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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Feb 28. 2024

두바이 국제학교 입성기 1

세계에서 국제학교가 가장 많은 도시로 이사 왔어요


"아이들 영어공부 걱정은 없겠네"


주재원으로 떠난다는 얘기에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래, 나도 그 기대하나로 떨리는 마음을 다잡으며 한국을 떠나왔다.


맞다. 두바이는 인구가 350만 명밖에 안 되지만, 사립 국제학교가 약 220개나 있는, 세계에서 국제학교가 가장 많은 도시다.* 



하지만 수가 많다고, 선택까지 쉬운 건 아니었다.


두 아이의 학교를 알아본 시기는 두바이에 오기 딱 5개월 전. 한국처럼 집 앞의 학교로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집이 어디든, 원하는 학교에 지원을 하고, 자리가 있으면 인터뷰 혹은 테스트 후 입학하 것이 이곳의 일반적인 입학 시스템이라, 220개의 국제 학교에서 보석 같은 학교를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와서 보니 학교들은 9월에 시작되는 학기 1년 전부터 입학 신청을 받고, 인기있는 학교들의 경우는 몇 달, 혹은 해를 넘기는 대기가 있었다.

5개월 전, 그것도 학기 중간에 들어가고 싶다하는 건 꽤 무모한 도전이었다.



아이들 학년은 내년 입학시기에 Year1인지, FS2인지, KG2인지.
영국식과 미국식의 차이가 정말 공부를 많이 시키고 아니고의 차이인 건지.
한국 친구들이 많은 곳이 아이들에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IB, 즉, 인터내셔널  바카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와 브리티시 커리큘럼 British Curriculum의 차이는 무엇인지?

이렇게 살면서 한 번도 고민해 본 적 없는 온통 헷갈리는 질문들과 함께, 네이버에 늘 익숙하던 나의 검색 습관이 구글자연스럽게 옮겨왔다.



다행히 두바이에 먼저 주재원으로 나와있던 친구 부부의 도움으로, 현지에서 어린아이들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은 몇몇의 학교를 추천받았다. 


KHDA 두바이 국제학교 랭킹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에선 KHDA라는 이곳 교육청 같은 기관에서 매년 꽤 객관적으로 국제학교를 평가해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일단 상위 평가를 받은 학교들과 추천받은 학교를 추려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추려낸 각 학교의 입학 담당자들에게  [Dear whom it may concern]으로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이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를 묻는 메일을 보냈다.

언제 써도 어려운 영어 이메일 쓰기

자리가 있다는 연락은 단 두 곳. 나머지는 모두 "지원은 가능하나, 대기를 해야 한다, 지원비는 환불 불가, 그래도 지원하겠습니까?"라는 내용의 답변을 받았다.


지금이라면, "그래 뭐, 대기할게" 하며 끊임없이 가장 맘에 드는 학교의 문을 두드렸겠지만, 그 당시 두바이 생초보 엄마는 학교가 안 정해지면, 이사 갈 집 위치도 정할  없고, 혹시라도 두바이에서 가정 보육을 하는 게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연락이 온 학교 중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영국식 신생 국제학교 한 곳으로 후보를 추렸다.


자리가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나에게 영국학교 이미지는 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였는데, 이 학교 홈페이지에서 본 예쁜 초록색 포인트의 교복이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가 연상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최 메일과 전화를 잘 받지 않았던 다른 학교에 비해 늘 친절하고, 빠르게 답변을 해주는 학교의 태도도 마음에 들었다.

교복색이 예뻐서 좋아하는 엄마는 나뿐일 듯


그렇게 마음이 가는 학교에 간단한 서류를 온라인으로 업로드하고, 지원비 결제 후 인터뷰 일정을 잡는 것으로 입학 절차를 진행하였다



며칠 뒤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아이들의 화상 인터뷰. 


영국학교 1학년에 지원하는 6살 큰아이는 영어로 단어 받아쓰기를 할 수 있는지, 영어 단어를 읽을 수 있는지, 숫자를 영어로 쓸 수 있는지 등의 꽤 테스트 같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4살 꼬맹이는 아빠의 통역으로 한국말로 숫자를 셀 수 있는지, 도형, 색 이름을 알고 있는지 등의 짧은 인터뷰를 끝냈고, 우리는 학교의 입학허가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형식상이었든지, 진짜 평가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후 둘째 아이는 입학허가를 받았다.



문제는 큰아이. 같이 시험을 봤는데 답이 없어, 이상하다 싶었다. 역시나 연락을 했더니, 인터뷰 진행하는 동안 다른 학생이 등록을 해서 큰아이는 대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허허. 이렇게 말 바꾸기가 두바이의 현실이었던 걸까? 어이가 없었지만,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영어로 싸우는 일이기도 했고, 또 무조건 화를 낸다고 해결될 것 같지도 않았다.


우리의 선택은 동방예의지국의 민족답게, 매우 정중하게 부탁을 해보자였다. 나보다는 영어가 익숙한 남편이, 우리가 지금 등록을 해야만 하는 이유, 수많은 학교 중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라는 이름의 학교 칭찬을 아주 정중하고, 세세하게 써 내려갔다.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마무리와 함께.


예의상 답변이겠지만, 알려주어 고맙고, 아이의 입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학담당자의 대답과 함께 우리는  몇 시간 후 입학허가를 받았다. 이것이 두바이다.

몇시간 사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가게했던 입학허가


렇게 우리는 그리핀도르가 떠오르는 신생 영국식 국제학교에서 첫 두바이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 됩니다 -




* 출처 : KHDA 2022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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