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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Oct 10. 2024

번외편 , 욕과 우아한 말 사이

-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요-

손녀와 놀이하려고 사다 놓은 뽀르르 얼음 이글루는 제목에 와르르가 붙어 있다. 제목대로   조금만 건들어도 와르르 와르르 무너져서 게임은커녕 첫 기본 골조도 끝내 완성 못하고 다시 또다시 첨부터 시작해야

했다. 딸, 손녀, 할머니 세 사람이  같이 거들었음에도  불구하고 , 아니 딸 혼자 하면 금방 끝날 일을 손녀가 끝내 저 조각조각에 번호표를 자기가 붙이려고 하다 보니까 무너졌다. 서너 번 계속되니 슬그머니 짜증이 나서 한 마디 하려고 하던 차에 나오는 손녀의  입에서 나온

-에이씨....-

-어머나 ,, 너 그거 누구한테 배웠어?-

아무리 집안 공기가 청청지역이라도 손녀의 활동공간은 온갖 것이 섞인 세속이다.

욕도 우아한 언어도 뒤섞인... 

 


이제 손녀도  사회시스템의 한 일원이 되기 위해 공용언어를 배우고 공용시스템을 익히고 어른이 되어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런데 돈 버는 인생이 꽃길만은 있지 않는 법. 욕도 수없이 만나리라. 


그동안 만났던 욕이 생각이 났다. 베이비붐 세대인 나는 철저히 남성 중심 사회에서 생존해 왔고

주로 남성들의 일방적인 욕설이었다. 그 욕설은 또 다른 폭력이었다. 언어폭력.

 손녀야 , 욕은 폭력이다. 해서는 안 될!

마음에 상처와 굴욕감과 분노를 쌓이게 해서 끝내는 몸과 맘을 망가 트리는.


그러나 언어에는 항상 양면성이 있다. 할머니가 너에게 언어육아를 할 때 높다 낮다를 한 몸으로 가르쳤듯이

거친 욕 뒤에 따뜻하고 우아한 마음이,  우아한 말 뒤에 무식하고 잔인한 공포가 숨어 있단다

네가 컸을 때 은밀히 해 주고 싶은 말이 이 욕이었다. 자칫하면 오해의 여지도 있어서. 그러나 생각해 보니 내 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생이니 간단히라도 이야기하련다 


근사하고 우아한 언어를 쓰는 사람 중에 얼마나  사기꾼이 많은 지

오히려 욕을 퍼붓는 욕쟁이 할머니의 마음속이 그분이 만들어서 주는 콩나물 국밥처럼 얼마나 따뜻한지..

욕이 꼭 나쁘고 그러니 해서는 절대 안 되고 우아한 언어를 가급적 먾아 사용하고 그게 올바르고 진실한 언어생활은 아니란다.


 욕이 억압에 대한 유일한 숨구멍인 사람과 시간이 있다

생존을 위해  영혼 없는 우아한 말로 마음에도 없는 언어 쇼를 할 때 그 마음의

 억압과 부담이  욕 한 마디로 날려버릴 때도 있으니까.

쉿! 이건 비밀이다. 

네 엄마가 사춘기 시절에 시도 때도 없이 뱉은 말 

-씨 0, 0나, 짜증 나 -

 할머니가 모른 척했을 뿐이지. 언어의 대부분이 저 언어였다. 그러나

저 욕 때문에 사춘기를 무사히 통과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도 욕 때문에 이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혼자 독백 욕으로) 

욕 때문에 정신병원 가지 않았다.


욕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닌 것은 잘 알지? 이면을 보자는 거지.

 올여름은 날씨가 미쳤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찜통더위였다. 덥다가 서늘하고 덥다가 서늘하고 해야 할 날씨가 급발진하여 금방이라도 어디에 처박을까 봐 불안 불안했다. 도파민 보충으로 충분한 잠이 필요한 할머니에겐 지옥이었다, 긴 여름을 지나고 너는 여동생이 생겨 언니가 되었다

 오랜만에 본 니 얼굴이 수척해진 것 같아 짠했다.

더 이상 집안의 애정을 차지한  천사 같은 여린 얼굴이 아니라 눈치 살피고 인생의 고뇌라는 그늘이

드리운 니 얼굴이 갑자기 확 공감이 되면서 짠 했다. 

 

손녀의 언어 기록 1부를 끝낸다

세 살 때 언어에 손녀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는 생각으로 

손녀를 생각해서 육아언어 기록을 했는데

쓰다 보니까 오히려 손녀 덕분에 내 몸과 혼이 치유되었다는 깨달음이 왔다 

몸이 망가져 가는 나에 대해 불쌍해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할머니를 봐준 사람이 유일하게 너였고 그래서 

너와 같이 있던 시간이 내 치유와 행복한 시간이었다

네가 내 손녀로  태어 나 주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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