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방법은 정해져 있는 걸까?

피아노를 배우려면 무조건 바이엘부터?

by 작가 혜진

피아노를 배우려면 무조건 바이엘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이엘 - 체르니에 이르는 단계를 거쳐 피아노를 배운 세대가 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어드벤처 피아노라는 방식도 있고, 심지어 어플로도 배운다. 실제로 어플로 피아노를 배워보니, 훨씬 더 쉽고 재밌다. 악보를 배우기 위해 억지로 1년은 지루한 일을 억지로 참는 훈련을 해야 했던 지난 시절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피아노를 치면서 삶의 행복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믿는 나는 아이가 피아노를 잘 쳤으면 했다. 첫째가 여덟 살이 되면서 (나혼자 기다려온) 피아노 학원을 보냈다. 일 년이 되도록 악보도 잘 못 보고 무척 재미없어했다. 과감히 그만두고 적당한 악보집 하나만 사주었다.


집에서 하루 종일 있는 코로나 시절 동안, 너무너무 심심한지 첫째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곡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하나만 팠다. 오른손 다섯 번, 왼손 다섯 번, 양손 다섯 번 치라고 그렇게 일러줬는데, 내 말은 전혀 듣지도 않고 본인 마음대로 쳤다. 악보는 보지도 않고 혼자 더듬더듬 들었던 음을 찾아갔다. 그러면서 정말 천천히 곡을 완성시켜 갔다.


어차피 피아노를 단계에 맞춰 배운 들, 인생 곡 한 두 개만 남는다. 좀 더 유려하고 멋지게 피아노를 칠 수 있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만들어낸 기억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아이는 피아노를 치면서 행복해했다. 억지로 학원을 보냈을 때는 본 적 없던 표정이었다. ‘엄마, 나는 피아노가 너무 재미있어!’라는 말을 계속했다.


피아노를 즐기는 방법에는 수백 가지가 있고,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예전에는 하나의 방식만 존재했고, 그렇게 배운 나 역시도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이가 다른 방식으로 스스로 피아노를 배우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우리가 배우는 거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직업이 유망한 지 예측할 수 없는 사회에서 아이의 현재를 담보로 잡고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어떻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해나가는지 스스로 깨우치고, 몸 쓰는 방법을 익힌다면 어떤 일이든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해본다. 오늘 그렇게 또 하나를 배웠다.


가고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고, 행하는 중에 깨닫게 된다
- 봉우 권태훈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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