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페닌슐라호텔 '더 로비' -
쪼르륵 똑.. 똑
다관의 찻물이 방울방울 스타카토처럼 조용히 찻잔에 떨어진다.
찻잔 소리에 빠져 있는 데, 우르릉 쾅 ~ 이번에는 천둥 번개 소리다.
큰 소리가 작은 찻잔 소리를 억압한다.
찻물 떨어지는 소리는 천둥소리에 흔적도 없이 다 사라진다.
떼거리가 홀로를 위협한다.
그 작고 이쁜 제비꽃도 떼로 몰려 땅에 한번 깔리면
작은 빈카 마이너 꽃, 등심붓꽃, 독하지 못한 꽃들은 투항하고 사라진다.
메뚜기떼 참새떼 불개미떼 떼로 몰린 것들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위험하다
큰 목소리에게 기죽지 않고 조곤조곤 작아도 자신의 성량대로 말하고
떼로 몰려와 같이 휩쓸리자는 유혹을 물리치려면
왕따와 독고다이로 사는 것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자기 만의 색깔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사는 찻잔이 되려면.
촌 것들...
모든 것이 서울 수도권, 중심인 K 국에서 나는 점점 인구가 소멸되어 간다는 지방 도시에 산다. 그리고 그 도시 근교 호숫가에 찻집을 하니 나도 찻집도 찐 촌 것들이다.
지금에야 한옥 찻집이 흔하지만 찻집 초창기에는 드물고 귀했다.-
서울 손님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이 한옥 서울에 있었으면... 대박인데-
서울 사람들에게는 지방에 있는 모든 것 은 촌것들... 지가 아무리 품격이
있다 해도 촌 것이지.. 가 내면에 깔려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 지역 건설 회사가 삼성 래미안을 본떠 라미안이라고 아파트 이름을 붙여
분양 공고를 냈을 때 이 도시 주민인 것이 부끄러웠다. 차라리 촌 발 날리는 이름을 쓸 것이지.
흉내 내고 카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촌발 날리는 행동인지 모르시나...
낯이 화끈거리고 화가 났었다. 이 과한 오버는 내 열등감 때문 임을 잘 안다
우주의 모든 것들은 남과 다른 자기만의 색깔. 자기 만의 목소리,를 가질 때 자기답고 아름다우며
존재의미가 있고 빛이 난다.
촌 것들도 촌 것들 나름대로 의 품격과 아름다움이 있다
촌것 나름의 혼 찻잔 세트를 만들고 싶었다.
시골 찻집에서 무슨 찻잔 세트까지...
대답을 하려면
홍콩에서 만난 애프터 눈 찻잔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 풀고 쫓아간 페닌슐라 호텔 더 로비는 애프터눈 티 명소답게 많은 손님들이 긴 줄을 이루고 대기하고 있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건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닌데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 이곳이었으므로 삼십 분쯤 기다려 입장했다. 이곳의 찻잔이 궁금했던 것은 가끔씩 단체 모임의 연수나 아이 돌잔치, 회갑연 등 집안 행사 시에 간단한 먹을 것을 겸한 티파티를 원하는 손님들이 생기기 시작해서였다.
실내는 상상한 대로 우아하고 화려했다. 이층 실내 베란다에서는 젊은 실내 연주단의 사랑의 인사가 흘러나오고 티브이에서 잠시 화면으로 본 영국 황실의 차실을 상상할 정도로 고급지고 우아했다.
기본 티로 홍차 화차 우롱차 커피 등이 준비되었고. 1인 한 가지씩 티를 골랐다. 나는 다질링 홍차를 주문하고 딸과 단 둘이 간 여행이었는데 딸은 커피를 골랐다. 호텔 오픈 때부터 사용되었다 고 하는 기품 있는 티파니 앤 코의 순은 제품기물들이 흰 테이블보 위에 반짝거렸다 크리스털유리 화병에 꽂힌 샛노란 칸나 한송이 가 우아함을 더해주는.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3단 트레이와.. 황금색 블루색 줄이 그어진 페닌술라 로고가 찍힌 특별 제작품 찻잔. 3단 트레이
1단에는 정통스콘, 2단에는 시그니처 샌드위치 4종류, 3단에는 달디 단 케이크류.
다질링 홍차도 익숙한 맛이었고 3단 세팅 조합도 흔히 보던 애프터눈 티 세팅이었다. 가만, 이건 완전 영국 풍이잖아. 당연하지 홍콩은 영국 식민지였으니...
먼가 불편하고.... 그렇다! 먼가 불편하고 부족했다. 그게 먼지는 첨엔 정확히 몰랐다.
. 한 때 '라이프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에 빠져 일본 도쿄의 츠타야 서점만을 목표로 여행한 적이
있었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현지에서 뜻밖의 티하우스 일본 긴자 히가시야라는 카페에서
애프터 눈 티 세트를 만났다.
내겐 서점보다 더 의미가 있는 여행이었다.
첫눈에도 , 누가 봐도 일본 차실의 애프터 눈 티 세트!
찾았다.!!!!! 영국의 애프터눈티가 귀향한 일본으로 돌아와 완전 일본화가 된 것
정체성... 일본의 색깔이 분명한 찻잔. 홍콩까지 가서 줄 서서 기다렸다가
마신 애프터눈 티에서 느낀. 먼가 부족했으나. 그게 먼지를 몰랐으나 이제 알았다
중국에서 시작한 차가 영국으로 건너가면 영국식으로 변신 진화. 그런데 그게 다시
다시 동양으로 왔으면 동양식으로 변신해야 하는 것
자신의 존재감을 목소리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향기가 차의 매력아닌가? 숨김보다 존재감이 너무나 드러난 화려한 향의 홍차. 그리고 지나치게 장식이 많고 화려한 찻잔도.. 절제 와 금욕과는 거리가 먼 저 달디 단 케이크, 마카롱... 그래서 애초에 중국에서 태어난 차가 영국으로 가서 영국화 되었다 다시 영국 식민지 홍콩으로 귀환한 애프터 눈 티를 보려 했었다.
그러나 홍콩 페닌쉴라 호텔 더 로비의 애프터눈 티도 영국식 그대로 애프터눈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