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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May 18. 2022

제주도 한 달 살기 하루 루틴

한 달 살기를 하면 이렇게 살아가게 됩니다


"제주도에 한 달이나 있으면 뭐 해?"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녀오자 사람들이 내게 묻는 질문들이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여행을 하기에는 길고, 살기에는 짧은 애매모호한 시간이다. 여행으로 볼지, 삶으로 볼지 그건 한 달 살기를 하는 내내 지니고 있던 고민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일상'이라는 것이다. 제주도에서의 일상을 어떻게 지냈는지, 한 달 동안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았다.




여행 아침 루틴

'루티너리'를 사용해서 열심히 실천한 모닝루틴


초반에는 7시 기상하기 챌린지를 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알람을 끄고 자고 있다. 자연스럽게 눈을 뜨면 대략 9시다. 밤에 할 일이 없어 자정부터 침대에 누우니 덩달아 기상시간도 앞당겨진 듯하다. 아직 바로 벌떡 일어나는 습관은 들이지 못했다. 전 날에 올라온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훑어보고, 오늘 요일치의 웹툰을 정주행하고, 유튜브로 볼 거 없나 훑으면서 정신을 깬다. 가장 중요한 건 오늘의 날씨이다. 오늘은 흐리다가 오후 1시부터 날씨가 갠다고 한다. 그러면 1시 이후에 천천히 나가야지, 하고 일단 시간을 정한다.


혼자서 살면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매우 무겁다. 휴대폰의 늪에서 빠질 무렵에 정신을 깨울만한 주술을 부려야 한다. 가장 간단한 건 음악이다. 숙소에 있는 텔레비전이 유튜브와 연결이 되어서 좋다. 유튜브로 아침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텔레비전과 연결하면 블루투스 스피커마냥 온 집안에 생기로운 음악이 흐른다.


간단한 루틴 :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물 한 잔 마셔주고, 이불도 정리해준다. 저녁에 방청소를 하는 건 도저히 무리더라. 저녁에는 워낙 할 게 많기도 하고, 집안일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지는 시간대이기도 하다. 아침의 힘을 빌려서 널브러진 쓰레기를 치우고, 어제 저녁에 못한 설거지를 한다.


아침일기 : "긍정의 힘이 중요해요!"라는 말을 유튜브에서 누누이 듣고 있기 때문에 아침일기를 시작했다. 20년 7월부터 시작했으니 꽤 오래된 습관이다. (꾸준하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의욕에 넘쳐서 여러가지를 했다. 확언도 하고, 감사일기도 하고, 아침 컨디션도 쓰고... 점점 줄여가더니 '아침 컨디션 및 생각'과 '일년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 이 두 가지만 쓰고 있다. 목표를 쓰는 건 좋은 일이다. 안 그러면 자꾸 잊어버리게 된다.


오늘 일정 확인 : 이때 오늘의 제주 계획을 세운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을 설정한다. 이날은 저녁에 '고등어쌈밥'을 포장해서 먹기로 했다. 근처에 마침 성산일출봉이 있으니 또 가기로 했다. 그다음 '혼카페'가 가능할 법한 카페를 찾는다. 사실 이게 가장 수고롭다. 대형 카페나, 웨이팅이 있을 법한 카페는 혼자 있기 눈치가 보인다. 게다가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시끄러우면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독서와 필사 : 나름 글을 쓰러 제주도에 간 사람인만큼 독서와 필사도 아침 루틴에 넣었다. 그런데 정작 글쓰기를 하지 않는다. 이게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걸까?




본격적인 여행 시작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숙소 앞 길


식사에 대한 철칙 :  보통 점심을 나가서 먹고, 저녁을 집에서 해먹곤 한다. 식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한 나의 철칙이다. 대신 그 한 끼에 대한 돈은 아끼지 않기로 했다. 여행에서 먹는 건 중요하니까. 그래서 한끼에 삼만원인 고등어쌈밥을 마음껏 먹고 다녔다.


버스 루트 확인 : 제주도는 버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 동쪽 다니는 버스인 201번은 그래도 20분마다 한 대씩 오는 편이다. 하지만 버스정류장까지 왔는데 20분을 기다리라고 하면 충격적일 테니까 최대한 버스 시간에 맞춰서 나가는 편이다. 제주도의 버스를 무시하면 안 된다. 꼭 나가기 전에 카카오맵 확인!


여행 루트 : 여행 루트는 대체적으로 이렇게 짠다. 점심 - 자연관광지 - 카페이다. 이 중간에 기념품샵이나 독립서점이 낄 때도 있다. 날이 좋은 날은 자연을 보려고 한다. 제주도에서 날이 좋은 날은 얼마 없기 때문에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고자 하는 거다. 한 달이나 있으니 무리해서 놀 필요는 없다. 맛있는 밥과, 아름다운 자연과, 조용한 카페. 삼박자가 맞으면 그날 여행은 성공한 거다.


여행 루트 짠 걸 토대로 제주 곳곳을 다닌다. 그렇게 오후 6시쯤이 되면 집으로 기어오면서 여행은 끝이 난다.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6시간 동안의 저녁을 보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여행 후 저녁 루틴


저녁을 먹으면서 본 이누야사... (너무 삶의 흔적이 많이 드러나는 사진 같다)


저녁 준비하기 : 점심에 맛있는 밥을 먹었다면 저녁은 요리해서 먹는다. 무얼 먹을까 고민을 하면서 냉장고를 여는 게 첫 번째이다. 보통 햇반이랑 반찬에다가 메인 요리를 곁들어서 먹는다. 계란후라이 정도...? 요리를 잘 하지 못해서 레트로트 식품을 많이 이용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기 : 사실 이때가 가장 큰 힐링 타임이다. 여러 미드를 제주도에서 정주행했다. '그해 우리는'과 '애나 만들기'를 정주행했는데, '애나 만들기'는 정말 꼭 추천한다. 한 번 어떤 미드에 빠져버리면 밥을 다 먹고서도 몇 시간 동안은 미드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글쓰기 : 글을 쓰러 온 만큼, 할 일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켠다. 한글을 켜고서 몇 문장을 적다보면 시간이 훅훅 지나간다. (덤으로 머리카락도 훅훅 빠지는 기분이 든다... 창작의 고통이란.


취미생활 : 평소에는 못해보았던 취미생활을 한다. 나의 경우 오일파스텔을 가져가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다이어리 꾸미기도 스티커를 붙여가면서 해보았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처럼 바빠서 못했던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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