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바이올린 vs 아이의 바이올린

딸아~ 우리의 목표는 20년 후야!

by 작가 혜진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잘한 사교육으로 꼽는 것이 피아노이다. 배울 때는 지겹고 재미없었는데, 지나고 나니 피아노로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피아노를 신나게 치고 나면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되는 일이 없어 답답해도 피아노 하나쯤은 제대로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좋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아이를 낳게 되면 악기 하나는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살았다.


내가 4학년 때쯤이었을까. 나만 흔한 악기인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엄마에게 피아노를 끊고, 바이올린이나 플루트를 가르쳐달라고 떼를 썼다. 바이올린은 비싸니 나중에 네 돈 들여 배우라는 엄마의 말이 상처였나 보다. 두고 보자는 억한 심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둘째를 낳고, 동네 카페에서 한 달 5만 원에 바이올린을 가르친다는 쪽지를 보자마자 바로 신청했다. 돌도 안된 둘째를 아기띠에 매고 연습했다. 뭔가에 집중할 것이 필요했을 때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생아 육아로 지친 내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어른들과의 대화는 무척 즐거웠다. 수업하는 날짜만 기다릴 정도였다. 바이올린을 하면서 꿈도 여럿 생겼다. 내 환갑잔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바이올린 연주회를 열고(지금 연주 수준을 보면 칠순 잔치로 미뤄야만 할 것 같지만) 아이들과 함께 연주하는 무대도 있었으면 좋겠다. 첫째는 바이올린을 막 시작했고, 둘째를 위한 첼로도 미리 준비했다.


바이올린을 연습할 때면 이세 히데코의 ‘천 개의 바람 천 개의 첼로’라는 그림책이 떠오른다.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단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마음이 하나가 되도록 느끼면서 연주하면 돼.”



바이올린 현에는 울림이 있다. 한두 명의 소리는 칭얼거림 같지만, 여럿이 모이면 사뭇 진지해진다. 그리고 하나의 큰 목소리가 된다. 첫째 아이와 함께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함께 연주회에서 ‘상어 가족’을 연주했을 때였다. 잘하는 연주보다 즐거운 연주를 꿈꾸는 앙상블에서 아이 어렸을 때 많이 불러줬던 노래를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경험이 새로웠다. 연주 실력은 각자 다르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한 연주는 하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즐거웠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악기 연주는 욕심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나부터 매일같이 악마의 유혹에 사로잡힌다. 3 포지션도 어렵고, 비브라토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꾸준히 하고 싶다. 혼자서 말고, 너랑 같이! 같이 가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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