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 임차인의 정의는 무엇일까? 임대료와 관리비를 잘 납부하는 임차인, 장기 계약으로 꾸준한 현금 흐름을 확보해 주는 임차인, 넓은 면적을 사용하고 있는 임차인 등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우량 임차인을 키 테넌트(Key Tenant),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데 말 그대로 빌딩에 있어서 열쇠나 배의 닻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임차인을 지칭한다.
사회 경제가 변하면서 빌딩에 수요를 이끄는 우량 임차인도 계속 달라진다. 이런 변화는 빌딩 1층에 입주하는 리테일 임차인들의 변화나 사무실의 대형 면적을 사용하는 임차인들의 변화를 살펴보면 체감할 수 있다. 한때는 오피스 빌딩 1층에 유명 은행들이 입점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우량한 신용도와 함께 많은 면적을 사용하는 은행들은 빌딩들이 유치하고 싶은 임차인이었다. 은행들은 대부분 보유 현금이 많아 월세보다는 전세 형태의 계약이 많았다. 그러나 오피스 빌딩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각광받으면서 계약의 형태를 점차 월세 형태로 변경하였다. 그리고 지속되는 저금리로 은행의 수익은 악화되고 인터넷 뱅킹이나 핀테크 등의 발달로 은행 점포를 유지하는 게 큰 의미 없는 시대로 변해 갔다.
그렇게 1층을 차지하던 은행들의 빈자리를 커피를 판매하는 유명 프랜차이즈들이 채워나갔다.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커피 프랜차이즈들의 점포들도 증가했다. 출퇴근 시간 또는 짧은 점심시간에도 매출이 발생하고 사람들과의 미팅 장소로 사람들이 선호하다 보니 1층 매장의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우량 임차인으로 등극하였다. 게다가 빌딩에 유명 프랜차이즈의 점포가 입점을 하면 빌딩 인지도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빌딩을 찾을 때 커피 프랜차이즈 이름을 사용하기도 하고 실을 찾을 때 자연스럽게 찾다 보니 빌딩의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게다가 점포 매출이 잘 나오다 보니 임대차계약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안정적이어서 빌딩에서 선호하는 임차인이 되었다.
최근에는 주요 도심 빌딩의 대형 공실을 채워주는 해결사가 된 공유 오피스가 우량 임차인으로 등장했다. 공유 경제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등장한 공유 오피스는 스타트업 붐과 함께 주요 도심의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지점을 넓혀 가면서 각 빌딩의 앵커 테넌트로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했다. 기존 오피스 빌딩 보다 유연한 임대차 계약과 자유롭고 개성 넘치는 공간 구조를 제공하면서 빌딩 임대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다. 물론 공유 오피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전대차 계약으로 돈을 버는 구조로 임대인과 경쟁하는 비즈니스라고 하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진화해 가면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빌딩에서 키테넌트나 앵커 테넌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임차인들이 많이 생길만한 분야는 아마도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 일 것이다. 최근 창업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도 탄생하고 있다. 이런 신생 스타트업들은 전통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과는 달리 기술 기반의 플랫폼 회사들로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또, 이런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은 사람의 창의성에 기반한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임직원들을 위한 휴게 공간이나 편의 시설 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서 임대 공간도 많은 면적을 사용한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안에 크게 성장하여 많은 면적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량 임차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런 IT 기반의 기업들이 선호하는 지역인 강남에는 공실이 많이 없고, 판교나 분당의 대형 오피스들의 면적을 흡수하는 업종이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빨리 읽고 우량한 임차인들을 발굴할 수 있을까? 장기 계약을 해서 오랫동안 빌딩에 있는다고 해서 꼭 좋은 임차인이 아닐 수 있다. 같은 공간이라고 해도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임차인이 더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량 임차인을 판단해야 한다. 지금 어떤 산업이 성장하고 있고 그 산업의 인력들은 어떤 입지를 선호하는지 그 트렌드를 읽고 우량 임차인을 내 빌딩 끌어들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시장의 변화와 움직임을 앞서 감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전통적인 대기업들의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몇 년 사이 크게 성장하는 신생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을 잘 살펴보는 것도 좋다. 특히, 스타트업의 확장은 산업의 변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쉽게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분야나 벤처 투자자들이 투자를 확장하는 회사들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어떤 산업 분야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런 회사들을 내가 운영하는 빌딩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빌딩은 대부분 법인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에 앞으로 사세가 확장이 될만한 회사들을 발굴하여 미래의 잠재 고객으로 영업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벤처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하는 것처럼 기업의 성장은 임대 공간의 확장이라는 측면으로 해석해 볼 필요도 있다.
실제로 이런 기업의 성장 기회들은 공유 오피스 사업자들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입주를 많이 하고 있고 이런 기업들과의 오랜 관계 속에서 사세가 확장이 되면 공유 오피스 내부의 공간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공유 오피스 기업들은 성장하는 기업에 씨앗을 뿌리듯이 여러 기업들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많은 기업 중에 몇 개만 성공한다고 해도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빌딩 임대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객인 임차인의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임차인 발굴을 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앞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어떤 분야인지를 알아내고 해당 분야의 잠재 고객을 유치하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그래야 키 테넌트나 앵커 테넌트가 될만한 임차인을 내가 운영하는 빌딩으로 입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빌딩 운영자들은 임차인의 성장이 빌딩 가치의 상승이라는 관점에서 크게 성장할 만한 우량 임차인을 찾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