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튼튼한 엄마가 되고 싶어

글을 시작하며...

by 작가 혜진

욕심이 많았다. 아이를 임신했던 그 순간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으면 좋겠다. 영어는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연주할 수 있는 악기 하나와 스포츠 하나 정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바람들 덕분이었는지, 아이는 건강하게 자랐다. 놀이터에서 실컷 뛰어놀고, 많이 웃었다. 수영도 좋아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걸 좋아했다. 그네 꼭대기, 미끄럼틀 꼭대기에 올라갔다. 그림책을 읽어주면 귀를 쫑긋 세워 집중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그동안 숨겨왔던 욕심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다. 정신없이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태권도 끝나면 미술학원, 가야금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우고, 방과 후 드론도 했다. 영어 뮤지컬, 영어, 바이올린, 방송댄스, 리듬체조, 사고력 수학, 학습지 등등 숨 가쁘게 학원을 다녔다. 주말이면 숲 체험, 천문대, 역사체험을 했고, 짬 내서 친구들과 키즈카페도 열심히 다녔다. 늘 바빴고, 정신이 없었고, 중요한 건 그러면서도 무엇 하나 제대로 손에 쥔 것이 없었다. 학원 투어만 줄기차게 했을 뿐, 아이가 진짜 하고 싶고, 눈을 반짝거리는 것이 없었다. 아이는 무료한 학원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안 듣고 넘어갈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듯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만 많던 시간이었다. 의외로 해법은 코로나19와 함께 다가왔다.



아이가 싫어하는 학원은 모두 정리하고, 딱 하고 싶은 것만 남겼다. 그리고 시간과 자유를 충분히 주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집에서 뒹굴거리며 세상 재미없는 표정으로 무기력하게 있던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오늘의

기록은 아이의 변화를 보면서 느낀 내 감정을 적은 글이다.


지금 쓰는 글은 내가 이렇게 잘했다고, 너도 이렇게만 하면 된다고 자랑하는 글이 아니다. 현재 갖고 있는 마음과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쓴다. 앞으로 천 번도 만 번도 더없이 흔들릴 엄마라는 삶에 조금이라도 중심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이렇게 뿌리가 튼튼하지 못해 여러 번 흔들리고, 아이에게 상처도 많이 주었지만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조금이나마 시행착오를 줄였으면 한다.


아이의 욕구나 재능이 어느 쪽으로 발휘되는지 관찰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지원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아이는 그냥 내버려 둬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가장 안 좋은 경우는 아이의 호기심보다 부모의 욕심이 더 앞서나갈때다. 그나마 있던 재능이나 흥미마저 멀리 달아나 버릴 수 있다.

<마녀엄마> 이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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