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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청소

공간을비우다

by tea웨이

찬란하던 여름 정원의 꽃이 진다.

수국, 보랏빛비비추 ,평생 새댁이미지 배롱나무 꽃잎,

이쁜 나비들만 모여드는 털부처꽃......

늦은 장마비가 빨리 사라지고 싶은 꽃잎들의

마음을 모른 척 조곤조곤 끊임없이 적신다


아침에 일어나 차실로 나갔더니 참새가 차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떨어져 죽어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저녁에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망자는 공간에서 몸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망자는 공간을 못 가진다.

살아있는 몸만이 육지, 물, 도시,산,아파트,주택 ...

공간이 필요하고 자기 만의 공간을 가진다.


자신이 선택하기도 하고 떠밀려 가기도 하고

꿈꾸기도 하고 포기하면서 만든 자신 만의 공간.





지금 이 순간 각자 머물고 있는 공간이 바로

자신이다. 지금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몸 담고 있는 공간을

보면 된다.



시골 호숫가 차실 ,찻잔, 노트북 ,요가매트 , 책 .약통 ....

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 하나 하나 지나온 시간들과 현재

를 떠올리자니 갑....갑하다 .

창문을 여니 차실 공간에 서늘한 공기가 들어온다. 마음이 철렁하다.

가을이구나. 여름 내내 집 나갔던 찻잔이 이제는 돌아와

등잔 밑에 숨어있던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

질병, 죽음, 자객 ,상실감, ,,,

쓰나미처럼 덮쳐와 문득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수행의 출발점은 청소이다.다실(도량 )의 청소는 세례행위이며

정화의식이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물을 뿌린 다실은 일상의

'공간에서 지성소로 변한다

-Tea&Culture 매거진 2019.5.6월 숙우회 사방찬 -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불안한 이 마음의 기운을 바꾸려면

보이는 공간 부터 먼저 정리 청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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