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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Aug 22. 2024

냐옹이 할머니, 앗싸 가오리할머니

-손녀가 자신 만의 언어를 만들면 엄지 척! 엄지 척! -


마플할매 탐정은 새벽부터 일어났다. 딸 가족의 아침잠을 안 깨우려고 살금살금 숨죽이며 아파트 문을 열고 인근 사우나로 향한다. 마플탐정의  은밀하고   소소한 일상 즐거움 중

 하나인     차가운 물, 그리고 바로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는 냉온탕욕은

   몇 초라도 열대와 북극의 극지를 동시에 방문한 듯한 개운함과 시원함을 주어 마플탐정에겐

최고의  소확행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매력적인 일은 사우나 실에서 듣는

"새벽 시장에서  어묵을 튀기는 곳은 늦게 가면 떨어지니 몇 시까지 가라든가

oo산부인과 새로 온 원장님이 의료사고로 쫓겨 온 사람이니 조심하라든가,

저녁뉴스에 나온 그 ooo 대표, 처가가 내 고향인데 장인이 돈 떼어먹었다느니.."


아줌마들의 수다였다. 귀만 열어놓으면 세상 돌아가는 민심을 거저 듣는 곳. 오늘 수다의 주인공은 요즘 한참 티브이에서 소통전도사로 활동하시는 눈이 유난히 큰 김창옥 님.


"어쩜 그렇게 말을 잘헌디야 .그런디 참 어렵게 살았드만.."

" 그러게 남자가 어떻게 여자맘을 그렇게 잘 안디야 .."

" 근디 그 사람 아버지는 호랑이 물어가게 생겼드만."

이곳 사우나 수다의 소재로  빈번하게 이야기 되는 드라마가 있다면  그 드라마는 100프로 대박으로 뜬다. 

저 대화는  지금 현재 K국 강연자들 중 제일 잘 나간다는 증거도 되겠다. 저분처럼 언어를 쓰면 성공?

그런데 이 강연에서 쓰는 언어를 관찰하면


  " 화상, 인간말종. 얼굴 번드르르하다고 사람이 아니여, 사람 안에는 사람이 있어야 돼. 느그 애비는

  사람이 아니여"


청각장애 아버지랑 사시는 국민학교도 안 나온 엄마가 사용했던  언어다. 절대 세련되거나 품위있는 언어는 아니다.

"어린 시절 접시 깼을 때 부모가 한 말, 자식에겐 평생 간다"

세 살 언어 평생간다가  내 버전의 언어라면 저 말은 김창옥 교수님 버전의 언어다.

자신이 경험한 것 , 자신이 아는 것 만을 이야기하신다는데 자기도 모르게  어린 시절 접시 깻을 때 엄마가 한 말이 기본이 된 엄마의 언어가 자신의 경험과 버물러져  사용하신다는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 만의 언어가 되었다. 흑수저가 될 수도 있는 언어를 금수저 언어로 만들었다.


손녀가 미래에 쓰는 언어의 가장 베이직한 기본이 지금 손녀에게 쓰는 어른들 언어이다.

손녀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자. 어쩌다가 듣보잡의 손녀 나름의 언어를 발설하면 엄지 척! 엄지 척! 을 여러 번 해주자!



손녀가 만난 할머니는 많다. 아주 어린 시절 종일 육아를 맡아주시던 대구할머니 (나는 머했느냐고? 일주일에 두번 정도 가서 2~3시간 같이 놀아 주었다.찻집 일 미정리 ,딸 아파트 근처 이사 불발  ,환자몸.. 그게 내 최선이었다).최근에 가 딸 집 드나들면서 자주 만나는 이모할머니들 진주 할머니 ...그런데 손녀의 그 할머니에 대한 호칭이 참 재미있다.


대구할머니, 냐옹이 할머니,이모할머니,진주할머니,앗싸 가오리 할머니,꽈당 할머니,왕할머니..

어떤 것은 어른이 만든 언어이고 어떤 건   손녀가 만든 언어이다

손녀가 만든 언어는 어떤 것일까?


 

"진아, 이모할머니한테 전화 왔네? "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전화든 나를 쳐다본다. "누구야 '

전화기 속의 이모가 크게 소리친다.

"진아 피아노 할머니.. 너 아빠랑 같이 우리 카페 피아노 쳤잖아? "

전화기 속 할머니는 내 동생으로 은퇴후 카페를 한다. 결혼해 새식구 된 조카사위  식사 대접 한다 온 가족이 카페로 놀러 갔다가 추억 속 오래된 피아노를 사위와 손녀가 두들겼는데 오래된 피아노 소리가 참 따뜻하고 행복했다. 이모할머니는 그 피아노소리로 자기가  기억되기를 바랐을까. 그런데 손녀는 어느새 거실에 있는 이모 할머니가 주신 고양이 인형을 들고 와서 거기서 본 잘생긴 고양이를 떠올리고 냐옹이 할머니라 이름 짓는다.  

 이모할머니도 아니고 피아노 할머니도 아닌 냐옹이 할머니! 자기 나름의 언어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걸 보고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엄지 척. 엄지 척을 수도 없이 했다


한번 칭찬받은 손녀는  승승장구 이번에는 도서관에 근무하는 막내이모할머니로 관심을 옮겼다

가장 역동적이고 본래 아이를 좋아하는 할머니라서 가장 친한 할머니 . 이 할머니는 무릎을 한번 흥겹게 탁 치면서 앗싸 가오리할머니라 하면서 깔깔댄다.

 바다 동물 레고 블록에서  손녀가 그 꼬리에 반한 가오리, 물어보고 또 물어보다 이모할머니 근무하는 도서관 화면에서 또 가오리랑 놀게 되자 또 물어 보았단다. 에라 모르겠다. 허벅지를 한번 때린 후  앗싸 가오리를 딱 한번 외쳤는데 이후로 이 할머니는 허벅지를   때리며 앗싸 가오리할머니가 되었다. 가장 나이 든 진주할머니는 덩치도 크시고 집안일 대소사를  쥐락펴락하시던 능력을 예리하게 캣취 해서 왕할머니라 작명하였다

엄지척의 효과는 놀라와서 자꾸 발전한다.

 손녀를 책임지고  봐주신 할머니신데  대구할머니. 이 분은, 맞다  어른들이 지은 호칭이다.대구에서 오셨다해서 그냥 대구할머니 .아이한테 물어    보기 전에 이미 어른이 지은 호칭은 호기심이 없어지고 그냥 대구할머니다.


유아의 언어육아기록이라는 제목의 글을 AI가 쓴다면  빅테이터 정보 글에서 쓰는 대구할머니 이모할머니 진주할머니 같은 언어만 나오게 되어 너나나나 똑같은 글이 될 것이다

좋은 글은. 미래 사회에서도 자기 만의 언어가 있어야만 , 손녀만의 언어를 사용할 때 가능할 것이다


앗싸 가오리! 할머니, 냐옹이 할머니, 왕할머니

손녀 언어육아 기록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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