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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아 May 29. 2020

[오늘부터] 사장님 04

휴가를 마음대로 못가는건 매한가지

회사의 휴가 제도가 무제한 휴가 혹은 눈치주지 않는 휴가를 내걸지 않는다면, 직장을 다닐때는 휴가를 내마음대로 쓰기 힘들다. 일을 하다보면 하루쯤은 그냥 쉬고 싶은날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하루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왜 휴가를 써야 하는지 상사에게 이유를 말해야한다. 그리고 조금은 긴 휴가를 가기 위해서는 마무리해야할 일을 끝내고 가야 조금이라도 마음편히 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장이 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하는 개인사업이라 굳이 누군가에게 휴가를 쓰겠다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나의 가게를 찾아주는 고마운 이들에게는 휴가를 쓰겠다고 말해야한다. 그래야 언제까지 주문을 할 수 있으며 언제부터 택배가 발송되는 정보를 보고 사람들이 주문을 언제 할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나에겐 2가지 경우의 휴가기 있었다. 국가공휴일과 자체적으로 쉬는 것으로 나뉜다. 추석, 설날 명절과 같은 긴 국가 공휴일에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쉬기 때문에 나도 그에 맞춰서 배송 마감일, CS 업무 일정의 정보를 준비하면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사람들도 쉬는날을 잘 알기 때문에 문의사항에 답이 없어도 이해한다.

하지만 자체적으로 쉬는 휴일에 있어선 조금 빡빡하다. 아무리 공지사항을 올려두어도 간혹 왜 배송이 안되고 있는지 물어보셧던 분들도 있었다. 다행히 잘 응대해서 넘어갔었다. 그런날이 있었을 때엔 내가 아프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일을 대신해줄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업을 하면서 갑자기 오늘 일이 하기 싫어서 휴가를 낸적은 없었다. 

그래도 꽤나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다녀왔다. '그래! 휴가 기간동안에는 CS 업무도 중단했으니까 신경끄고 쉬는데 집중할거야!'라고 다짐하며 홀가분하게 떠났다. 그러나 휴가 기간에 들어온 문의사항이나 주문은 나를 휴가 끝으로 데려다놓곤 했다. '아..휴가가 끝나면 어서 이 업무부터 처리해야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돌아온 나날들도 있었다.

자영업하면 휴가도 못가고 내내 일만 해야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직접 사업을 하기 전, '이러다 직장 다닐때보다 더 휴가도 못가는거 아냐?' 하며 지레 겁을 먹었다. 아마도 그정도만큼의 에너지를 이 사업에 힘을 쏟고 있진 않아서 인 탓도 있다. 만약 이게 나의 전업이었다면 휴가는 뒷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 외로운 길을 가야하기 때문에 호흡을 고르게 쉬며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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