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브이 영상 없이 언어육아-
-짱구야! 핑크퐁 상어가족 틀어줘! -
손녀가
AI와 제대로 된 대화 시도
과연 노랫소리가 나올까. 조마조마
'귀여운 아기상어
뚜루루 뚜루
와! 성공이다 손녀는 좋아 춤을 춘다.
엄지 척 엄지 척을 수없이 해주었다
딸의 집은 손녀가 활동하는 시간에는 티브이 화면을 볼 수가 없다. 영유아 미디어 과다 노출의
피해가 엄청나다고.. 식구가 모두 나간 뒤 내 집인 줄 착각, 습관적으로 티브이를 틀었다가 소리가
거의 안 들려 깜짝 놀랐던 적도 있다. 아이 잠잘 때 잠깐씩 어른들이 시청하는가 본데 그것마저도
아예 볼륨 설정을 거의 묵음에 가깝게 해 놓을 정도로 엄격하고 조심했다. 나도 딸 집에 있는 동안에는 티브이 시청을 거의 하지 못했다. 미디어 영상 청결 무공해 지역이다.
그러나 못 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어른이나 아이의 마음이다. 더구나 핑큐색을 젤 좋아하는 손녀에게
핑큐색 주인공은 환상이었다. 손바닥 양쪽을 합쳐서 닫았다 열었다 하는 즐거운 동작, 아기상어 가족들이 젊잖게 헤엄치는 모습. 그 상어 가족들의 공격으로 도망가는 장면, 자상한 할머니상어 동작, 어여쁜 엄마 상어모습, 힘센 아빠 상어에너지, 멋있는 할아버지 상어 동작, 도망가다가 피하고 살았다 살았다. 즐거운 동작 어느 것 하나 마음 안 드는 것 없이 맘에 들었다.
집안의 룰도 모르고 내 핸드폰 화면 속 핑크퐁을 바보처럼 보여준 것이 화근이었다. 손녀가 엄마가 없으면 멋있어 멋있어하면서 보여달라 떼를 쓰고 울기도 호소하기도 했다. 이도 저도 안 통하면
호시탐탐 할머니 핸드폰 화면이 열리기만을 노리는 것이 참 난감했다. 그러나
눈도 버리고 마음도 버린다는데...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엄마 핸드폰은 원래 야무지게 잘 처 리를 하니까 언감생심.. 실제 눈앞에 있어도 손대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아빠는 늦은 퇴근이라.. 폰 만나기 어렵고... 젤 만만한 게 할머니 폰. 게다가 나는 아무 데나 던져놓고 나중에 찾느라 항상 정신이 없는 사람이다. 할머니 핸드폰이 안 보이고 조용하다 싶으면 어느새 할머니 핸드폰을
가져다가 방구석에서 마구마구 화면을 밀어내고 버튼을 눌러댄다.
깜짝 놀란 나는 손녀를 잡으러 오고 손녀는 막 도망가고... 결국 단호하게 막았다
점점 핑크퐁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다른 데 정신이 팔렸던 어느 날
손녀의 귀에
'귀여운 아기상어
뚜루루 뚜루
노래가 흘러나왔다. 손녀 너무 좋아 거실로 나와보니
못 보던 네모난 물건이 생겼다
지켜보자니 엄마가 저 네모난 물 건에
짱구야! 핑크퐁 상어가족 틀어줘!
하고 외치니까 노래가 나오는 것 아닌가.?
가만 나도 해 봐야지
짱.. 구야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고 한다 , 소리가 작은가.. 그럼 조금 더 크게
그런데 참 어려운 것은
'할머니" 하고 부를 때 발음이 부족해도 소리가 적어도 아니 말이 막히면
눈빛 만으로도 소통을 하는 사람하고의 대화와는 달리
소리크기, 정확한 정보, 정확한 발음
을 요구했다.
소리가 쫌만 작으면 '소리가 작다'...
발음이 어버버 하면 '무슨 소리인 지 모르겠다. 다시'
물론 소리 귀로만 듣는 음악이어서 아기상어 할아버지 상어, 헤엄치는 모습
도망가는 모습 춤추는 모습을 못 보아 아쉽지만 노래라도 어디야
아무 때나 내가 듣고 싶을 때 무한반복 가능인데..
나도 이제 세 살이 넘어가니
티브이와 핸드폰 화면을 볼 수 있을까
그러면 이 상어가족 춤도 잘 출 텐데...
아무튼 나와 AI 와의 첫 번째 소통언어는
짱구야! 핑크퐁 상어가족 틀어줘!
할머니가 생각해 본 손녀 마음이다. 나중에 손녀가 이 글을 읽을 즈음에는
어떤 AI가 나타나고 어떤 대화를 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