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아가, 진이 -
내가 할 거야. 내가 , 내가
아가가... 다리미질했는데......
진이가 할머니 약도 먹여 주었다~~
손주 앨범을 보다가 벌써 옛날이 된 백일 사진이 너무 예뻐서 사진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걸 본
손녀가 정신없이 달려와 사진을 쓰윽 훑어보더니 구겨서 던지고 간다.
질투의 맨 얼굴을 보았다. 진이야 니 얼굴이야! 너야! 너 어렸을 때...
손녀가 자기 어릴 때 얼 굴인 줄 몰랐던 것이다. 자기 얼굴이라니 다시 한번 쳐다본다
그리고
할머니 이게 나야? 아가.라고.? 진이라고? 거듭 묻는다.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이다.
나 , 대명사 하나로 온 우주와 교감했던 어린 손녀의 세계가 비교하고 질투하고.. 그래서
균열이 생겨 아가. 진이 같이 변화하는 날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 마태복음 제18장 -
나는, 나는, 오로지 나로 시작해서 온 우주와 한 몸이던 세계가 금이 가고 한 몸이 아닌 두 놈 세 몸으로
변하면...
어린이집 출입구에 화분 몇 개가 놓여있다. 각각의 화분에는 앙증맞은 방울토마토, 피망, 고추등이
보기 좋게 매달려 있었다. 등 하원 길에 손녀는 자꾸 만져서 따려 한다. 몇 번 말리면 그래도 조심하고 멈추는데 말을 안 듣는다. 아! 할아버지 집의 블루베리와 텃밭의 토마토는 전부 내 맘대로 다고 먹었는데
왜 어린이집 거는 안되나? 궁금했던 것이다.
할아버지 집 큰 화분의 블루베리와 텃밭의 토마토는 오로지 진이 너 만을 위해 키운 열매
들이다. 그러니 네 마음대로..
이 어린이집 토마토 피망은 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것이다 여럿이 보고 즐겨야 한다
절대 따서는 안된다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을 배운다.
천사 같은 손녀의 여름방학 같은 시간은 끝이 나고 비교하고 질투하고... 세속의 개학일이
다가오고 있다
손녀와 손녀 것이 아님을 배운 언어는
할아버지네 블루베리는 내 맘대로
어린이집 토마토는 NO
그리고 너는 너의 분신으로
나, 아가 , 진이
니 상황에 맞게 사용할 줄 알게 되었다
인생은 나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대명사 어린이 학생 주부 ....노인....를 통과하겠지
너의 베이스 캠프 언어 셋을 시작해서 기록한다
아직 피지않는 꽃같은 너의 분신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할머니는 살아있는 것 같다
나,아가,진이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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