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결정'보다 '방향'에 집중하기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

by B의취향

'퇴사'라는 큰 이벤트도 시간이 지나면 일상의 작은 사건으로 몸집을 줄여갑니다. 처음의 혼란이 가라앉고, 하루를 버티는 감각도 익숙해지면서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기 때문입니다. 생활의 패턴도 정리했고, 일상 예산도 기준도 잡았습니다. 몇 번의 작은 시도도 경험하며 퇴사를 하나의 해프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노력으로 퇴사는 충격적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해프닝이 되었죠. 그렇다고 사건 종결은 아닙니다. 충격은 줄었으나 상태는 계속되는 중이니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고민의 터널로 진입하게 됩니다. 일과 삶에 대한 방향 정립이라는 이름의 터널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눈앞에 닥친 최악의 상황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새로운 질문과 만나게 됩니다. 상황전환 시점이죠. 이때의 선택지는 크게 3가지 갈래로 나눠집니다. 재취업, 프리랜서, 사업. 어떤 선택에도 장단점은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와 혹은 내가 생각하는 미래의 나와 비교적 잘 맞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충분히 생각을 거듭해야 합니다. 급한 결정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을 목표로 해야 하죠. 고정된 결정 대신 수정 가능한 방향 찾기 정도의 마음으로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이 마음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일하는 '나'의 성향 파악하기


회사로 돌아가는 것은 가장 안전도가 높은 선택지입니다. 일정한 수입이 생기고, 사회 구조 안에서 일을 할 수 있죠. 다만 만족도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좁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선택지를 앞에 두고는 여러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해봐야 합니다.


- 나는 왜 회사를 그만두었나?

- 나는 어떤 환경일 때 가장 힘들다고 느꼈나?

- 나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가?

- 내가 결코 참지 못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일하는 나'의 특징을 이해하고, 문제를 겪은 상황과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문제를 반복하며 퇴사라는 동일한 엔딩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퇴사와 동시에 판은 리셋되었고, 새로운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규칙과 조건을 나에게 유리하도록 설정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조건을 설정하는 과정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회사와 조직, 그 속에 구성원으로서의 나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프리랜서라는 선택지는 책임져야 하는 지점이 조금 다릅니다. 스스로 일을 찾아야 하고, 일정하지 않은 수입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를 관리하고 계획하는 것이 적응해야 합니다. '하고 싶다'라는 감정보다 '구조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합니다.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는 구조를 감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의 확장형 선택지가 비즈니스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온라인 사업화가 가능해졌고, 창업 지원과 같은 프로그램도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SNS 콘텐츠로 시작해 콘텐츠 에이전시로 성장하는 것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수월해졌습니다. AI만 잘 활용해도 직원 몇 명을 둔 사업체가 될 수도 있죠. 다만 이때도 내 안에 무엇이 있는지,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점검해야 합니다.


'답'을 찾기보다,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우자


재취업을 결정한다고 해서 프리랜서와 비즈니스라는 선택지를 폐기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이것만이 내 길이다라는 고정적 확신보다 좀 더 유연하게, 시대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가까운 미래의 방향 정도만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그저 다음 단계의 계획이 필요할 뿐입니다.

퇴사 후 30일은 일상의 루틴을 만들고, 감정을 꾸준히 체크하고, 작은 시도를 반복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과정이었죠. 다음 단계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기초체력을 쌓아 준 것입니다. 기초체력이 쌓였으니 이제 프로그램을 바꿀 시기입니다.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죠.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고 나의 현실을 재설정하면 됩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는 과정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습니다.


- 나는 어떤 환경에서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가?

- 돈과 안정 중 나에게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나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 나의 경력을 한 문장으로 만들면 어떻게 서술할 수 있는가?

- 내가 생각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의 연봉은 얼마인가?

-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 퇴근 시간에 대한 예민도가 어느 정도인가?

-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가?


질문은 수없이 만들어집니다. 가만히 앉아 나의 다음 단계를 떠올리면 개개인에 맞춰진 질문들이 마구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때 생각으로 그치지 말고 떠오른 질문과 답을 적으며, 눈으로 보고 정확한 인지를 거쳐야 합니다. 일에 대한, 삶에 대한 나의 기준을 재설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남의 기준이 아니라 내가 만든 기준으로 다음 단계의 계획을 수립해야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얻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방향을 찾고, 다음 단계를 향한 계획을 시작하면 조금씩 구체화된 나의 일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퇴사 후에 만나는 마지막 터널은 결국 나의 일 찾기 터널이니까요.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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