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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휴 Nov 09. 2021

최근 들은 새 앨범들

[ 2021년 10월 18일부터 31일까지 ]

Intro


차일피일 미루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 백신주사를 맞았습니다. 정한 목표일에 무조건 접종하기로 작정하고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잔여 백신이 발생할 때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한 뒤, 신호가 오자마자 신청하고 부랴부랴 달려갔습니다. 부끄럽지만, 이토록 늦은 까닭은 이상 반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마침 접종에 앞서 장난 섞인 의사의 (늦은 까닭에 관한)예측 상담이 너무나도 정확하게 꽂혀 다소 무례한 태도였음에도 속마음을 들킨 듯 창피해 볼멘소리는 못 하겠고 내심으로 샐쭉거렸는데, 그 기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순식간에 접종이 끝나버렸습니다. 병원을 나서면서 이게 뭐 대수였나 싶을 정도로 허망한 기분이 들더군요. 3주 후로 예정된 2차 접종에 대한 근심거리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돌아가는 길에 감상하던 음악이 너무 좋아 까무룩하게 희열 속에 빠져버렸답니다.





최근 들은 2021년 새 앨범들


예바(Yebba) [이미지 출처: eminetra.co.nz]


이번엔 지난번 소개한 음반들(링크)에 이어, 2021년 10월 18일부터 31일까지 들었던 최신 앨범을 소개합니다.




[1] 인상적인 음반


근래에 피제이 모튼(PJ Morton)과 비지스(Bee Gees)의 〈How Deep Is Your Love〉 커버곡을 불러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했던 예바(Yebba)가 정식 데뷔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샘 스미스(Sam Smith), 루디멘탈(Rudimental) 등 여러 음악인과 함께하며 존재감을 크게 내뿜었던 걸 기억하고 있던 터라 매우 반갑더군요. 그녀는 가스펠(Gospel)로부터 이어온 옛 소울(Soul) 특유의 진한 발성 방식을 갖췄습니다. 본 앨범은 발성이 주는 매력을 돋보이게끔 예스러운 감성을 적절히 담은 알엔비(R&B)와 그 외적 범주의 고즈넉한 음악을 적절히 배합했습니다.


▶ 감상하기

[Album] Yebba 『Dawn』

[Song] Rudimental feat. Maverick Sabe & Yebba 〈They Don't Care About Us〉 of 『Toarst To Our Differences』




[2] 일렉트로닉(Electronic)까지, 혹은 그 사이를 포괄하는


던 리차드(Dawn Richard)의 이번 앨범은, 먼저 제목에 주목하게 됩니다. ‘세컨드 라인(Second Line)’은 미국 뉴올리언스 주 루이지애나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오고 있는 거리 행사 이름입니다. 자연스레 여성, 흑인 등 그녀의 피상적 정보가 주는 부인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대하는 태도, 예술적 지향을 한데 모아 본 앨범을 관통하는 음악적 얼개를 표현할 때의 광경으로 매치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건, 이런 방식에서 근원적 소리를 좇는 게 보통인데 도리어 밖으로 눈을 돌려 일렉트로닉을 소스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세컨드 라인’은 누구나 합류할 수 있는 개방적인 행사입니다. 별다른 추론 없이 배타적으로 귀속시킨 자신을 반성하게 합니다.

 

정글(Jungle)은 여러 매체에서 일렉트로닉 밴드라 소개하지만, 그러기엔 음악이 너무 소울풀해 통념적인 기준을 흐리게 합니다. 혹시 밴드 솔트(Sault)와 묘한 유대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솔트의 구성원 인플로(Inflo)가 제작에 참여했거든요. 이전에 없던 래퍼와의 교류도 눈에 뜨입니다. 음악에서 확실히 과거 소울을 향한 동경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 감상하기

[Album] Dawn Richard 『Second Line』

[Album] Jungle 『Loving In Stereo』




[3] 소울(Soul)의 변주와 변형


제임슨(JMSN)은 여러 번에 걸쳐 클래식한 스타일의 네오 소울 음악인으로서 존재를 분명히 해왔습니다. 새 앨범에선 정면으로 스페인을 바라보고 언어, 악기 등을 가져와 두 트랙을 마련해 희미한 변주를 시도합니다. 앨범을 주행하다 보면 격정을 절제하며 방출하는 기타 연주에 온전히 몰입하게끔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인상적인 구간이었습니다.

 

조던 라카이(Jordan Rakei) 음악적 좌표에 주목합니다. 제임슨이 네오 소울이란 토대분명하게 잡고 명맥을 유지한 경우라면, 조던 라카이는 다각도로 양분을 흡수해 점차 확장하고 변형합니다. 종국에는 기어코 미시적으로 분류해 여럿  어느 하나를 가리킬  나오는 것이 소울일 정도로  범위가 넓고 다양해졌습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던 과거 모습을 꺼내기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주제 의식 부각 또한 이전 앨범 Origin』에서부터 징후를 드러내고 유지합니다.  결과, 조던 라카이의 독자성이 분명해져 결을 같이하려는 여러 음악에 저항할  있게 됐습니다.

 

최근 영국이 과거 아메리칸 소울을 조망하고 위의를 갖추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 외 북·서유럽은 지오방카(Giovanca), 베니 싱즈(Benny Sings)등 전부터 꾸준히 개성 있는 좋은 음악인을 배출해왔습니다. 베른호프[트](Bernhoft) 역시 그 대열에 선 노르웨이 출신 음악인입니다. 다양한 알엔비의 구성 요소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그 외의 특징을 조합해 역설적이지만 ‘단순명쾌하지 않은 베른호프만의 소리’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름에 자그마치 ‘i’를 세 개나 넣은 차일드(Chiiild)는 최근 ‘힙하다’는 느낌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최적의 음악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최근 발표한 정식 데뷔 음반은 작년에 내놓은 EP 앨범 『Synthetic Soul』의 몽롱하고 사이키델릭한(Psychedelic) 분위기로 칠링(Chillin’)하기에 좋은 변주된 소울을 그대로 잇고 있습니다. 오히려 기존 알엔비 형식을 갖춘 마할리아(Mahalia)와의 협연이 도드라질 정도로 말이죠.


* 링크: 네오 소울(Neo Soul)이란?


▶ 감상하기

[Album] JMSN 『Heals Me』

[Album] Jordan Rakei 『What We Call Life』

[Album] Bernhoft 『Dancing On My Knees』

[Album] Chiiild 『Hope For Sale』




[4] 알엔비 지배적인 범주 안에서


“아디 오아시스(Adi Oasis)는 내면에서 성장하는 아티스트를 말합니다. 음악, 무대, 스튜디오가 내 오아시스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난 거기로 갈 수 있어요. 내 주변이 아무리 건조해지더라도 식물이 자라는 비옥한 땅을 찾을 수 있고 담수를 공급할 줄 압니다. 그게 내 안에 있거든요. 아디 오아시스 말이죠."


본 대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델린(Adeline)은 새 앨범 『Adi Oasis』를 음악을 향한 열정의 소산이라고 설명하는 듯합니다. 그녀는 과거로부터 전해지고 공고히 다져온 알엔비 범주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가는 익숙한 요소들을 능숙하게 활용합니다. 직접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말이죠. 제네비브(Jenevieve)와 아마리아(Amaria) 역시 결을 같이합니다. 결국, 그들은 ‘소울풀한(Soulful)’ 음성과 레이백(Lay Back) 리듬으로 균일한 분위기를 조성해 일반적인 ‘좋은 알엔비’ 앨범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아델린의 〈Whisper My Name〉과 제네비브의 〈Baby Powder〉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아델린은 우리에게 익숙한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의 특정 멜로디를 떠오르게 하는가 하면, 제네비브는 일본 음악인 안리(杏里)의 〈Last Summer Whisper〉를 샘플링해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멜로디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라이언 베이브(Lion Babe)의 프로듀서 루카스 굿맨(Lucas Goodman)은 매체에서 그들의 음악을 ‘미래지향적인 향수’로 표현한 바 있습니다. 옛 정서를 새롭게 포장해 미래로 견인한다는 뜻으로 나름 해석해봅니다. 실제로 라이언 베이브는 데뷔 음반에서 구식을 참조하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레이블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발표한 두 번째 앨범 『Cosmic Wind』에서부터는 참조보다 ‘보존’에 무게 중심을 옮긴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앨범 역시 그 태도를 이어오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한편, 함자(Hamzaa)가 발표한 EP 앨범 『Full Circle』과 이미지적 동질감을 느낍니다. 성찰을 통해 본 현실과 다짐, 결의 등의 갸륵하고 긍정적인 ‘노랫말이 주는 인상’이라는 맥락에서 말이죠.


▶ 감상하기

[Album] Adeline 『Adi Oasis』

[Song] Bootsy's Rubber Band 〈I'd Rather Be with You〉 of 『Stretchin' Out In Bootsy's Rubber Band』

[Album] Jenevieve 『Division』

[Song] 杏里 〈Last Summer Whisper〉 of 『Heaven Beach

[Album] Amaria 『Bittersweet』

[Album] Lion Babe 『Rainbow Child』

[Album] Hamzaa 『Full Circle』





[5] 그리고 재즈(Jazz)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재즈와 소울은 과거부터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봅니다. 아주 예전부터 소울 재즈(Soul Jazz), 재즈 훵크(Jazz Funk)와 같은 서브장르를 만들어낸 걸 봐서라도 말이죠. 준 문(Joon Moon)과 죠스 샹하이(Zoe’s Shanghai) 역시 재즈와 소울, 가스펠의 느낌을 버무린 작품을 지속해서 내놓고 있습니다.

 

죠스 샹하이는 죠에 르니에 해리스(Zoé Renié Harris)가 이끄는 밴드입니다. 그들은 시종일관 재즈와 네오 소울을 조율한 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일관합니다. ‘June Moon’의 인쇄상 오류로 이름 지어진 다소 황당한 작명 사연의 준 문은 줄리앙 데코레(Julien Decoret)를 중심으로 둔 밴드입니다. 2017년 앨범 『Moonshine Corner』에서 크리스틀 워렌(Krystle Warren)이 보컬리스트로 활약했다면, 올해는 고(古) 프린스(Prince)가 진두지휘한 뉴 파워 제너레이션(New Power Generation)의 일원이었던 리브 워필드(Liv Warfield)가 대신합니다.


▶ 감상하기

[Album] Zoe's Shanghai 『Lava Love』

[Album] Joon Moon feat. Liv Warfield 『Chrysalis』





▶ 믹스 감상하기

[Mix] Ver. 8

[Mix] Ver. 7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니 윌슨(Ronnie Wilson): 밴드 갭밴드(The Gap Band) 소속

로니 윌슨(Ronnie Wilson) [이미지 출처: pitchfork.com]

▶ 감상하기

[Song] The Gap Band 〈Yearning For Your Love〉 of 『III』(1980)







* 지난 2021년 앨범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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