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시간을 포기하다
투잡을 시작한 뒤로부터 나의 주말은 쉼과 거리가 멀어졌다. 주 5일은 회사 일을 하고 주 2일은 내 일을 해야 했다. 월~금요일까지 퇴근 후 시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매일매일을 워커홀릭처럼 살았다. 예전에는 퇴근하고 나면 집에 와서 먹고 뒹굴거리고 드라마나 유튜브 영상 보기 바빴고, 주말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뒹굴거리다가 산책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약속이 있으면 가끔 나가서 노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내 일을 하기로 마음먹자 내 시간은 촘촘히 쪼개어졌고 늘 24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좋아하던 드라마나 웹툰은 아예 보지 못했다. 그렇게 1년 반을 넘게 이전의 누리던 여유로운 시간들을 포기했다. 대신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생각에서만 머물러 있던 내 아이디어들이 현실로 되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행복했다. 남이 시키지도 않은 일에 대한 성취감은 확실히 달랐다. 이래서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라는 CM송이 나왔던 걸까? 회사 일과 내 일에 쏟는 에너지 또한 달랐다. 확실히 재미있었다.
나중에 퇴사할 때 즈음 지인들이 말해준 것이지만 내 SNS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얘는 대체 잠을 자는 걸까?" 였다고 한다. 회사도 다니는데 sns를 보면 어딘가 틈틈이 다니고 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들의 생각과 반대로 오히려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했다. 장기전이 될 거라 생각했고 맑은 정신으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루에 최소 6시간은 자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 만나서 일하기도 했고 가끔은 친구들을 만나서 놀기도 했다. 나름대로 시간을 잘 쓰기 위해 정말 애썼었다.
지금 이렇게 적고 보니 마치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을 나열한 것 같다. 충분한 잠과 체력 그리고 포기해야 하는 것들. 그때 내가 나를 위해 공부를 했었더라면 좀 더 나은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여하튼 공부든 일이든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첫째 내가 즐거워야 하며 둘째 이루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고 셋째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