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신 코딩

영어가 먼저 아닌가 ㅠㅠ

by 작가 혜진
엄마, 내가 왜 영어를 해야 해?


첫째가 울며 화를 냈다. 캐나다 사는 고모네 놀러 가려면 영어 공부해야 한다고 했더니, 고모네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자긴 영어 잘하고 싶지도 않고, 잘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영어 학원 테스트를 보고 나오던 길이었다.


“어머니, 4학년이면 이 아이 레벨에 맞는 학원 찾기도 어려우실 거예요. 빨리 하셔야 해요. 이제 정말 막차예요.”


막막했다. 아이가 이렇게 영어를 싫어하는데, 강요해야 하나 싶었다. 딱 한 번만 감 잡으면 그동안 했던 인풋들이 무섭게 나올 텐데... 아쉽기만 했다. 딱 한 발자국만 더 나가면 잡힐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 아쉬웠다. 아이는 전혀 영어 공부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얘기 끝에 학원 대신 엄마랑 파닉스 책 읽고, 화상 영어 하는 것으로 얘기했다.


그렇게 영어는 죽어도 싫다더니 갑자기 코딩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주저하고 있는 내게 남편이 애가 배우고 싶어 하면 빨리 시키란다. 몇 군데 학원을 찾고 상담을 받았다. 같이 학원에 다녀왔던 날, 아이는 너무 신나 했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유튜브를 전부 찾아보더니 빨리 가고 싶다고만 했다.


관련 코딩 프로그램을 열어주고 어떻게 하는지 간단하게 보여줬더니 아이 혼자 해보기 시작한다. 유튜브를 보며 하나씩 만들더니, 뚝딱뚝딱 간단한 윷놀이, 주사위 게임도 만들었다. 동생에게 게임을 시켜보며 피드백도 받았다. 만든 게임을 선생님께 보여드리더니, 더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도 배워왔다. 코딩 다녀온 날이면 아이는 조잘조잘할 말이 많아진다. 다음에는 뭘 하고, 이번에는 뭘 할 거라는 계획까지 끊임이 없다.


영어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코딩을 가르치면서,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나중이 되면 기술의 발달로 영어 공부가 필요하지 않아 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10년 이내에 영화 승리호에 나온 것처럼 동시통역 기기가 널리 보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면서도 지난 30년간 내가 경험했던 대한민국 교육과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배팅하는 것만 같아 불안해진다. 예전의 경험 속에서 알고 있는 안정감을 택하고만 싶어 진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코딩도 재밌어할 수는 없을까. 엄마로서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아이의 집중력 속에 있던 불빛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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