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그만둘걸... 후회했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둘째 교육에 대한 마음도 급해졌다. 유치원에서 자연스럽게 한글을 뗐던 첫째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기본적인 맞춤법도 자꾸 틀리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책도 많이 읽는데 왜 그러는 건지 답답하기만 했다. 주변 동네 선배맘들에게 물어도 ‘2학년도 그렇다.’ ‘우리 애는 더 심하다’는 식의 대답만 들려왔다.
답답함을 안고, 둘째는 반드시 한글을 일찍 깨치게 하리라는 결심으로 네 살 때부터 학습지를 시켰다.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선생님 말로는 아이가 눈이 따라오면서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천천히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 일찍 시켰던 학습지인데, 일곱 살이 되도록 둘째는 음가에 대한 이해도 어려워했다. 우유만 겨우 썼다. 아동발달검사를 위해 갔던 소아과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너무 휘둘린다’라며 아이의 말은 들어주되 할 일은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하라고 했다. 둘째가 말이 워낙 빨라서 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그런 것 같다며 말이다.
제가 십 년을 아이들 가르쳤지만, 이런 아이는 처음이에요.
일곱 살 9월쯤 되어야 한글 인지가 될 것 같아요.
학습지 선생님은 자꾸 변명 일색이었다. 본인이 책임지고 가르칠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전부 엄마와 아이 탓이었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더니 결국 교구 팔 때만 열심이었다. 코로나 19로 아이들 사교육은 학습지만 계속되고 있을 뿐인데, 남는 것이 없었다.
고민 끝에 학습지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문제집 사다가 내가 직접 가르쳤다. 3개월 만에 둘째는 한글을 뗐고, 한자를 외우는 것보다 한글 능력이 더 필요한 한자급수 시험까지 당당히 통과했다. 둘째가 한글을 떼고 나니, 그동안 뭘 한 건가 하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한글 때문에 아이가 얼마나 많이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엄마가 해주면 되는 간단한 문제를 가지고 해결을 못했구나 싶었다.
학습지를 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다. 심각한 학습 결손이 날 것 같았다. 코로나19로 학원도 안 가는데,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습지를 끊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학습지 대신 문제집을 사서 풀었다. 요즘은 문제집도 얼마나 잘 나오는지 괜히 학습지에 의존했다고 여겨졌다. 그저 더 빨리 그만둘걸 후회했다.
그때부터였다. 내 판단이 맞았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아이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가차없이 그만두기로 했다. 동네 엄마들, 학습지 선생, 영업 사원들에게 그만 휘둘리고, 중심을 아이에게로 잡아가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이지만 엄마로서 뿌리가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붙드는 일. 삶에서 우리가 마음이 상해가며 할 일은 오직 그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