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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가 본]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 4

게임에서 그려진 실제의 생물들 (2) - 상어편

by 탱강사

환도상어 (Thresher Shark)

게임 내에서 초반에 만나는 수중생물 중에 가장 까다로운 녀석이라고 한다. 무엇보다도 저 후려치는 긴 꼬리가 너무도 위협적인 무기인데, 게임에서 처음 만난 순간 그 놀라운 공격에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실제의 바다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하여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기다란 꼬리가 근사한 환도상어. 게임에선 저걸 회초리처럼 후려쳐대서 문제지만


다이빙을 배우고 이제 막 다이빙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Angela 강사님이 좋은 곳을 찾았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곳이 바로 "말파"라고 불리는 필리핀의 말라파스쿠아였다. 그때는 좋은 곳이니 같이 가자 그래서 같이 가긴 했는데, 거기는 뭐가 좋아서 가는 건지도 모른 체로 따라갔다. 뭐... "환도상어"???를 볼 수 있다고 그러는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상어이긴 했지만, 그땐 왜 그랬는지 열심히 찾아볼 생각도 안 해봤나 보다.


그때의 말파 투어는 쉽지 않았다. 배를 타기 위해서 수재민처럼 바지를 걷어올리고 물을 건너야 하기도 했고, 밀입국자처럼 깜깜한 밤에 조명도 없는 황량한 해안으로 작은 배를 타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 체로 섬에 발을 디뎠었다.


그렇게 도착한 리조트의 벽에는 바다 풍경 그림이 있었는데, 제일 크게 그려진 것이 상어였다. 그런데 어째 이 상어는 생김새가 이상하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에 어버버하게 뜬 입. 기껏 특이한 모습이래 봐야 기다란 꼬리였다. 그나마 이때만 해도 '무슨 상어 꼬리를 저렇게 길게 그려 놨담?"이라고 생각했고. '그래, 이 녀석이 환도상어인가보지. 그런데 그리려면 좀 잘 그릴 것이지 말야... 그저 귀엽게 좀 그려보려다 이 모양이 된 건가?'라고 생각을 했다.


대충 이런 느낌의 벽화. 실제론 환도상어 얼굴이 더 맹하게 그려져 있었다.


모나드숄이라는 이름의 포인트로 환도상어를 보러 간 다이빙. 30미터 수심에서 한참을 있어도 뿌옇게 흐려져버린 바다에는 별다른 피사체가 보이지 않았다.


한 20분쯤이 되었을까, 누군가의 손가락이 어딘가를 가리키기 시작했고, 드디어 "환도상어"라는 녀석이 나타났는데...


세상에 무슨 이런 상어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환도상어와의 첫 만남


어랏?!?! 뭐야? 리조트에 그려진 상어랑 똑같이 생겼잖아? 세상에 그렇게 귀엽고도 멍청한 얼굴을 가진 상어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뭔가. 알고 보니 리조트 벽화는 극사실 주의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래, 다른 물고기들은 그렇게 잘 그려 놓고 얘만 특이하게 보였을 때도 이상하긴 했어.


스쿠버다이빙을 하지 않았더라면 게임에 등장한 환도상어를 보면서도 이런 상어가 실제로 있는 동물인지, 어디 사는 동물인지도 전혀 몰랐을 테지.


그렇다 하더라도, 게임에 나오는 다른 수중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공격하는 그런 일은 없다. 하지만 긴 꼬리는 정말로 사냥 용도로 사용하는데, 후려친 충격에 기절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고 하니, 운이 좋으면 눈앞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https://brunch.co.kr/@divingtang/52




귀상어 (또는 망치상어. Hammerhead Shark)

Hammerhead Shark라는 이름에 걸맞게 게임에서는 머리를 망치처럼 휘둘러대면서 등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커다란 레이더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망치처럼 생겼다고 망치상어. 실제 기능은 레이더 역할이란다. 하지만 게임에선 역시나 후려치는 용도...


스쿠버다이빙으로 귀상어를 볼 수 있는 곳은 갈라파고스제도, 중미 태평양의 코코스섬 같이 먼 곳들이었는데,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부근의 반다시(Banda Sea), 오키나와의 남쪽 끝자락인 이시가키나 미야코지마 등지에서도 볼 수 있는 투어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앞에 장엄하게 펼쳐질 때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https://youtu.be/Xo0qjO_M3RM

중미의 코스타리카 코코스섬에서 만난 귀상어 떼. 이거 하나 찍으려고 여기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까지 멀리 안가도 볼 수 있다지?)

https://brunch.co.kr/@divingtang/148




뱀상어 (Tiger Shark)

SNS에서 수중생물 동영상들을 좀 봤더니 요즘은 알고리즘에 딸려와서 엄청 자주 만나는 동물이다. 동영상의 대부분은 다이버 옆을 지나치거나 다이버가 코를 잡아서 다른 곳으로 밀어내는 장면들이다.


그러면 이 상어도 순한 녀석들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3대 상어 중 하나로 꼽힌다. (나머지 둘은 백상아리와 황소상어. 그렇다고 이 상어들이 그렇게 난폭하고 무섭기만 한 괴물들은 아니다.)


뱀상어는 정말 무시무시하게 묘사해 뒀다.


하지만 동영상에 나오는 뱀상어들은 모두 그다지 위협적이어 보이지 않고 나도 쓰다듬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뱀상어가 유명한 것은 이들이 닥치는 대로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다 삼키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이들의 뱃속에서 나오는 것들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하다. 이 때문에 뱀상어는 포악하다는 악명이 붙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뱃속에서 나온 신기한 것들의 대부분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라는 점이다.


다시 돌아가서, 동영상에 나오는 이들이 뱀상어를 그렇게 순한 강아지 쓰다듬듯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습성을 잘 알아서 이들이 손처럼 쓰는 주둥아리를 잘 상대해 줘서 그런 것이다.


그런데 얘네의 이름이 영어로는 Tiger shark인데, 한국어로는 왜 뱀상어인 것일까? 얼룩무늬가 뱀무늬라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처음에 이름을 붙인 사람이 "범상어"라고 쓴 것이 옮겨지는 와중에 "뱀상어"로 바뀌어 버린 것을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https://youtu.be/LPhIrp3DmO4

중미의 코스타리카 코코스섬에서 만난 Tiger Shark. 우리를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그린란드 상어

그린란드 상어는 인터넷으로만 보던 생물인데, 매우 신기한 특징들이 있는 특이한 생물이다.


게임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자...


일단 수명이 놀랍도록 길다. 얼마나?라고 한다면... 당신이 알고 있는 오래 사는 생물은 무엇인가? 십장생도에 그려진 거북이나 학 같은 동물을 떠올렸겠지만, 그린란드상어는 이들의 수명을 합친 것보다 수명이 더 길다. 그래서 얼마나? 매우매우 오래...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는 게,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이다. 그나마 추정할 수 있는 수명이 300에서 500년 정도란다. 무엇? 무려 척추동물 중에 가장 오래 사는 생물이라고 한다. 얘네들은 차갑고 어두운 물속에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도대체 어떻게 지내는지...


이것만으로 벌써 놀라운데, 그다음 얘기도 만만치 않다. 그린란드상어는 모두 시력이 없다고 한다. 음... 심해생물나 동굴에 사는 동물들 중에 그런 동물들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그런데 시력이 없는 이유가 놀랍다. 눈에 붙어 있는 기생충 때문이란다. 음? 그게 뭐야? 그린란드의 사진을 보면 항상 눈에 뭔가를 달고 다닌다. '피어싱인가...?'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것이 바로 그린란드 각막에 붙어 있는 기생충. 아니, 그러면 기생충에 감염되지 않고 멀쩡한 녀석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 알려진 모든 그린란드상어가 모두 이 기생충 때문에 시력이 없다. ??? 도대체 그게 무슨 얘긴지? 알쏭달쏭한 얘기다. 도대체 그러면 태어날 때는 어떤지, 이 기생충들은 어디서 나타나는 건지, 도통 이상한 얘기들이지만, 현재로선 인류가 이 생소한 동물에 대해 아는 건 여기까지이다.


이 녀석들도 게임에서처럼 사람을 공격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난 인류가 대부분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과학자들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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