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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 Nov 15. 2018

우리나라에서는 유니콘이 태어날 수 없다.

스타트업이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넘을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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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big-thinking/24


    나는 지금까지 회사 두 곳에서 근무했다. 첫 번째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중견기업이었고, 두 번째 회사는 우리나라에 막 진출한 중국계 스타트업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며 직접 느낀 우리나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없는 이유를 적어보고자 한다.


유니콘 기업이란

유니콘은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이마에 뿔이 하나 달린 말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1) 공공기관

2) 대기업


    위에 나온 두 주체는 사실 어느 나라를 가도 스타트업이 협력해야 할 대상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관계가 타국과 비교하면 더 깊숙하고 종속적(?)인 모습이다. 왜 그런 걸까?



    


    먼저 공공기관이다. 여기에서 공공기관은 공기업에서 지자체까지 모든 공공단체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규제 천국 대한민국


흔히 들어본 말일 것이다. 내가 근무했던 스타트업은 중국계 공유자전거 서비스 회사였다. 지난 글에서도 말했지만, 첫 근무지는 부산이었고 그곳에 내려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부산 행정구청을 모두 방문하는 일이었다. 자전거 관련 업무는 보통 '교통행정과' 소속 주무관이 담당하기 때문에 그쪽으로 연락하는데, 그들이 가끔 하는 얘기가 있다.


그게 우리 소관이 아니라……


교통행정과에서 안전과나 도시재생과에 문의하라고 하여 연락을 하면, 또다시 교통행정과에 먼저 문의하라는 돌림노래가 된다. 어떻게 보면 공무원들의 '일 떠넘기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총 18개의 부처가 있다. 이 중에 근무하면서 파악한 공유자전거 서비스가 연관된 부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산업자원통상부 그리고 환경부까지 7곳이나 된다. 이것이 무얼 의미할까? 우리나라에서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이 제대로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위의 7곳에서 정한 법률에 저촉되면 안된다는 걸 말한다. 당연히 법률은 안정적인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그것을 스타트업도 예외 없이 따라야 한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법안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여러 부처에 걸쳐져 있어 스타트업들이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기술의 발전과 관련 법률 입법 / 개정이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그만큼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수 있는 스타트업들은 있지만, 법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또한,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는 모습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말로만 '규제 개혁'과 '법률 개정'을 하겠다고 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겠다. 일할 의지가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다.


http://www.ddaily.co.kr/news/article.html?no=173391





    우리나라는 기업활동에서 대기업 비중이 매우 크다.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대 기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매출액 비중이 44.3%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기업 범위를 넓히면 그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는 스타트업들에게 무엇을 의미할까?


    공유자전거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대기업 몇 곳과 일을 할 기회가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 서비스 론칭을 준비중인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함께 일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운'이 좋았다.


당시에 세계적으로 공유자전거 서비스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관심도가 높았고,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서비스였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진 것이다.


    첫 번째 대기업은 대놓고 본인들 플랫폼(서비스)에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넣어주는 조건으로 자전거 위치정보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공유자전거 업체에 자전거 위치정보는 가장 중요한 핵심 데이터인데, 그것을 함께 공유하자는 것은 좋게 말해서 협력이지 나쁘게 말하면 종속이자 착취였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한국팀에서는 이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슬프게도 팀원들 모두가 한국의 비정상적인 산업구조를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 본사에서 이를 끝까지 거부하여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두 번째 협력 대기업은 만남부터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당시에 회사는 그 대기업의 다른 경쟁사와 업무협약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향후 부산 서비스 이후 다른 도시로 진출할 때 원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기업은 우리의 고충을 완벽하게 꿰고 있었다. 민간 공유자전거의 경우, 따릉이 같은 공공자전거와 다르게 자전거 거치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전거 배치공간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데, 기업 측에서 전국에 깔린 본인들 사업장과 지점에 자전거 배치 공간을 마련해줄 수 있다고 했다. 당연히 조건도 있었다. 사업 관계상 조건을 밝히지 못하지만, 결국 종속이었다.




내 밑으로 들어올래? 아니면 혼자 아둥바둥하다가 망할래?


    국내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스타트업이라면 대기업과 협력 또는 인수합병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만약 협력을 선택했다면 동등한 관계보다 '갑과 을'의 협력일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인수합병을 택했다면 대기업 계열사로 흡수되는 형태다. 후자처럼 대기업 계열사로 흡수되면 당연히 좋은 점도 있지만, '스타트업 정신'이 '대기업 정신'으로 대체된다.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시간싸움이 핵심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국내 스타트업들은 도처에 널려있는 규제를 하나하나 파악하고 관련있는 모든 정부 부처를 설득해야 한다.


    과연 이런 구조속에서 '한국산 유니콘 기업'이 나올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 등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구축된 국가에서는 그 나라의 일자리를 스타트업이 만들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실업률이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이 시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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