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다, 낮다... 무겁다 가볍다 -
무겁다 , 가볍다는 말을 가르 쳤다. 열심히
체중계에 올라가서 할머니 몸무게 재고 손녀 몸무게 재고
할머니가 무겁네. 진이는 가볍고. 이번에는 손녀가 가벼운 장난감 차를 올려놓는다
손녀가 무겁고 장난감 차는 가볍고. 아까는 손녀는 가벼웠는데 이제는 무겁네
손녀는 무거운가 가벼운가.
무겁다는 말을 가르쳐 주다가 가볍다는 말을 같이 가르치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빛과 그림자, 긴 것 짧은 것. 무거운 것, 가벼운 것 ,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둘이 아니라 하나다.
손녀 언어 육아하다 마플 할매 득도하신거 아닌가?
더워도 너무 더운 날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날리는 아파트 거실바닥이 생각난다. 손녀랑 벌러덩 누워서 장난치고 싶은데 앞장서서 걷는 손녀 발걸음은 경쾌하다. 걷다가 돌아서서 '안아줘.'라고 할까 봐 잽싸게 따라붙는다. 왜 분수 약속까지 했을꼬.. 오늘은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의 어린이집과 딸 집이 멀게 느껴진다.
여름 한 복판이다. 어린이집 퇴원 후 집으로 가는 길이다
"할머니, 왜 지렁이는 저렇게 죽었어? 앗 똥파리다. 똥파리는 어디서 왔어?"
"비가 안 내려서. 지렁이는 물이 필요하거든. 똥파리는.. 저 그게.."
"왜 비가 안 와?"
오늘은 땅 아래쪽에 필이 꽂혔다. 손녀의 왜? 궁금해... 는 한번 시작하면 끝이라는 걸 모른다.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위도 잊게 하나보다. 분수대 앞에 도착했다. 분수대 물이라도 안트는 시간이면 핑계 김에 끌고 들어가겠는데
오우! 멋있쪄. 멋있다!
(손녀의 감탄사는 오우.! 멋있다 두 번 )
분수는 이미 물을 뿜고 먼저 퇴원한 친구들은 분수 속에 들어가 옷을 다 적신채 팔짝팔짝 놀고 있었다.
틀렸다. 일찍 들어가기는...
어머나! 분수가...
(내 감탄사는 어머나! 손녀가 꼭 되받아서 흉내 낸다)
바로 뛰어드는 성격이 아닌 손녀는 일단 벤치에 앉아 뚫어지게 관찰한다.
나는 준비한 쪼그마한 과일도시락을 열어 일단 한 입 넣어준다. 과일 도시락 피크닉은 내 로망이지 손녀
로망은 아니다
역시 손녀는 건성으로 받아먹더니
크~다! 소리친다. 분수 물줄기가 높이 올라오는 중이었다
작다. 낮게 올라오면..
그러더니.
분수가 높낮이에 따라서 박자를 맞추어서
크~다 , 작다 , 크~~~ 다, 작다 흔들면서 춤을 춘다
어마나! 엄지 척! 내 동작에 바로 따라 어마나! 하는 손녀
내 칭찬에 으쓱한다.
근데 진아 크다 작다가 보다 높다와 낮다가 더 좋아
높다와 낮다를 온몸으로 설명했다
바로 ~ 높다 낮다 , 높~다 낮다로 바꿔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린다. 아니 아니 크다 작다도 틀리는 건 아니네.
얼마 전 무겁다 가볍다를 언어 육아한 결과 이렇게 완벽하게 이해하다니.
언어의 양면성에 대해 인지하든 못하든 가르쳐주고 싶었다
한 단어를 가르쳐 줄 때 그 단어의 반대말이 꼭 반대말이 아니라 방향만 바꾸면 같다는 것.
언뜻 보면 서로 적대적이고 대결구도의 언어지만 한 몸이라는 것.
빛과 그림자, 긴 것 짧은 것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 빛 뒤에 그림자가 숨어있고
그림자 뒤에 빛이 숨어있고 원의 형태이기 때문에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도 없고
대립의 세계가 관계 대통합으로 영혼의 자유로움을 얻는 최고경지라고
표현했던 불교의 능가경의 세계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기독교의 - 마태복음 제18장 -
여기에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된다는 것이 이 대통합의 세계, 천국 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내 식으로 말하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
.산은 산이 아니다 물은 물이 아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를 완벽하게 이해했다.
손녀의 언어 육아하다 손녀 때문에 내가 깨달은 손녀의 언어를 기록한다
높다 낮다,. 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