너무 유명한 공간이다.

그게 커피든, 빵이든, 디자인이든—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


잠깐 내 얘기를 하자면,

나 역시 프릳츠를 자주 찾는다.

정확히는, 고단할 때 찾는다.


주문 내역을 공개하자면 조금 민망하지만

나의 힐링 음료는 다름 아닌 아이스초코다.

커피를 줄이고 글루텐을 피하게 되면서

프릳츠에 갈 명분이 사라지는 게 아쉬웠는데,

정확히 그 초코가 생각날 때가 있다.

(초코에 있어서는 거의 일생을 커리어로 삼을 수 있을 만큼의 일가견이 있다.

동네에선 비파티셰리의 초코와 프릳츠 초코를 모두 좋아한다.)


균형 좋은 당도, 매끈한 질감.

훌륭한 밸런스.

프릳츠는 내게 그렇게 ‘초코 맛집’이 되었다.


이렇듯 각자의 이유로 프릳츠를 찾는다.

모녀가 빵 한 접시를 사이에 두고 수다를 떨고,

누군가는 헤드폰을 끼고 조용히 작업을 하고,

또 다른 이는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하루를 연다.


프릳츠는 사람마다 다르게 소비된다.

부담이 없고, 누구에게나 익숙하며, 누구에게나 새롭다.

이런 감각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때 스타벅스가 그 역할을 해왔다.

스타벅스는 커피가 아닌, 카페 문화 자체의 표준을 보여주던 브랜드다.

그들의 공간은 단순한 커피 매장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고, 태도를 만들어내던 장소였다.

우산 빗물을 터는 방식, 환경을 생각하는 제안,

새로운 감각을 끊임없이 내놓으며 충성도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스탠다드를 제시하기보다 시류에 반응하는 브랜드로 바뀌어 갔다.

더 많은 사람에게 열리는 만큼, 고유성은 흐릿해지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부터 스벅의 로열티를 품고 있던 이들은

‘굳이?’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대안으로 나는 프릳츠를 떠올린다.

규모도, 접근성도 전혀 다르지만

카페 문화의 고유성이라는 측면에서 프릳츠는 분명히 자기 자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커피는 이제 세계 어디에서 마시는 커피보다도 수준이 높다.

무언가 시작하면 끝을 보는 기질이 커피의 퀄리티를 끌어올렸고,

그 안에서 프릳츠가 기여한 바는 분명하다.

B캐스트 시절, 우리에게 인텔리젠시아를 처음 소개해주던

김병기 대표의 이야기는 여전히 선명하다.


지점마다 공간의 톤이 미묘하게 다르고,

직원들의 인사 한마디까지 친절하고 유쾌하다.

빵, 커피, 굿즈, 기획전, 매장 운영까지

그들은 헐거운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서 충분히 자유롭다.

그것은 일종의 환대다.


오늘 아침, 도화점에 들렀다.

출근 시간은 지났지만 매장은 붐볐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굿즈와 드립백을 야무지게 골라 커피와 함께 계산하느라 분주했다.


나는 명색이 #에쏘런 중이었기에

오늘은 내 최애 아이스초코 대신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선택했다.



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던 중,

빌딩 숲 사이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성우(星宇)’

별들 속 집. (내 멋대로 풀이했다.)


이름을 읽는 순간, 빌딩 숲 한복판의 한옥 한 채가 떠올랐다.

서울 중심의 빌딩들 사이, 오래된 지붕 아래

이질적일 만큼 낭만적인 공간 하나.

프릳츠가 그곳에 있다.


이제 우리의 문화도, 국뽕을 조금 보태자면

많은 분야가 세계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화든, 예능이든, 음악이든 많은 것들이 한국이 표준이 되는 걸 본다.

오히려 더 감각적이고, 더 정제된 것들이

이제는 한국이라는 필터를 통과해 세계를 설득하고 있다.


커피도 예외는 아니다.

향과 농도, 질감.

감도를 기반으로 한 이 감각의 영역에서

프릳츠는 충분히 자기 방식으로 중심에 서 있다.


야무진 희망사항이 아니다.

프릳츠는 지금, 세계 속 고유한 브랜드가 되어간다.

고유한 방식의 문화를 품은 결과다.



Softpulse.

https://kko.kakao.com/T-pjRt_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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