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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Mar 14. 2019

[오늘부터] 투잡 05

눈치보며 택배보내기

이번 이야기는 '택배'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사실 이 택배 문제는 회사를 떠난 이 시점에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제공하고 있는 제품은 '물품'을 사고파는 것이라 택배를 보내는 건 필수였다. 그래서 어떻게 택배를 보낼 것인지 조사했고 "택배 업체와 계약을 맺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계약을 하지 않고 택배를 보낼 경우에는 3500~4000원 정도의 택배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 택배 요금은 2500~3500원 정도이다.(*수도권 기준입니다.) 그래서 택배 계약을 하지 않고 개인으로 여러 건을 보내게 되면 많은 금액의 택배비를 지불하게 된다. 하지만 고객들이 4000원 정도 하는 택배비를 낼 만큼의 내 물품을 살 텐가? 의 의문점이 떠오르고, 그렇다고 익히 알고 있는 2500~3500 정도의 택배비를 선택하되 나머지 차액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감당할 것인가? 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결국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는데 어쩔 수는 선택이었다. 왜냐하면 택배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월 최소 30건 정도 택배 수량이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우체국 택배의 기준은 타 업체에 비해 더 높았다. 월 최소 100건의 택배가 가능해야 하며 계약을 한다 한들 월 최소 500건은 되어야 우체국에서 직접 방문해서 수거해 간다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100건 이어도 우체국 가서 접수해야 한다는 사실. 결국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회사 근처에 우체국이 있어서 택배비 손해를 보고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도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을 때는 주문이 들어올 때만 우체국을 가서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가 택배를 접수했다. 그러다 점점 주문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일주일에 우체국을 2번 많게는 3번씩 가야 할 일들이 생겼다. 나름 자유로운 회사이기도 했고 우체국이 걸어서 10분 거리였기에 바람 쐬고 나가는 것처럼 다녀와도 크게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눈치가 보였다. 뭐랄까 맨날 나갈 때마다 보따리 하나씩 들고 다니는데 누군가는 주시하고 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과 팀장님이 보시고 나중에 혼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내 개인사업이 잘되는 건 좋은데 괜스레 이 일 때문에 회사일에도 영향을 줄까 봐 조마조마했다. 그래서 내 택배 대신 보내주는 알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더랬다.

주문량이 늘어나는 감사함과 회사 눈치를 보는 긴장감 속에서 다행히도 우체국 가는 것에 딴지를 거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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