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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Jun 22. 2022

겨울 우도를 혼자 즐기는 방법

겨울 우도 볼거리, 맛집 등 코스 정리!


자전거 타고 우도 두 바퀴


어느덧 제주 여행이 열흘 남았다. 일기예보를 보니 죄다 흐림이었다. 그중 딱 하나, 오늘만이 해가 뜬다고 예고가 되었던 상태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 맑은 날을 후회 없이 보내고 싶어서 자연 위주로 찾아보았다. 비자림을 갈까, 따라비오름을 갈까, 다랑쉬오름을 갈까, 바다 근처를 천천히 걸어볼까. 우선 세화를 거쳐 비자림으로 가는 계획을 세운 채로 버스에 올랐다. 버스로 가던 중, 문득 떠올랐다. 우도나 갈까?


이미 이번 한달살기에서 우도를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순환버스를 타고 여행했다. 설날 연휴라 도로에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특히 렌트카와 버스와 자전거와 전기차와 스쿠터 등등 그 모든 운송수단이 얽히는 마법이란. 저 틈에 섞여서 앞차가 가기만을 가만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답답했다. 하지만 버스도 헬게이트는 마찬가지였다. 올 때는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 딱 그 말이 어울렸다. 5시가 우도를 나가는 마지막 배 시간이었는데, 세시, 네시 즈음 부터 사람들이 버스에 우르르 몰려서 엄청난 줄을 세웠다. 버스가 만석이다못해 서서 타야했다. 사람들로 꽉 찬 탓에 중간 경유지마다 사람들이 버스를 타지 못했다. 잘못하다가는 집에 못갈 수도 있겠다 싶었던 아찔한 기억.


그래서 오늘은 전기자전거를 타보기로 했다. 겨울이라 추울까 싶었는데 오늘따라 바람도 미지근한 게 자전거 타기 좋은 날씨였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계획이기도 했고, 이미 한 번 우도를 간 상태라서 설렘이 넘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전거에 올라타 바람을 만끽하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비수기 겨울 우도 여행이 최고봉이었구나!


여름에 놀러왔을 때 전기자전거를 타고 몇 바퀴 돈 적이 있었다. 더운 여름이었으나 바람이 땀이 난 목덜미를 식혀주곤 하였으니, 딱 적절했다. 하지만 성수기라서 그럴까 사람들이 유독 많았다. 옆으로 전기자전거가 몇 대씩 나를 추월했고, 각 카페마다는 사람들이 몰려 있던 걸로 기억한다. 그에 비해 겨울의 평일 우도는 사람이 정말 적었다. 가게들조차도 안 연 가게가 많았다. 왁자지껄하던 여름의 분위기가 전혀 없었는데, 그만큼 한적해서 겨울 우도만의 황량함이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겨울 우도에서 즐긴 방법을 한 번 풀어보고자 한다.


1. 전기자전거를 빌리자


오늘 우도에서 별 거 안 했는데도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전기 자전거 때문이었다. 전기차, 스쿠터, 순환버스 투어, 혹은 뚜벅이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우도를 돌아볼 수 있는데 가성비가 좋고 안전하기도 한 건 역시 '전기자전거'이다. 스쿠터는 속도가 빨라서 무서웠고, 전기차는 아무래도 자전거보다는 부피가 있기 때문에 추월하기가 힘들다. 사실상 전기차를 살살 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가 더 빠르게 가기도 했다. 그럴 거면 굳이? 자전거는 페달을 많이 밟지 않아도 시속 20km의 속도로 나아갈 수가 있다.


평균 가격은 하루종일 만오천원 정도. 비수기 가격이라 성수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다.


해안가 위주로 달리면 무면허자도 드라이브의 희열을 한가득 담아갈 수 있다. 추울까 걱정했는데 나름 페달을 밟는 운동을 하긴 해서 몸에 열이 올라 딱 적당하게 달아오른다. 나중에 손에 감각이 없어지는 정도이다. 그러니 장갑은 챙겨가는 걸 추천한다. 순환버스보다 전기자전거가 좋았던 점은 원하는 곳에 세울 수 있다는 거다. 달리다보면 예쁜 스팟이 자주 나와서 얼마 달리지도 못하고 여러 번이나 세우기도 했다. 카페들도 (거의 다 안 열었지만...) 순환버스 정류장보다는, 그냥 해안 중간중간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자전거로 원하는 곳에 정차를 하는 게 좋다.


전기자전거가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면, 엉덩이가 일단 엄청 아프다. 안장을 좋은 걸 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우도를 가다보면 덜컹거리는 구간이 몇 군데 있어서 그렇다. 나는 11시부터 4시까지, 5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다녔다. 물론 밥을 먹거나 카페에 머무른 시간을 빼면 대략 3시간 30분을 자전거 위에 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탈 때는 힘들지 않은데 자전거에서 나오는 순간 허벅지에 미묘한 근육통이 온다. 나름 운동이긴 한가보다. 운동한 기분 안 나게 운동하다니, 나름 일석이조다.


한 바퀴는 금방 돈다. 빠르면 40분 이내, 느긋하게도 한 시간 정도다. 그러니 최소 두 바퀴는 돌아야 한다. 한 바퀴는 풍경을 보면서 느긋하게 가야하고, 두 바퀴째는 코스에 익숙해졌으니 좀 더 속도감을 높이면 좋다. 내가 탄 전기자전거는 속도를 5까지 높일 수 있었다. 한 바퀴째에는 1, 2 속도로 조절해서 갔는데, 그 다음에는 거의 3, 4 정도로 높여서 갔다. 속도감에서 차이가 확 난다. 올리면 다시 아래로 내릴 수 없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2. 우도의 맛집을 들리자


소섬전복

소섬전복은 여름에 갔던 음식점이다. 검멀레해변 바로 위쪽에 위치하며, 가게가 엄청 넓다. 특히 높은 지대에 위치해있어서 통창 너머로 우도의 바다가 펼쳐져있다. 사실 풍경 맛집이다. '전복밥+전복뚝배기' 세트가 있다. 전복밥을 곁들인 전복 관련 음식들이 세트로 나온다. 가격은 만오천원 이상. 전복버터구이가 있는데 이게 정말 맛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전복으로 또 유명한 '명진전복'과 버금가지 않나 싶다. (버터구이 꼭 드세요)



하하호호 버거

이번에 들리게 된 하하호호 버거. 사실 위에 언급한 소섬전복을 또 가려고 했는데, 인터넷에 우도를 검색하면 주구장창 이것만 뜨는 거였다. 수제버거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궁금해서 가보게 되었다. 웨이팅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우도 자체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거 같다. 20분 정도 대기를 탔는데, 옆에 서점이 있으니 거기 구경하면 딱 좋다.


우도땅콩버거를 먹었는데 땅콩소스가 이렇게 햄버거와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거대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내 앞에 등장한 버거. 그런데 말 그대로 거대하다. 수제버거가 이렇게 크면 대체 어떻게 먹으라는거지? 나는 그냥 아예 해체해버렸다. 빵 한 입, 고기 한 입, 우물우물 씹고. 그 다음에 양상추만 한 입. 이게 햄버거를 먹는건지 그냥 햄버거 되기 전의 재료를 먹는 건지 헷갈리기는 했다. 수제버거 잘 먹는 팁 있는 사람 제발 알려주세요. 다른 사람들을 참고하고 싶었는데, 버거를 먹는다는 게 서로 민망한 꼴을 볼 수가 있으니까 일부러 식탁만 쳐다보았다. 그런데 혼밥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좀 슬펐다. 


3. 가장 '먼' 책방에 들리자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밤수지맨드라미는 마침 방학기간이었다가 2022년 1월 26일부터 다시 재오픈을 한 책방이다. 우도에 위치해있어 스스로를 가장 '먼' 책방이라고 지칭한다. 밤수지맨드라미는 산호초 이름이라고 한다. 하하호호 버거 옆에 위치해있다.


책은 많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독립서점만의 분위기를 확실히 지니고 있다. 한측에는 제주에 관련된 책과 그 옆은 동물복지에 관련된 책이 있었다. 독립서적을 중간 판매대에 잘 보이게 큐레이션을 해주셨다. 일반출판사에서 낸 책들도 있었다. 시를 한 켠에 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어떤 걸 살까, 고민하다가 서점창업기에 대해서 쓴 책이 있길래 얼른 집어들었다. 서점을 창업할 생각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창업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거 같으니까.


이 자리에서 앉아서 느긋하게 책을 읽었다


한켠에는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조성해놓았다. 사실 몇몇 자리는 편해보이지 않아서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리는 두 자리밖에 없었다. (아니면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테이블을 이용할 수도 있다.) 구석에 있는 딱딱한 소파에 앉아 밀크티를 시켜놓고 산 책을 단숨에 읽었다. 가독성이 좋고 내용도 무겁지 않아 딱 반절 분량까지 읽을 수 있었다. 그전에 내가 산 책들이나 다 읽어야 할텐데... 서점에 오면 늘 이게 문제다.


한 바퀴 반을 돌 즈음에 이 서점에 다시 들려서 책을 구매하고 음료를 마셨다. 한바퀴 돌고나면 좀 힘드니까 이처럼 카페에서 느긋하게 쉬었다가면 좋다. 이 서점에서 책 한 권 사서 몇 페이지 읽다보면 피로가 금세 풀린다. 우도에서 감성을 간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다.




제주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우도이다. 제주도를 갈 계획이 있다면, 우도에서 꼭 한 번 전기자전거를 타보기를 추천한다. 바람을 가장 가깝게 맞이하는 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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