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 선물도 직접 골라 봐~
매년 2월 7일이 되면 기부를 한다. 사회공헌 관련 일을 하는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된 기부가 벌써 5년째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짜에 생일을 맞은 서로의 딸들이 계기가 되었다. 사회공헌을 하는 친구가 어떤 업체에 기부하면 좋을지 얘기해주면 그대로 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부를 한다고 하면 첫째는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 돈으로 자기 선물을 사주지, 왜 기부를 하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기부가 어떻게 선물이 되느냐며 말이다. 기부 증서를 딸 방에 전시해둬도 그냥 지나갈 뿐이었다.
기부를 하자는 친구의 말에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나 역시 그게 어떤 의미인지 다가오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뭔가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는 싶지만 방법을 몰라 기부라는 방법을 택하긴 했지만, 그게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었다. 그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했을 뿐이었다. 기부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과 아이에게 나눔의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였다.
그랬던 아이에게 요즘 관심 가는 분야가 생겼다. 병아리 부화에 도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일까. 학교도서관에서 동물복지 관련된 책을 빌려오더니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엄마, 그거 알아? 닭 농장에서는 병아리 때 부리를 잘라서 상처가 나지 않게 한대. 부리를 자르면 모이도 잘 못 먹는데 말이야. 하루 종일 불을 켜서 닭이 계속 알도 낳게 한대. 돼지 농장에서는 돼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꼬리를 물어서 꼬리를 잘라버리고, 이빨도 다 뽑아버린대. 정말 잔인하지? 엄마도 알고 있었어?”
마흔 평생 살면서 ‘동물 복지’는 세상 처음 듣는 소리였다. 사람 복지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데, 동물 복지라니 시기상조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내게 아이의 얘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러면서 학교 다녀올 동안 엄마도 꼭 책을 읽어보라고 숙제도 내주었다. 아이의 시선은 엄마도 바뀌게 했다.
매번 친구의 도움을 받아 기부업체를 선정했는데, 내년 생일에는 첫째에게 직접 기부할 곳을 선택해보라고 해도 좋겠다 싶다. 아이가 동물 복지 관련된 재단을 직접 찾아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은 기분이다. 항상 아이를 가르치는 건 엄마인 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아이에게 배울 일들이 더 많이 늘어날 것 같다. 아이가 새로운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관심사를 엄마와 공유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