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생존 예산표 작성
숫자를 점검하고, 소비를 의식적으로 하려 노력하다가 한 번씩 현타가 올 때가 있다. '이렇게까지 계산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어 허무감이 들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여러 번 깊생을 하게 된다.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결과가 허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인생은 이 지점에서 끝이 아니라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내년에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물론 이게 마음처럼만 됐으면 지금이 달랐겠지만, 다시 도전해 봐야지 어쩌겠는가. 대부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을 때는 해야 할 때이더라.
30일 생존 예산표 만들기
이제 회사의 월급날이 더 이상 내 생활의 기준일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기준일을 잡고 예산 집행 일정을 계획해야 한다. 앞서 확인한 숫자들을 바탕으로 30일 동안 내가 써야 하는 항목별 목표 금액을 적어보자. 고정비와 생활비로 나누고, 각 항목 아래 연관된 비용군을 적으면 된다. 그리고 한 달간 해당 항목에 얼마를 쓸지 목표 금액을 적는다. 한 달 후에는 실제 사용한 금액을 적으며 30일 생존이 성공적이었는지 체크하는 것도 필요하다. 실제 지출에 맞춰 그다음 30일의 생존 예산표 목표 금액을 조정하며 나에게 최적화된 생존금액을 정하면 된다.
돈이 행동을 통제하는 장치가 될 때가 있다. 어느 방송에서 가난한 시절에 생활하는 습관이 익숙해져서 한 달에 버는 금액이 커져도 동일한 생활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직장인 시절과의 갭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생활하는 습관을 만들다 보면 새로운 설정값이 스스로에게 세팅된다. 단, 앞서 이야기했던 절대 줄이면 안 되는 지출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약간의 괴로움은 버틸 수 있지만 과도한 자기 통제는 오히려 반발심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를 달래고 응원하며 새로운 예산에 맞춰 생활 습관을 만들어 보자.
생각의 방향을 스스로에게 돌리는 질문들
돈과 관련된 계획을 세울 때 현실 점검, 감정 점검, 균형감 점검이라는 항목으로 나눠 5가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다. 사실 나는 셀프문답을 선호한다. 질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고, 질문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어서다. 누군가와 고민 상담을 할 때 상대의 질문에 답하다 보면 사실 고민하던 것들의 답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셀프문답 역시 같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생각을 꺼내놓는 장치인 것이다. 나를 파악하고, 감정을 이해하고, 어떤 기준을 가질 것인지 찾고자 하는 목적에 맞춰 직접 셀프문답을 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답은 나만 알기 때문에 말 그대로 부끄러움은 온전히 내 몫이라 최대한 솔직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이다.
현실 점검 : 지금의 나를 정확히 파악하기
1. 지금 내 통장에 있는 돈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얼마인가?
2. 30일 동안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는 얼마인가?
3. 내가 정리한 지출 중에서 없으면 불안을 크게 느낄 항목은 무엇인가?
4.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 그 이유가 생존의 문제인가, 불안의 문제인가?
5. 소득, 소비, 감정 등 여러 요인 중 내가 30일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인가?
감정 점검 : 돈과 관련된 감정의 흐름 이해하기
1. 통장 잔고가 줄어들 때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은 무엇인가?
2. 그 감정은 어떤 경험과 연관되는가?
3. 돈의 유무에 따라 내 자존감에 차이가 발생하는가?
4. 돈 때문에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일이 있었나?
5. 돈은 없지만 마음은 편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균형감 점검 : 나만의 기준 찾기
1. 지금의 자금 상황을 기준으로 내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활 기준은 무엇인가?
2. 불필요하게 스스로를 제약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가?
3. 30일 후 나의 감정은 어떤 상태이길 바라는가?
4. 어떤 제약도 없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5. 앞으로 돈과 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싶은가?
내 삶을 다시 설계하는 시작점
30일 생존 예산표를 작성하고 셀프문답을 하다 보면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구체적 기준부터 내 삶의 방향을 찾는 단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아무리 나쁜 요소라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식이 반등한다. 사람의 생활도 비슷하지 않을까? 퇴사는 나쁜 상황이지만 생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스스로 명확한 숫자를 인지하면 불안이 계획으로 바뀌게 된다.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현재의 상황을 다음 계획의 출발점으로 인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퇴사자에게 돈은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한다. 나와 나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장치인 셈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숫자를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관리하고 삶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해 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