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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Aug 29. 2024

쉿! 비밀이야!

-손녀의  첫 거짓말 -


  -엄마 없다고 혀?-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옛날 옛날에 전기 요금을 집집마다 아저씨가 받으러 다니던 시절 이야기다. 내 바로 아래동생 이야기이니  60년대 이야기가 된다. 지금은 아파트 경로당 최고 연세가 되신 친정엄마. 당시는 젊은 나이로 가끔 아이 업고 영화구경도 하고 동네 신문사아저씨가 얻어온 미스코리아 지역예선전 티켓 들고 구경도 가셨다. 그러나 양말공장 사장 아버지는 나일론양말에서  면양말로 바뀌는 기회를 놓치셔서

사업은 지지부진했고 견디다 다 정리하고 도시의 변두리 주택가로 이사 온 참이었다

대가족에 자신의 아이 여섯을 건사하던 엄마는 회사정리 대금 까먹다가 전기요금까지 밀리게 되었다

 여기저기 뀌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진짜 꼭꼭 주기로 약속한 날이 왔다. 그러나 돈은 준비 안 되고 에라 모르겠다 도망치려고 대문을 여는 순간 

먼 곳에서 그 아저씨가 보이자 혼비 백산.. 다시 들어와서 포대기 풀고 여동생을 마루에 내려놓고 엄마는 

뒤주 뒤에 숨었다. 딱 한 마디 하고.

-엄마 없다고 혀!-

뒤따라 온 전기아저씨가 

-엄마 어디 갔냐? -물으니 

이 아기 엄마가 숨은 뒤주 쪽을 보면서

-엄마, 엄마 없다고 혀?- 

했다는 이야기 


-쉿. 비밀이야-


삐삐.. 찰칵 , 문 열리는 소리. 딸이다. 어머나!

아직  퇴근 시간 전인데...


직장에 다니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하던 게임 아웃시키느라 컴 끄느라 분주하고

먹던 몹쓸 음식인 컵라면 콜라 치우느라 정신없는 시간.

아빠 퇴근 시간 무렵 오빠는 컴에서 게임하고 나는 만화 보면서 망 봐주고  그랬어. 내 애기들만은 전혀 그렇지 않은 줄 알았다. 몰랐던 진실을 이십여 년이 흐른 뒤에서야 딸의 고백으로

알게 되었던.. 그 진실의 퇴근 시간 


엄마다! 정신없이 현관으로 달려가던 손녀, 같이 먹고 있던 과자봉지 들고 가서 

-엄마 오늘 할머니가 까까 주었다- 하면서. 지 엄마에게 자진고백을 한다.


어머나!  

머,, 아니  저,,, 할 말이 없다. 아니할 말이 너무 많아서 , 그리고 시시콜콜 말하지 않으면 이해가 불가할 것인데 구구절절 말하기가 힘겹고 재미없다


딸이 내게 가장 중요한 자기 육아관이라고 수없이 강조했던 것 두 개는 저녁을 제대로

먹이고 싶으니 절대 간식 과일 이외에는 먹이지 말라는 것이고 당분간 영상노출 시키고 싶지 않으니 티브이나 핸드폰 보여주지 마세요였다.

인생이 아이러니한 것이 어린아이에게도 가장 필요하고 좋은 것은 너무 매력적인 일이라 지키기가 너무 힘이 들다는 것이다. 먹으려는, 화면 시청하려는 손녀와 나는 늘 신경전이다


딸 집에서 젤 보기 좋은 풍경이 저녁 밥상이다. 살림에 젬병인 나와 달리

딸은 지금 직업 아니었으면 요리사 되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요리에 진심이다

꼭 집에 퇴근해서 제대로 된 음식을 직접 해서 손녀에게 꼬박꼬박 고급식당 세프처럼

설명까지 하면서 밥을 먹인다. 그러다 보니 늘 저녁 시간이 늦다. 

그러니 손녀가 어린이 집에서 간식을 시원찮게 먹은 날에는 늘 먹을 것을 원했다

그 먹을 것이 엄마가 주라고 하는  과일이 아니라 달콤한 

과자, 아이스크림. 빵 등이었다. 

맨날 손녀와 실랑이하다가 오늘은 나도 꾀를 내어 과자가 담긴 팬트리를 깨끗이 치웠다.

그리고 과자 달라고 조르는 손녀를 불끈 들어 올려 

-봐봐 진짜 오늘은 없어 -했더니 손녀 빙그레 웃더니 숨겨놓았던 다른 팬트리를 열어보라고


하면서 입술에 손을 갔다 대면서 쉿, 비밀이야 를 말했다.

 다 알고 있었던 거였다. 손녀도 할머니의 상황과 엄마의 상황을


무엇보다 언어를 실제로 상황에 맞게 이해하고 소통하는 손녀의 언어능력 향상에

그래.. 누구 딸인데 누구 손녀인데...

잠시 감동해서 과자를 넉넉하게 주고 같이 먹는 참이었다

 


60년대 아이는 상황을 이해 못 하는 순진한 아이인데

2024년 아이는 벌써  언어 주변을 이해하여 사용하고 융통성 있게 돌려 말할 줄 안다

쉿, 비밀이야! 를 손녀의

첫 번째 거짓말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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