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부화할 수 있을까

동물을 사랑하는 아이 vs 동물을 무서워하는 엄마

by 작가 혜진

첫째는 어릴 때부터 동물을 사랑했다. 어린이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품에 안고 너무 행복해했다. 다섯 살쯤 되었을 때부터는 직접 계란을 부화하고 싶어 했다. 따뜻해야 계란이 부화한다고 했더니 계란을 품고 자다가 깨뜨려 울기도 했다. 바구니 안에 핫팩을 넣어주고, 어미닭이 된 것처럼 조심조심 달걀을 굴려주었다. 여름휴가 갈 때는 부화할 시기가 되었다며 지극정성으로 챙겼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오래 보다 보니, 엄마로서 ‘뭔가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병아리 부화기를 사고, 단골 매운탕집 사장님께 유정란을 얻었다. 처음 시도는 실패였다. 7일이 지나고 검란했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시도는 동네 친구 할머니 농장에 있는 청란으로 했다. 7일이 지나자 핏줄이 생기고, 12일이 지나자 뭔가 형체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나율이는 아침마다 바쁘다. 밤 사이 병아리 부화기에 말라버린 수분을 보충해주고, 달걀을 굴려준다.


D+8
D+12

첫째와 아침에 그림책을 읽으면서 얘기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어
태어난 곳을
물을 준 사람을
풀을 뽑은 날을
줄을 쳐서
응원해 준 날을

<아름다움은 자란다> 히비노 가쓰히코


“하늘이와 따랑이(계란)도 너의 마음을 전부 기억하고 있을 거야. 네가 달걀을 굴려주는 손길, 온도와 습도를 체크하는 정성, 검란하면서 느끼는 기쁨까지!” 그렇게 얘기해주자 아이는 마치 병아리가 나와 본인에게 속삭이는 걸 느끼는 듯했다.


아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집에 우리 가족 외에 생명체가 있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강아지 키우고 싶다는 첫째의

요청을 계속해서 막아왔던 나였다. 심지어 금붕어 키우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계란에 핏줄이 생기고, 움직이는 모습까지 보니 계란이 내 자식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계란이 부화에 성공할까? 부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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