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스포츠가 뭔지 알아?

아이스하키의 매력에 빠지다

by 작가 혜진

남편은 운동을 좋아한다. 운동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농구하는 프로그램은 꼭꼭 챙겨본다. 농구에 열중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만 하다. 왜 이렇게 열심인가 싶기도 하고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날도 있었다.


매번 가던 아이스링크장 대신 사설 경기장 중 가장 크다는 제니스에서 아이들의 아이스하키 첫 연습 경기가 있었던 날이었다. 첫 경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작전판을 들고 감독님이 오프사이드 규칙을 설명하는 모습이 너무나 생경했다. 작전판은 TV에서나 보던 건데, 우리 아이들이 하는 모습에서 보다니 신기하기만 했다. 집중하고 귀 기울여 듣는 아이들의 눈빛이 너무 예뻐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속한 팀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겨우 서너 달 되어 스케이트도 낯설고, 스틱도 서툴렀다. 전혀 아무런 기대 없이 갔던 경기였다. 같은 팀 친구들도 잘 모르고, 교류도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우리 팀은 속절없이 골을 먹었다. 상대팀이 워낙 막강했던 터라 어찌해야 할 지도 낯설기만 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었다. 퍽을 뺏기면 마치 죽을 것 같은 것 같은 절박함이었다. 뺏기지 않기 위해 몸싸움도 불사했다. 스틱에 힘을 주고 한 발자국 가는 것에도 최선을 다했다. 총성 없는 전쟁 같았다.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한 육식동물의 처절함이 느껴졌다.



‘아, 진정한 스포츠란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을 살면서 스포츠가 어떤 건지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운동이란 남의 얘기였다. 그동안 아이들 체육 사교육에 가장 돈을 많이 썼다. 태권도, 인라인, 스키, 수영, 리듬체조, 발레 등등 그간 많이 했다고 생각했다. 나 역시도 현재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와 걷기를 하지만, 팀 스포츠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더 있었다.


팀이 함께 같은 목표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나아가는 것은 부모로서 가만히 지켜만 보는 나를 움직였다. 나도 모르게 퍽을 잡은 우리 팀 아이의 이름을 외치고 응원했다. 다른 팀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일은 소속감까지 갖게 했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일이 이토록 가슴 떨리는 일이었을까.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나는 평생 초식동물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것조차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했다.


이제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스하키가 점점 더 재밌어진다. 아이들은 완전히 빠져버린 듯, 빨리 또 게임하고 싶다고 난리이다. 앞으로 함께 더 즐겨보자. 엄마가 네가 하는 얘기 잘 알아들을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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