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투잡이다.
오늘부터 투잡 그 이후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써서 브런치가 한동안 조용했네요. 이제는 엄연히 대표이자 프리랜서로 4개월째 살고 있습니다. 부제목으로 "여전히 투잡이다."라고 써놨는데, 그 이유는 사업 외에도 프리랜서로 일도 간간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가 돈을 더 많이 모으고 퇴사했다면 프리랜서 일은 안 했을 수도 있는데, 회사 다니면서 월급으로 이것저것 실험해보느라 그렇게 많이 모으진 못해서 여전히 생계일이 필요해요. 그래도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 돈은 더 잘 모이는 것 같습니다. 사실 4개월을 버틸 수 있을 거라 확신 못했어요. 작년만 해도 이 상태로 회사 다니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확신을 갖고 나왔지만, 자금적인 부분에서 불안정했기에 '3개월 버티면 용한 거다'라고 느꼈었어요. 그래도 스스로 이렇게 살아가는 것을 보니 뿌듯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어딜 가면 대표님, 사장님 혹은 디자이너님이라고 불립니다. 근데 아직도 저 호칭들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저 호칭에는 "책임"이라는 뜻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때론 두렵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한 조직의 일부분일 때와는 다른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시간은 훨씬 자유로워졌지만 역시나 이 시간관리에도 "책임"이 따릅니다. 계속 시간 쪼개가며 투잡으로 일했던 습관이 배어있어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생겨서 좋기도 합니다.
아마도 투잡은 계속 지속될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쓰리잡이 될 수도 있는데, 하나는 생계형 일이고 나머지는 꿈을 위한 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생계형은 프리랜서로 주욱 일해보거나 혹은 다시 직장에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어요.
투잡 글에도 언급했었지만, 직장인 마인드로만 살아오다 보니 이 마인드를 버리기 위해 엄청난 중력이 작용하고 있어요. 자꾸 예전처럼 살고 싶은 관성 또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전적인 것 이외에도 다른 요인들로 인해 직장인 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그래도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보면 아직은 내가 무언가 하나만 바라보고 살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기왕이면 재미있게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 무언가라도 시도해봐야겠다는 다짐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렇게 뿌려둔 씨앗들은 나중에 또 열매가 맺게 되겠죠. 과거 어린 시절에 제가 뿌려둔 씨앗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말이죠. 사람 성향마다 다르겠지만 관심 가는 일들을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사장이 되고 난 후부터 느낀 경험들을 써볼까 생각 중입니다. 커넥츠를 통해서 '투잡 하며 개인사업 꾸려보기' 같은 스터디 모임을 개설했는데 관리를 거의 못했어요. 좋은 기회였지만 아직은 제 일에 더 집중하고 싶고, 지금은 그렇게 누군가를 케어할 때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 창업, 투잡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적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