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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호훈 Oct 20. 2017

"SNS, 소통의 창구인가,
나르시시즘의 분출구인가"

우리는 관계를 구축하고 소통하기 위해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한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라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Alex Ferguson 전 감독이 말했지만, 이제 SNS 없이는 소통할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SNS에서는 소소한 일상과 정보,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것만으로는 ‘좋아요’를 더 많이 얻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결국, 더 ‘놀랄만한’ 이야기가 필요한데, 여행이나 음식 사진 ‘자랑질’에서 자신의 몸을 ‘화끈하게’ 드러내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누드사진 없는 플레이보이, 누드로 도배된 SNS


1953년 창간호 커버걸로 마릴린 먼로 MarilynMonroe의 누드를 게재하며 성인잡지의 대명사가 된 플레이보이 PLAYBOY는, 세계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중 하나다. 그런데, 최근 혁명적인 일이 일어났다. 여성의 ‘몸’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성공한 그들이 이제 여성의 ‘몸’을 버린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에 따라 사람들은 플레이보이가 주었던 것 이상의 ‘성性’을직접 소비할 수 있게 되었고, ‘성’의 소비 방식의 급변에 따라 그들은 비즈니스의 핵심역량을 과감히 버린 것이다. 


이제 우리는 플레이보이에서 에로틱한 알몸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SNS에서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자기가 자기를 찍고 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셀피 selfie(일명, 셀카)는 2002년 처음 쓰인 이래 이제는 유행을 넘어 중요한 소통의 방식이 되었는데, 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미국 성인이 섹스팅 sexting(폰을 이용해서 성적인 이미지 등을 주고받는 것) 경험이 있으며, 18~24세의 경우 80%에 육박한다고 한다. 


연예인의 나체 셀카가 대중의 반응에 중독되어 더 자극적인 사진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일반인의 경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젊은 여성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이미지로 박제하기 위해, 임신부는 홀로 임신하고 있다는 소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혹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풀지 못해, 자신의 몸을 ‘노출’하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는 왜 몸으로 소통하고, 몸에 집착하는가?


SNS에서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은, 개인적 동기도 있지만 사회적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미디어는 날씬한 몸을 아름다움, 건강함, 자부심, 여성성, 부지런함, 영웅, 행복으로 표현하고, 뚱뚱한 몸은 추함, 허약함, 부끄러움, 비여성성, 게으름, 악당, 불행으로 표현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매력적인 몸과 자신의 몸을 비교하면서 불만을 가지면서도, 타인의 몸에 대하여도 가혹한 평가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몸에 대한 이미지는 확대 재생산되어, 이른바 *외모지상주의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Lookism.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 또는 그러한 사회 풍조 현상 


여기에 ‘몸짱’, ‘얼짱’, ‘식스팩’ 열풍과 나날이 팽창하는 패션 뷰티산업은 외모를 가꾸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결국, 지금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외모에 대하여 평가받는 것이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특히,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istiano Ronaldo를 아이콘으로 하는 *스포르노섹슈얼은 유행을 넘어 삶의 중요한 방식이 되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Spornosexual. 피나는 노력으로 완벽하게 다듬은 몸에 포르노그라피와 스포츠를 합쳐서 녹여 넣은 듯한 남성. 이들은 자신의 몸이 최고의 액세서리라고 생각하며 주목받는 것을 즐김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은 대량해고를 일상화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직업의 유랑자가 되어 가고 있다. 조직을 벗어나 ‘먹고살려면’ 자신을 팔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SNS에서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외모가 스펙으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외모 가꾸기 행위는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느낌(나에게는 자신감, 남에게는 부러움)을 주며, 자신의 경제적 신분과 능력을 과시하는 도구이며, 다듬어진 몸은 관심을 끌기엔 최고니,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나’라는 브랜드를 팔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광고가 가르쳐 준 섹스어필로 나를 팔다

*Job nomad. 세계화와 디지털화, 개인주의의 흐름 속에서 온오프라인 세계를 넘나 들며 직업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을 일컫는 신조어


그러면, 우리는 SNS에서 ‘몸을 드러내면’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그답을 광고에서 찾아보자. 사회적으로 축적된 광고는 문화(혹은 문화현상)를 만든다. 즉, 광고가 만드는 이미지는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삶을 살도록 하며,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 형성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그 결과, 현대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이렇게 광고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고에서 관심을 끌고 매력도를 높이는데 성적 소구 sex appeal가 강력한 무기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성이 성 상품의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풍성하고 긴 머리카락 등 여성의 몸을 에로틱하게 처리하고, ‘자기관리’, ‘성공’, ‘도전’ 등의 가치를 담은 기호와 연결시켜, 남성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여성의 상품화는 진행되는데, SNS에서 여성은 셀카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을 ‘성상품화’한다.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더 자극적인 성상품화가 이루어진다.


여성은 광고가 만들어 놓은 (성적) 이미지 세계를 모방하는 것이 마치 자아실현인 듯 착각을 하며 소비 주체로서 활동한다. 이렇게 여성의 삶은 스스로 만든 성 상품에 지배되며, 셀카를 통해 자신의 유용성을 보임으로써 상품으로써의 자신의 지위를 상승시킨다. ‘기호와 이미지, 그리고 초현실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의해 현실을 압도하고 구성한다’고 한 *장 보드리야르의 말은 SNS에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소통하는 지금의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Jean Baudrillard(1929.7~2007.3. 佛.) 대중과 대중문화 그리고 미디어와 소비사회에 대한 이론으로 유명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미디어 이론가



관심받을수록 비뚤어지는 욕망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데, 여기에 함정이 있다. SNS 속의 ‘나’는현실의 내가 아니라 내 캐릭터를 반영한 이미지인 ‘아바타 avatar’인 것이다. 우리는 이 아바타를 만들면서 나의 이상향을 전이시키는데, 보통은 현실의 나보다 더 젊고, 위트 있고, 똑똑하게 만든다. 그러면, 사람들은 현실의 내가 아닌 나의 아바타에 매력을 느끼고, 관계를 맺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는 내가 만든 아바타를 보며 나르시시즘 Narcissism에 빠지는 동시에 나의 아바타로부터 소외된다.


나르시시즘은 자기를 지나치게 사랑하거나 자기중심적이며,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 ‘나르키소스 Narkissos’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한참을 바라보다 수선화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자기애自己愛라고도 하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페이스북 FACEBOOK에 애착이 클수록 나르시시즘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소외란 인간이 만들어 낸피조물이 주체가 되어 도리어 인간이 지배당하거나 인간의 본질이 상실되는 과정을 말하는데, 현실세계의 나의 ‘평범한 일상’이 SNS상나의 아바타에게는 ‘이벤트화 된 일상’으로 전이되어, 그것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 이렇게 (현실의) 나는 물(SNS) 속에 비친 나의 모습(아바타)을 보면서 만족하기도 하지만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며 현실 세계의 나는 결국 소외되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충돌이 크면 클수록 우리의 욕망은 비뚤어지게 된다. 



소통의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최근, SNS상에서 영화배우 3명의 설전이 있었다. 킴 카다시안 Kim Kardashian이 국제 여성의 날(매년 3월 8일)을 기념해 트위터에 올린 누드사진을 두고 클로이 모레츠 Chloë Moretz가 “젊은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게 몸을 보여주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며 그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여기에 “이제 킴 카다시안이 우리가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려면 카메라를 삼키는 수밖에 없을 듯"이라며 베트 미들러 BetteMidler가 한마디 거들었다.


이에 대해, 경찰대 교수 서명준 박사는 “오늘 성공의 전제조건에는 능력과 자질이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오히려 자신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얼마나 명랑하고 건실하고, 의욕적인지, 얼마나 믿을만한지, 야심적인지, 어디 출신이고 어느 단체에 있느니, 어떤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지 등등을 보여주는 것이 성공의 열쇠이다. 이것은 심리적인 나르시시즘의 의미보다는 오히려 산업사회적 “인격 시장”의 메커니즘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인격 시장의 자기 판매경쟁에서 유리하게 자기를 전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오늘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이유이다. 오늘 인간의 성공은 자신 인격의 판매원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팔아야 할 상품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SNS상 노출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분석하였다. 


SNS에서 나의 정체성은 ‘관계’로 표현되고, 나의 존재는 ‘좋아요’로 증명된다. 여기에 매몰될수록 자기만족 self-satisfaction, 자아도취 self-holic, 자기 집착 self-obsessed, 자기관리 self-management라는 허상은 강화되며, 술 한잔 기울일 친구도 없으면서 소통하고 있다는 착각만이 깊어진다. 그러므로, 현실세계에서의 만족감과 행복을 높이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옷을 벗어 몸을 보이지 말고, *허위의식의 껍데기를 벗어 진심과 진실을 보여라!’

*자신의 존재 기반인 현실로부터 떨어져 있어 현실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지 아니한 사상이나 이념



            ※ 브런치 매거진, 『프로그래밍화된 심리』는 심리학 '이론' 자체보다는 '개론'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심리학자가 아닌 까닭에 적정선에서 다루는 이유도 있겠거니와, 심리학을 심리학 밖으로 꺼낼 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리 현상을 모티브로 하여, 우리 일상의 고민과 소비의 연결고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사실 우리네 고민의 대부분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이념, 정체성, 관계, 그리고 안정감(불안 해소)까지도 소비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복잡성, 그리고 혼란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요,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소비사회의 메커니즘과 매스미디어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죠.
           즉 '불안'과 '죄책감'과 같은 심리상태는 사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세상을 보는 틀' 뿐만 아니라 '생각과 행동의 방식'마저 재단 당하고 암묵적으로 지시당한 결과 느끼게 되는 '프로그래밍화된 심리'이며, 이로 인해 우리는 그 어떤 '메커니즘'에 더 강하고 깊게 지배당하게 된다는 것이 저의 관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심리를 더 객관적이고 진지하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삶에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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