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타르트 한 조각, 혜정 샘의 손 한쪽-
찻잔의 내면에 금이 가는 비밀을 숨긴 채,
늘 조마조마했던 찻잔이 결국 깨졌다.
하필 가장 아끼는 티타임 시간에.
찻물은 줄줄 새서 차 한 모금도 못 마시고
텅 빈 찻잔에는 우울한 차향기만 남았다
깨진 찻잔은 이제 무엇으로 사나?
한숨 자고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니 미애샘이 놓고 간 체리타르트 한 조각.
부드러운 바삭바삭한 달콤한 너무 달지도 시지도 않은 청량한 체리 조각들, 미애샘 딸의 솜씨다
베스킨라빈스키 아이스크림 한통을 미친듯이 퍼먹고 있으면 엄마 젖무덤에 파묻힌듯한 원초적인 힐링
을 느꼈던 젊은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그러나 이번에는 빨강머리 앤의 소녀감성이다
그리고 비틀비틀 마음도 몸도 나간 깨진 찻잔에게 손 한쪽을 내주던 혜정샘
깨진 찻잔은 혜정샘의 손이 생각보다 튼튼하고 단단해서 놀랐다.
내 찻잔이 금이 가고 곧 깨질 거라는 것은 나보다 남이 더 먼저 안다
비밀도 아니다
용기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것
주변에 피해를 주는 걸 극도로 꺼리는 사람도,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는 걸 알았고 그럴 때는 주변의 힘으로 지나올 수도 있다는 것도 배운다
케이크 한 조각이 그렿게 사람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니
사람의 손이 그렇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다니
ᆢ
- 매 순간마다 나만의 찻잔으로 나만의 茶法으로 나다운 인생의 티타임을...
깨진 찻잔의 브런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