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기본적인 할 일을 정리했다. 행정적인 처리도, 생활과 관련된 정리도 모두 끝냈다. 그러면 이제 여유로운 라이프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사람 마음이 그렇게 쉬우면 고민이 있을 리가 없겠지만, 그래도 일주일 정도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보내도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힘들어졌다. 머리로는 괜찮다고, 편하게 지내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도 마음이 머리의 말을 듣질 않았다. 이때 불쑥 올라온 감각이 '존재의 이유'였다.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물에 던진 돌멩이처럼 내 감정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침 일찍 일어났지만(늦잠을 자면 이상하게 잉여인간 같은 느낌이 강해서 되도록 8시 이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려고 노력했다) 멍했고, 크게 할 일이 없는데 마음이 분주했다. 분주한데 쳐지는 마음이랄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이렇게 막무가내로 흔들리는 마음을 그대로 두면 생각은 꼬리를 물고 더 나쁜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발 앞서 감정을 정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공식은 '일단 알아본다'부터.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부터 정리했다. 생각은 정리가 아니다. 이름을 불려야 꽃이 되듯, 감정도 기록해야 정리가 된다. 다시 한번 현재의 감정에 대한 기록을 시작했다.
1. 지금 내 마음은 ______________ 같다.
2. 이 감정은 1-10점 중에 몇 점의 감정일까?
(1점에 가까울수록 긍정, 10점에 가까울수록 부정)
이렇게 내 마음을 몇 가지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긍정과 부정의 수치를 적었다. 그렇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조금씩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통제가 가능하다
미지의 것에 대한 불안은 원래 어떤 상황, 어떤 영역이건 크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마음도 같다.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몰라 불안이 증폭된다. 그래서 내 감정도 아는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감정 이름표를 만드는 것이었다.
앞에서 마음에 대해 설명하고 점수로 표시했던 감정들을 하나의 표로 작성하고, 그 감정을 줄이는 나만의 방법을 하나씩 적어보자. 예를 들어 내일이 불확실해서 불안의 감정이 부정적 강도 8 정도로 느껴진다면, 오늘 나의 할 일을 적어 주는 것이다. 내일의 할 일까지 함께 적다 보면, 미지의 내일이 조금은 형체를 가진다. 물론 괜찮다는 말도 한마디 더해주고. 그렇게 오늘 하루 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정리하고 실제 시도해 보자. 이 과정은 마음을 100%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조금 나아지는 것이 목적이다. 부정적 강도가 8에서 6으로만 낮아져도 성공이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내 안의 감정들을 관리하다 보면 조금 괜찮아진 내일, 더 나아진 다음날을 만나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최소한의 루틴이 필요하다
감정이 흔들리고 멘탈이 불안정해지면 무기력이 찾아오기도 한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없다. 다만 불안한 상태일 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 자신에 대한 자책이 커진다. 역시 나는 안된다는 부정적 생각이 더 몸집을 불린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거창하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단순한 루틴이 필요하다. 물리적으로, 의식적으로 감정의 전환을 가능하게 해주는 행동을 정해두고, 생각하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 경우 5가지 정도 루틴을 만들어 두었던 것 같다.
1. 창문 열고 환기하기
2. 유산균 먹기
3. 한 그릇의 음식 만들어 식사하기
4. 한 시간 책 읽기
5. 일기 쓰기
하루에 이렇게 5가지 중에 2가지 이상만이라도 하자고 생각했다. 실제 하루 동안 5가지 일을 3번씩 해도 시간이 남는다. 그 정도로 찰나의 행동이 대부분이고 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들로 정했다. 그래야 일단 할 수 있으니까. 무언가를 얻고자 했다기보다 너무 많이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의 행동이었다. 감정의 변화와 관계없이 매일의 일상에서 이 5가지는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떤 상황이든 일단 몸이 익숙한 행동을 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최소한의 루틴이 만들어지면 어떤 하루도 일단 시작은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