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아서 확인, 확인, 확인하는 말-
선물, 손녀에게 주는 선물.
손녀가 태어난다 했을 때 첫 선물로 배냇저고리를 해주고 싶었다. 새로 태어날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상상할 수 있게 해 주고 듣다 보면 자신이 아주 귀하고 의미 있는 존재라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태몽스토리. 이 태몽스토리처럼 배냇저고리도 나에게는 영적인 신성스런 의미가 있다. 남들이 미신이라고 말해도 할 말 없지만 젖 먹던 힘까지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몸에 부착하면 힘을 준다는 마법의 부적 같은 거.. 예로부터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의 봇춤 속에 이 배냇저고리가 끼어 있었다는 그래서 아들의 수능시험날에 친정 엄마의 도움으로 배냇저고리를 얇게 접어서 가방 한쪽에 넣어 준 적도 있다. 나는 제대로 만든 저고리를 선물하고 싶었다. 마침 우리 공간에서 첫 전시를 해드린 우리 지역 손누비장인을 만났다
일일이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서 만들기 때문에 그 작은 옷 하나 만드는데 한 달 이상 걸렸다
드디어 완성. 자랑스럽게 전한 포장도 품격 있게.. 한 선물을 전했다
감동할 줄 알았던 내 예상을 깨고 선물 받은 딸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쉽게 빨고 잘 안 찢어지는 내복 같은 편한 배냇저고리면 되었다
이 저고리는 벽에 걸겠다고 했다.
손녀나 딸이나 내 정성에 전혀 공감하지 않았다
받는 사람 입장을 전혀 생각 않는 나 혼자 내 로망을 꿈꾼 문화적 허세이지 않았을까 반성했다.
그런 손녀가 나에게 세 번이나 질문했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진이 생각해서 모래 선물 사놓고 기다렸어?
이 말이다. 그냥 지나치다가 계속 이야기를 해서 번역을 해 보고 아 ! 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 모래놀이라는 걸 알아채고
할머니가 주문해서 사 주시고 자기 집은 어질러지면 엄마가 신경 쓸까바 할머니집에다
내 놀이터를 만들어 주고 나를 기다려 주신다,
나는 할머니에게 사랑을 받는다
천 만 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할머니는 진이를 사랑한다. 나는 할머니에게 사랑받는 다
이지 않을까 ?
돈 없어 ,재주없어,음식솜씨도 없어 거기에 다가 몸까지 아파 어리바리한 할머니가
그래도 손녀의 인생에
참견하고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게 과연 손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걸까
친구들 말대로
이런 언어 육아 같은 글 쓰는 할머니 보다 돈 많은 아니 돈 잘 쓰는 할머니가 좋아요
영국 황실의 손녀가 입은 그 푸른꽃 무늬 명품 원피스 팍팍 사주시고
태아보험 들어주시고 주식 차근 차근 모아주시는 돈 많은
할머니가 좋아요! 라고 고백하는 진실을 마주할까바 몇 분 안 남은 화요일로 도망간다
굿 이브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