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던 날이었다.
캄캄하고 고요한 자정을 넘기는 적막은
때때로 나를 잡아 먹으려 툭툭 건드리곤 한다.
냉장고 기계 속에서.
화장실 세면대, 하수구 파이프에서. 열린 방 문 앞에서
각종 마룻바닥 틈사이마다 숨죽여 단 한 번, 또 한 번,
헛점을 파고 찰나에 찰나를 노린다.
네, 오셨어요?
네, 계시다 가세요.
뭐라도 해야 할 의지는 없고.
뒤척이다 흐르는 세월에 천장만 바라보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 내려와 그들을 뒤덮는다
미운오리는 연못가를 돌고 돌아 나는 법을 배울동안
슬픔은 바다를 만들어 얹힌 속 쓸어내리길 반복한다
부질없다 생각 될 때 어둠이 다가와 콧등을 적시면
천장아, 넌 왜 그때 가슴에 불을 밝혔니?
맨 몸으로 밤하늘 아래 반짝이는 파도를 보았다
멀리서 바라보니 나 또한 윤슬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