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희원 Feb 16. 2023

나의 본성은 다른 인간의 본성과 동일한가?

에티카 4부 후반부 강독 2

에티카 4부 정리 38부터 정리 73까지를 정리하자면, 핵심 키워드는 ‘이성’이고, 그 내용은 ‘이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정리 38부터 73까지 ‘이성’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무엇을 할 수 있게 하는지, ‘이성’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은 어떻게 되는지,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인간은 어떻게 되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이란 명석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무엇을 인식하는가? ‘선’과 ‘악’을 인식한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스피노자에 따르면 ‘선과 악은 우리가 사물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형성하는 개념 혹은 사유의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선은 우리가 형성하는 인간 본성의 모델에 점점 더 가깝게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며, 악이란 우리가 그 모델이 되어 가는데 있어 방해가 된다고 확실히 아는 것이다.’ 그 모델에 가까워지는 것은 완전해지는 것이고, 그 모델에 멀어지는 것은 불완전해지는 것이다. 스피노자는 또한 ‘완전성을 실재성이라고 이해한다. 즉, 자신이 실존하고 어떤 결과를 산출하는 한에서 완전성을 그 사물의 본질로 이해한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된다.


1. 이성이란 명석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2. 이성의 인식 대상은 선과 악이다.

3. 선이란 우리가 형성하는 인간 본성의 모델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고 악이란 그 모델에 점점 멀어지는 것이다.

4. 인간 본성의 모델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완전해지는 것이며(완전성), 그 반대는 불완전해지는 것이다(불완전성).

5. 완전성은 실재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재성이란 그 사물의 본질이다.


결론 : 결국 이성이 명석판명하게 인식하는 것은 선과 악이며, 여기서 선이란, 그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며, 악이란, 그 사물의 본질에 멀어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스피노자가 말하는 이성은 매우 타당한 개념이고 나 또한 인간의 이성을 이렇게 이해하는게 맞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하나 있다. 


“나의 본성은 다른 인간의 본성과 동일한가?”


즉, 나의 본질(본성)에 가까워 지는 것은 타인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과 동치인가? 이에 대해 스피노자는 본질의 정의에 대해서 에티카 2부 정의 2에서 “A가 주어지면 어떤 사물도 필연적으로 주어지고 A가 제거되면 그 사물도 필연적으로 제거되는, 혹은 A 없이는 어떤 사물이 존재할 수도 인식될 수도 없으며 역으로 그 사물 없이는 A가 존재할 수도 인식될 수도 없는, 바로 그 A를 어떤 사물의 본질에 속한다고 이야기한다.” 해당 문장을 식으로 풀어쓰면,


~A존재 -> ~사물존재 n ~사물인식

A존재 -> 사물존재

~사물존재 -> ~A존재 n A인식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A(본질)하고 그 사물의 존재와 인식은 동치의 관계라는 말을 이렇게 풀어 쓸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여기에 더해 “어떤 사물의 본성에 가장 잘 일치하는 것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이다. 따라서 자기 존재를 보존하고 합리적 삶을 향유하는 인간에게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인간보다 더 유익한 것은 없다.(부록 9)”라고 이야기한다. 즉, 나의 본성에 가장 잘 일치하는 것은 다른 인간이라고 스피노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스피노자의 본성에 관한 이야기에 따라, 나와 다른 인간의 본성이 일치하려면 나와 다른 인간의 존재가 일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의 본성 = 나의 존재이기 때문)


그렇다면 추가적으로 질문이 생긴다. 나의 존재는 타인의 존재와 일치하는가? 이에 대해 스피노자는 ‘존재하는 것’ 이라는 명제 자체는 실체의 특성이기 때문에 일치한다고 보는 듯 하다. 예컨대, 에티카 1부 공리 1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자기자신 안에 있거나 다른 것 안에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에티카 1부 정리 7에서 그는 “존재하는 것은 실체의 본성에 속한다.”라고 이야기 한다. 에티카의 논리상 실체는 신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존재하는 것은 신의 본성에 속하고, 그러므로 오직 하나이다. 


그러나 ‘나’와 ‘다른 인간(타인)’은 실체가 아니라 개별 사물이다. 스피노자 에티카 1부 정리 8에 따르면, 자연에 특정한 수의 개별 사물이 존재한다는 예시로, 인간을 들고 있다. 즉, 스피노자는 인간 개개인 또한 개별 사물로 파악하고 있다. 개별 사물의 존재는 당연히 다를 것이다.


그러면 다시 주제로 돌아와보자.


1. 인간 각각은 개별 사물이고, 그들의 존재는 다르다.

2. 어떤 사물의 존재와 본성은 동치관계이기 때문에 존재가 다르면 본성도 다르다.

-> 인간 각각의 본성은 다르다.

3. 이는 스피노자가 주장한 “어떤 사물의 본성에 가장 잘 일치하는 것은 같은 종의 다른 개체이다. 따라서 자기 존재를 보존하고 합리적 삶을 향유하는 인간에게 이성에 의해 인도되는 인간보다 더 유익한 것은 없다.(에티카 4부 부록 9)”에 대한 반박이 된다.


그러므로 결국 이성적인 타인이 나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논리적인 오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이성에 대한 스피노자의 의견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하는데, 이성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나의 자아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과연 모든 인간의 이성은 일치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