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격차 vs 학습격차

무엇이 더 문제일까

by 작가 혜진

지난 코로나19로 인해 한글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1학년이 많다는 뉴스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학교의 기능에는 같은 교실 안에 있는 학생들을 서로 보며 내 수준을 가늠하고, 위기의식을 느끼고, 노력하게 만드는 것이 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기도 했다. 어설픈 온라인 클래스로는 학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깨끗한 아이의 교과서를 본 경험과 ‘온라인 클래스는 전혀 못 알아듣겠다’라던 첫째의 고백도 온라인 클래스에 대한 신뢰도를 산산조각 냈다. 그간 몇몇 선생님들의 성의 없는 아이 관련 피드백에서 초등학교 아이의 교육은 그저 엄마 손에 달려 있구나라는 실망을 느꼈을 때와는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이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둘째가 혹시라도 학교에서 아무것도 못 배울 수 있다는 불안감에 한글과 수 개념을 보다 완벽하게 학습시켜 보내려 했다. 다행히 2021년 1-2학년은 매일 등교할 수 있어, 생각보다 안심할 수 있는 나날이었다. 어설프게 한번뗐던 한글을 가지고 학교에서는 완전 처음부터 한글 자음, 모음부터 다시 시작하다 보니, 개념을 더 확실하게 다지고 있는 듯하다.


학교에 다녀온 둘째는 매일 ‘학교는 재미없어’라는 말을 반복했다. 어린이집에서 뛰어놀던 아이가 매일 앉아만 있는 것이 무척 힘들었나 보다. 학교에서 뭘 하면 재미있겠느냐고 물었더니 ‘피구가 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피구는 둘째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이었다. 어린이집에서 피구 한다고만 하면 제일 먼저 달려갔다.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던 중 피구 이야기를 꺼냈다. 체육 과목은 3학년 때부터 있고 1, 2학년 신체 활동은 관련된 내용을 중간중간 맞추어 할 수 있다고 알려주셨다. 다만 코로나 19 상황이라 체육 활동에 제약이 있고, 피구는 경쟁성 스포츠라는 이유로 3학년 때까지 제한이 있다고 하셨다. 일부 일 학년 친구들 중에는 체구가 작아서 계단을 내려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전해주셨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은 무척이나 충격이었다.


2020년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는 더 열심히 놀았다. 여행을 못 가는 대신 동네 놀이터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냈다. 비가 오는 날이든, 폭염이든, 날이 좋든, 궂든 언제든지 말이다. 놀이터에서는 놀거리가 무궁무진했다. 땅을 파서 밭을 만들기도 하고, 끊임없는 삽질 끝에 함정을 만들기도 했다. 찰흙을 만들어 인형도 빚고, 철가루를 찾아내기도 했다. 개미집에 물을 왕창 넣어서 홍수를 내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동네 친구네 집 수영장도 가고, 물고기를 잡겠다고 강물 속에 여섯 시간씩 붙어 있기도 했다. 잘 놀아서 그런지, 아이들은 잘 먹었고, 잘 먹으니 키도 쑥쑥 컸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조금 달랐다.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 많이 있었기 때문인지, 놀이터를 대하는 태도가 소극적이었다. 혼자서 그네 타기를 힘들어하기도 하고, 시소 타다 둘째가 세게 내렸다고 우는 친구도 있었다. 구름사다리를 멋지게 타는 둘째를 보는 동네 엄마들의 시선도 남달랐다. 코로나 기간 동안 너무 놀아서 학습 격차가 크게 날까 봐 많이 걱정했는데, 의외로 신체 격차를 더 강하게 느꼈다. 첫째 초등 1학년 때에도 물론 운동을 잘 못하는 친구들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 1학년은 운동을 못하는 것을 넘어서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놀아본 적이 없어서 놀 줄 모른다고 해야 할까. 몸 쓰며 놀아본 적이 없어서 몸 쓰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랑에게 이 얘기를 하자,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신체 격차가 두드러진다고 얘기를 보탰다. 작년 1년 동안 주변에 살찐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잘 보살피고, 운동하는 사람들과 집에 머물며 되는대로 시간을 흘려보낸 사람들의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쯤 되니 코로나 19로 인한 신체 격차는 국 룰인가 싶기도 하다.


의외로 학습격차가 없었다는 사실은 첫째에게서도 두드러졌다. 진단평가에서 평균 수준의 점수를 받아왔을 때 깜짝 놀랐다. 작년에 학원은 안 가고, 문제집만 조금씩 풀었을 뿐인데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했구나 싶다. 5학년 되면 영어, 수학 학원은 필수라고 하던데 5학년 걱정은 내년에 해야겠다. 남은 1년, 더 성실하게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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