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 캐슬'의 엄마 와자식들의 찻잔 -
"배때지가 따땃하니. 머.. 찻집? 나. 참 기가 막혀.. 그냥 남들처럼 쉽고 편하게 좀 살면 안 되냐?
너랑 같이 첫 발령받았던 귀남이네 딸은 조금 있으면 교감 발령받는다던데.."
먹고 살만 하니.....
친정엄마도 내 사표와 찻집이야기에 바로 저 말을 쏟으셨다.
먹고살만하니가 아니라 실은
남의 찻잔을 들고 열심히 살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기 찻잔 찾으려는 발악이 인생 이막 아닐까
엄마는 요즘 태어나셨더라면 방송 꽤나 탔을 캐릭터이시다.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다른 사람들 하는 일이 영 시원찮아 자기가 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시다. 약간 과장된 언변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늘 주변에 사람이 끓었고 집안의 대소사 때마다 해결사셨다. 집안일만 잘하냐 그게 아니고 바깥에 나가서는 마을 부녀회장으로 활약 6,70년대 지방 국회의원 부정 선거 자금 봉투도 만지는 걸 보게 만들으신 분이시고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얼마 전까지 경로당 회장까지 하신 분이시다. 외모부터 포스가 있으시다. 여우같이 할머니를 캣취 한 손녀는 아무리 진주할머니라고 부르라고 해도 꼭 왕할머니라 부른다. 젊은 시절에 아버지를 잃은 엄마는 더 강해지셨고 유일한 미래인 자기 자식들의 교육에 목숨을 거셨다. 집에서 그래도 공부를 젤 잘했던 내게 거는 엄마의 기대는 무척 커서 부담스러웠다.
이 엄마의 욕망이 강하면 강해질수록 나는 내 주장은 일도 못하는 어리바리한 마마걸로 컸으며 결국 대학진학도 엄마의 선택대로 착하고 얌전한 교사가 되는 데로 진학했다.
자유로운 영혼인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교사라는 직업이 숨 막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일찍 은퇴하고 인생 이막에 나섰는는 지 모른다
그래서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욕망의 끝장판이고 세상을 떠도는 찻잔들 이야기인
드라마 'SKY 캐슬'이 한참 대세일 때 참 열심히 시청했다.
욕망은 삶을 유지하는데 어느 정도 필요한 게
정상인데 이 부모들이 가진 욕망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 사회의 분위기에 따라 성형 수술된 욕망이라는
것이다. 성형이 비슷비슷하듯이 그 성형된 욕망이 자식을 서울대 의대 보내기.
이 미친 질주에 동참한 엄마들의 필요로 아이들 개인 맞춤형 진학 코디까지 등장한다.
학원 관련 작업계에 진학 코디라는 새 길이 생긴 거다.
코디... 하다 보니 캐슬에 나오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이 든 찻잔이 어쩜 저리도 절묘하게 맞을까... 감탄하곤 했는데 찻잔 코디라는 직업이 탄생하지 않을까, 아니 내가 만들까 하는 상상도 했다.
서울대 의대라는 밥그릇을 향해 찻잔 들고 부지런히 뒤쫓아가는 엄마들 ,, 그 엄마들의 찻잔을 보면
캐슬드라마에서 진실을 캐는 지적인 동화 작가 우주엄마는 심플한 무채색 머그 커피잔을 들고 나오는데
만약 예서 엄마의 로맨틱한 한국도자기 로즈클라라 커피찻잔을 들고 나왔다면 얼마나 어색하였을까.
찻잔 코디 관점으로 보았을 때 sky 캐슬만큼 재미있고 흥미 있는 드라마가 또 없다.
찻잔 계의 스타들이 총출동 했으니 말입니다 , 한국도자기
로즈클라라 같은 국산스타뿐 아니라 글로벌하게
각 나라의 별들이 다 출연했으니.....
찻잔계의 샤넬이라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로열코펜하겐, 러시아 황실그릇로모노소브의 코발트넷찻잔
프랑스 비대칭 유닉크한 아스티에 드 빌라트, 독일 후첸 로이터의 에스텔
270년 전통 영국 로열 크라운 더비....
더구나 이 찻잔이 인물들의 상황과 캐릭터에 딱 맞게 출연한다.
예서엄마의 250년 전통의 로열크라운더비 영국 찻잔은 흙수저 신분 세탁 과시용으로 딱 맞고
남편에게 차분한 반항을 막 시작하려는 쌍둥이 엄마 승혜 님의 찻잔은 녹차 찻잔이 어울리고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수한엄마의 푸른 로열코펜하겐 찻잔
빈틈없는 입시 코디 주영님의 오점 하나 없는 깔끔한 순수화이트 찻잔, 일본다기
모두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너무도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남 따라서 찻잔 들고 하는 질주를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
자신의 찻잔을 찾아야 지요
여러분이 찻잔 코디라면
예서 엄마에게 지금 필요한 찻잔은 어떤 찻잔이라 생각합니까?
예서 엄마는 술주정뱅이 선지 팔던 장사꾼 딸입니다.
온갖 품위와 우아를 다 떨지만 전형적인 흙수저 출신이지요
해서 조금만 흔들리면 “아갈머리”라는 상스런 언어, 숨길 수 없는 과거가
튀어나오지요.
그녀가 지금 내놓는 찻잔은 모두 그녀 과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허세와 과시입니다
250년 된 찻잔 이야기 하면서
친정아버지 시드니 은행의 총장이라...... 거짓으로 말하니 까요.
저는 이런 예서엄마에게 저 멀리 캐나다 프린세스 에드워드 섬
빨강머리 앤이 마시던 홍차잔을 공수해서 선물하고 싶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상처받았던 곽미향 이란 이름의
어린 시절의 예서엄마. 어린 시절의 자신을 불러내 돌보고
아픈 상처를 쓰담쓰담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어린 시절은
“가을에 단풍도 아름답지만
잎이 다 떨어져 말라버린 숲도 역시 아름다워.
마치 누군가가 봄이 올 때까지 낙엽이불을 덮어준 것 같지 않니? “
“상상하는 것을 유치한 일이라고 하지 말아 줘"
앤의 말처럼 돈과 성적과는 상관없는 비현실적인
아이다운 상상력을 맘대로 할 권리가 있고
이 상상력은 그 시기 아니면 할 수 없는 순수한 동심의 세계이고
“예전처럼 떠들고 싶지가 않아 멋진 생각이 떠오르면 조용히 가슴속에
간직해 두는 거예요. 보석처럼요
. 그런 일로 남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이런저런 얘길 듣고 싶지가 않아요
게다가 어떻게 된 건지 과장된 표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졌어요"
그런 과장된 상상력의 시간을 보내고
비로소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
이런 시기 없이 바로 어른이 되면????
예서 엄마처럼 끔찍한 괴물이 되지 않을지요
.
예서 엄마가 어린 곽미향으로 돌아가
홍차 잔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자신의 딸들 마음도 헤아려지지 않을까요
.
사람이 지나쳐야 할 과정이 다 있고
그 과정을 거세하면 자신처럼
이상한 어른 괴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요?
교육은 아이가 목말라 간절히 원할 때 그 원하는
것을 주는 게 옳다
. 코디나 엄마 목이 마를 때가 아니라 아이가 목마를 때
원하기도 전에 미리 물을 주는 것은
아이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꿈 구멍을 막아버리는
잔혹한 폭력 아닐는지
.....
자신의 색깔대로 살지 못하고 이상한 어른 괴물이 되어서
인생 이막 터닝 포인트 지점에서 방황하는 세상이 안 되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