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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in Pangyo Aug 21. 2019

워킹맘, 여름휴가에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이유

#회복(recovery)의 비밀 #휴가 후유증

‘하루만 자고 싶은 만큼 푹 자고 싶다.’
‘딱 하루만 내가 눈 뜨고 싶을 때 눈 뜨고 싶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수면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지,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진행 중이라 그런지, 부쩍 기운이 없는 제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딱 하루, 아니 12시간만 자도 소원이 없을 것 같았는데 일주일 넘게 휴가를 다녀와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몸과 마음이 더 무거워진 기분입니다. 휴가를 다녀와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가 아직 어린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근속연수 5년, 10년 포상으로 한 달 동안 리프레쉬 휴가를 다녀온 싱글 동료들도 ‘아니, 어떻게 하루 만에 이렇게 피곤해질 수 있지?’라며 놀라워하고는 합니다.    


그 이유는 회복(recovery)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휴가 같은 긴 시간의 회복 효과는 빠르게 사라진다.
업무에 복귀했을 때, 휴가를 가기 전의 번 아웃과 웰빙의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오므로,
그것보다는 일상적인 회복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Evangelia Demerouti)    



긴 휴가 후 업무에 복귀를 하게 되면, 떠나기 전의 내 상태 그대로 빠르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건강한 방법은 일상 속에서 적절한 휴식을 주는 것입니다. 문제는 말이 쉽지 ‘월화수목금금금’, 아니 ‘(회사) 출근-(육아) 출근-(회사) 출근-(육아) 출근이라는 ‘출근, 출근, 출근, 출근’의 삶을 살고 있는 워킹맘들에게는 쉰다는 것 자체가 정말 쉽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길게 보고, 멀리 봐야 합니다. 6개월 일하고, 1년 일하고 그만둘 것은 아니니까요. 내 삶의 웰빙 수준뿐만 아니라, 업무 수행의 질을 높이기 위함을 목적으로 일상 속 회복 활동을 ‘업무의 연장선’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복(recovery)란 무엇일까요.


회복은 긴장이 줄어든 상황에서 개인의 기능들이 스트레스를 받기 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입니다(Sonnetag & Natter, 2004). 회사에서 스트레스 상황들이 발생했을 때, 심박수가 증가하고 혈압이 증가하는 등 긴장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업무가 종료된 후에도, 퇴근한 후에도, 노트북이 꺼진 후에도 계속해서 이런 반응이 이어진다면 이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만성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신호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내 일은 책임지고 해야 하니까 이렇게 스트레스받는 건 당연한 것 아니야?’라는 마음이 올라오시는 분이 계신가요? 이렇게 책임감이 유독 강한 분이시라면, 더더욱 자신을 보듬어주시고 돌봐주셔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말이지요..)    



다행인 것은 회복(recovery)은 업무 중에도, 업무 중이 아닐 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퇴근 뒤의 저녁 시간, 주말이나 휴가 중에도 회복이 일어나지만 업무 중에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긴 방학을 보내다가 업무에 복귀했을 때나 업무 중의 짧은 휴식 등처럼 말이죠. 재미있는 것은 조금 더 효과적인 회복 방법과 그렇지 않은 회복 방법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1) 노력이 적게 드는 회복 활동 : TV 시청, 음악 감상, 소파에서 쉬기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고, 생물학적 시스템에 어떤 요구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활동들, 저도 참 좋아합니다.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1층 테니스 연습장의 공만 따라가며 보기도 하고, 침대에 누워서 아이들 사진을 보는 것도 제가 좋아하는 시간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회복 활동들은 실제로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거나 아무 효과도 없다는 연구들이 다수입니다.(Rook & Zijlastra, 2006; Iso-Ahola,1997) 회복에 도움이 되려면 심리 생리적 활성화를 줄여주고, 근육을 이완시킬 수 있는 활동들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음악 감상, 반신욕, 자연 속 산책 등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긍정 정서를 발생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2) 잠(sleep)

가장 기본적인 것이 ‘잠’입니다. 많은 선행연구들은 잠의 회복 기능을 입증하였습니다. 수면 시간이 적은 사람들은 피로 수준이 높고, 업무를 하는데 추가적인 노력이 듭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에 업무 내용을 생각하거나, 갈등이 있는 동료를 생각하는 등 인지적으로 각성이 될 경우 수면 장애는 증가합니다. 성인은 평균 7-9시간의 수면이 필요하며, 밤잠이 부족할 경우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여 15분 정도의 낮잠을 자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첫째 임신 때는 회의 시간에 쏟아지는 잠을 찾기 위하여 손톱을 피가 날 때까지 뜯고는 했습니다. 복직 후에는 굳이 손톱을 뜯느니 점심시간에 수면실을 이용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때는 화장실에서 10분 정도 잠을 자고 왔습니다.  



3) 사회 모임 (Social activities)

친구들과 저녁 식사, 파티처럼 직접 만나서 하는 활동 및 친한 친구와 전화 통화하기 등 간접적인 사회 접촉을 포함하는 활동들은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사회적 활동을 할 때 사회적 지지를 얻을 수도 있고, 업무를 할 때 드러내지 않았던 나의 모습을 편하게 꺼내어 낼 수도 있습니다. 하루쯤은 과감히 아이들을 맡기고 근로자도, 엄마도 아닌 온전한 자신으로 시간을 보내셔야 합니다. 상황이 어려울 경우에는 퇴근길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통화를 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4) 심리적 분리(Psychological detachment)

심리적 분리는 업무로부터 분리되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업무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인데, 이는 업무와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서도 신경을 끄는 것을 포함합니다. 업무에 대한 생각은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업무 시간에 활성화되었던 기능들을 작동시켜 회복 과정을 저해시키기 때문입니다. 실제 경험적 연구에서도 여가 시간에 직무로부터 심리적 분리를 하는 사람들이 더 나은 기분과, 적은 피로도를 보고하였습니다.    



5) 업무 중: 피드백, 배움의 기회 등 직무 자원 

수행 업무에 관련한 배움의 기회, 피드백 등의 직무 자원은 업무가 끝난 후에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공부나 프로젝트의 기회, 동료들의 피드백 등은 업무 활동 중에도 웰빙에 긍정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죠.    




저에게 회복 활동 중 하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입니다. 오늘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몸과 기분이 축 처져서, 잠시 해야 할 일들을 미뤄놓고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 (글의 질과는 관계없이) 조금 뿌듯하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요즘 유난히 쉬고 싶고, 피로가 쌓이고, 화가 자주 나신다면 몸으로 회복 필요성(sence of urgency)을 느끼고 계시는 것일 수 있습니다. 퇴근길에 친구랑 통화하고, 두 정거장 먼저 내리셔서 선선해진 밤공기 맞으면서 좀 걸으시고, 반신욕이 어려우시면 뜨거운 물 콸콸 틀어놓고 노래한 곡 부르시며 샤워를 해보세요.


우리 워킹맘들, 오늘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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