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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Sep 26. 2024

너무 좋아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모래놀이-

손녀 진이야. 혹시

살다가 자기를  잃어 우왕좌왕할 때, 어떻게 길을 칮아야 할지 도무지 답이 안 나올 때 네가 이 시기에 했던 언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있단다. 오은영 선생님 도 상담 전에 어린 시절이야기를 꼭 묻잖니? 사랑하는 손녀 진이야~ 언어를 기록해 보려고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단다


손녀의 참새 방앗간이 생겼다. 아침 등원길에 꼭 방문하여  문안 인사드리고 잠시 놀다가는 곳.

오늘처럼 집에서 늦게 출발한 데다  아침도 시원찮게 먹어  어린이집 맛있는 죽을 먹어야 하는 날은

마음이 급하다. 늦으면 못 얻어먹는다.

 제발 오늘만큼은 참새 방앗간 패스.. 일부러 모른 척 그곳을 빨리 지나치려고 애를 쓰는데... 오늘도 기어이   손녀는 방앗간에서 멈춘다

 손녀의 방앗간은 아파트 야생화 정원 틈새 모래밭. 아파트 정원에 일부러 숨구멍을 낸 건지 조경하시는 분의 실수로 생명력이 길지 않은 식물을 심어서 금방 죽은 건지  정원의 일부분이 근데 군데 머리 빠진 것처럼 식물물들 사라지고  모래마당이 생겼다. 


이 모래마당을 발견하자마자 

"할머니! 좋아요! 너무 좋아요! "
 흥분해서 방방 뛰었다. 당장 모래를 만지면서 모래놀이 삼매경에 빠졌던 

손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발견하고 그렇게 진심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나도 손녀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이 순간들을 진짜 좋아하고 진심임을 깨달았다. 내 자식 둘을 키울 때도 못 가져 보았던 애정이 손녀를 통해  메마른 나의 노년의 감성을 살아나게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까짓 껏 좀 늦으면 어때. 느긋하게 기다렸다. 좀 지저분하면 어때. 다른 때 같으면 애써 씻겨온 손발 더럽혀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쓰레기 분리수거장 낡아서 찔찔 흘러나오는 물로 씻는 게 꺼림칙했으나 아무렇지도 않다.엄마 아빠는 바쁘다. 아이일 뿐이 아니라 자신들 일로 바빠 여유가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발견하고 언어로 표현하고 즐기기 같은 언어육아는 할버지들의 몫이다.

그리고 그날,, 참으로 오랜만에 인터넷에 놀이용 모래를 주문했다. 어린아이 용품 주문이 얼마 만인가 



기다리던 손녀가 오는 주말, 주문한 모래를 큰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쏟아부었다,

모래의 촉감이 정원의 그 거칠거칠한 까끌까끌 한 진짜 모래가  아니었다.인공으로 만든 모래였다. 손녀가 실망할까.. 그리고 내 부주의에 꼼꼼하지 못한 성격에 화가 났으나 조금 물기가 덜해서 잘 붙지 않고  흰 떡가루 같은  느낌과  모래와 달리 깔금한 느낌도 새로웠다. 손녀는 역시 더 흥분하고 좋아한다. 온 가족이 성도 만들고 그냥 공으로 뭉쳐 던지기도 하고  손녀뿐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축제였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광고용 사진  같은 성 만들기는 손녀나 어른들에게는

무리었다. 만들다 만들다 실패했다.




이심전심 어느 순간 조용해지고  이제까지 만든 성을 전부 허물었다. 다시 모래를 모아 산을 만들고 손으로 모래 깊숙이 넣고 좁은 공간을 살짝 빠져 나오면 만들어지는 동굴 공간..두툼한 지붕을 만들려고 두툼하고 복있는  두껍이를 불러서 쳐대며 만들은 두꺼비 집.. 아버지가 자기 딸에게 그 아버지는  그 아버지에게 받은  놀이를 딸은 그 딸에게 딸은 나중에  그 아들에게  저절로 흘러나오는...피할 수 없는  같은 민족 DNA  가 숨어 있다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구전 민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를 저절로 합창을 했고 손녀는 열심히 노래 흉내내랴 손바닥 투닥거리랴 정신이 없었으나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언제부터인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왔을 것인 노래. 우리 모두 한국인의 정서와 언어를 가진 정체성이 

분명히 한국 인임을 알려 준 노래와 놀 이.  맨 처음 노래를 불렀던 그 시대에는

오늘날 핑크퐁 상어가족처럼 신선한 노래였을 것이나 지금은 오래된 올드한 민요

암튼 나쁜 운은 물러가고 좋은 운이 오기를 바라는 노래.

두껍아 , 두껍아 , 손녀는 멀 달라고 하고 싶을 까?

나는 손녀를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  그래서 언어육아를 계속 기록할 수 있기를 

내 불치병의 진행이 좀 더 느리게 진행 되었으면,,,을 내 새집으로 빌었다 


손녀의 언어 육아 기록에 

너무 좋아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다오 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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